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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봉길 의사 욕보인 '문중 손자' 윤창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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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봉길 의사 욕보인 '문중 손자' 윤창중

[김기협의 '페리스코프']<153> 박근혜가 걱정된다

윤창중의 글을 읽은 기억도 없고 방송에서 본 기억도 없다. 이제 보도에서 '정치 창녀', '반 대한민국 세력' 등 발언을 보니 내가 그런 대로 건강한 생활을 해온 것 같다.

20년 전부터 나도 절반쯤 언론인으로 활동해 왔다. 언론인의 자세에 대한 생각도 더러 해보지 않을 수 없을 때가 있었다. 절반 언론인이기 때문에 완전 언론인들보다 더 생각을 많이 해야 했던 측면도 있다.

2012년 '선거의 해'에 정치 이야기를 가급적 적게 할 생각을 한 것도 절반 언론인이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었다. 직업 언론인이라면 그런 절제가 직업에 충실치 못한 것이 될 수도 있으니까. 무엇을 해야겠다는 것보다 무엇을 하지 말아야겠다는 기준에서는 절반 언론인이기 때문에 더 투철할 수 있는 측면도 있었던 것이다. 직업적 책임감을 가진 언론인이었다면 윤창중 같은 자들의 글도 읽어야 했을 것이다.

'선거의 해'를 피해 가고 싶었던 것은 한국 정치계가 늘 그렇지만, 특히 선거 때는 본질이 아닌 문제들만 놓고 옥신각신하는 비생산적 풍토 때문이다. 운동경기의 승부가 관중을 흡인하는 것처럼 선거의 승부가 내 관심을 흡인하는 것이 싫다. 가능한 한 그쪽으로 신경 끄고 당장 귀담아 들어주는 사람이 적더라도 실속 있는 작업에 노력을 쏟고 싶다.

총선 때는 그렇게 지냈다. 그런데 대선 국면으로 접어들면서 예상 외로 실속 있는 주제들이 선거판에서도 부각되기 시작했다. 그래서 추석 무렵부터 몇 차례나마 선거와 관련된 글을 쓰게 되었다.

선거와 관련된 글을 쓰면서 조심스럽게 생각한 문제가 있다. 특정 후보의 당선을 바라는 내 마음을 어떤 방식으로 표현하는 것이 언론인으로서 합당할까 하는 문제다. 내 마음을 독자들에게서 감춘다는 것은 논외다. 자기 마음을 감추고 주어진 기준에 맞는 이야기만 한다는 것은 언론인 아닌 광고판매원의 책무다. 그렇다 해서 내 생각 하나만이 옳은 것처럼 일방적으로 떠드는 것 역시 언론인 아닌 정당선전원의 책무다.

내가 누구를 지지하고 누구를 반대한다는 결론보다, 어떤 점에 대한 생각이 그 결론의 바탕이 되었는지 설명해 드리는 것이 독자에 대한 언론인의 책무라고 나는 생각한다. 선거에서 언론인의 역할은 운동경기 중계방송의 아나운서, 해설위원과 같은 것 아니겠는가. 어떤 상황이 벌어지고 있는지 시청자에게 정확하게 알려주고(보도 기능) 그 상황의 의미를 설명해 주는(논설 기능) 것이다. 나는 보도가 아닌 논설 쪽인데, 당장은 관중이 경기를 잘 즐기도록 도와주고 길게는 경기 수준이 더 높아질 수 있도록 방향을 제시하는 것이 해설자의 역할이다.

승부에 올인 하는 편파적 해설자들이 있다. 특정 팀을 응원하는 열혈 관중에게만 봉사하는 해설자다. 경기 수준에는 아랑곳없이 승리에만 집착한다. 상대 팀 멋진 플레이에 야유를 보내고 우리 팀 선수가 더티플레이 삼가는 것을 욕하도록 관중을(자기 시청자를) 유도한다. 명색이 그 경기의 전문가지만, 경기 발전에 도움이 안 되는 사이비 해설자라 할 것이다.

그런데 여기에도 그레셤의 법칙이 작용하는 것일까. 합리적이고 공정한 해설자보다 편파적 해설자가 더 많은 인기를 누리는 일이 많다. 편파적 해설자에게는 은근한 반감을 느끼는 시청자가 많지만, 그보다 적은 수라도 열렬히 지지하는 시청자들이 있다. 상업적 기준에서라면 편파적 해설자가 방송사에 더 도움이 되기 쉽다.

이번 선거에서 박근혜 측의 더티플레이가 많았던 것은 그럴 만한 일이었다. 우선 문재인 측은 더티플레이 능력이 별로 없었다. 효과적인 더티플레이를 위해서는 훈련과 조직력이 필요하다. 급조된 캠프가 그런 훈련과 조직력을 갖출 수가 없었다. 게다가 안철수와의 연대관계가 더티플레이 의지를 원천적으로 봉쇄했다.

그리고 박근혜 측에게는 더티플레이에 많이 의존할 동기가 있었다. 청년층이 문재인 후보에게 압도적 지지를 보낸 데서 나타난 것처럼 장래를 바라보는 입장에서 문재인 측이 유리한 선거였다. 장래에 대한 생각이 많이 일어나고 퍼지는 것을 막기 위해 더티플레이가 필요했던 것이다. "정치 창녀"니 "똥통 잡탕당"이니 자극적인 어휘는 사람들의 관심을 현재 벌어지고 있는 일에 묶어놓음으로써 장래에 관한 생각을 가로막는 더티플레이였다.

윤창중은 새누리 팀의 승리를 위해 일로매진한 편파적 해설자였다. 그가 "정치 창녀"로 매도한 인물들이 과연 창녀의 속성을 가진 것인 지에는 별 관심을 느끼지 않는다. 다만 윤창중 자신이 창녀의 속성을 잘 아는 사람인 것은 분명한 사실 같다. 그 자신이 '언론 창녀'라서가 아닐까?

어느 인터뷰에서 그는 문중 할아버지라는 윤봉길 의사를 끌어대어 자신의 새 역할을 합리화했다. 욕보는 길도 참 여러 가지다. 문중 손자라는 녀석이 자기 창녀질에 방패막이로 갖다 댈 줄 윤 의사가 어떻게 알았겠는가.

나는 윤 의사와 아무 촌수 없는 사람이지만 그분의 명예를 위해 밝혀야겠다. 윤 의사가 건국 때 살아계셔서 직책을 제안 받았다면 응하셨을 것이라고 하는 윤창중의 말은 근거 없는 거짓말이다. 그분과 뜻을 함께 한 분들은 대부분 대한민국 건국에서 소외되었고(김구), 더러 직책을 제안 받은 분들 대부분이 거부했고(조소앙), 그중에서 더러 받아들인 분들은 이용당하기만 했다(이시영).

박근혜 당선인의 윤창중 기용은 걱정스러운 일이다. 천하를 얻는 일은 말 등 위에서 하더라도 천하를 다스리는 일은 말 등 위에서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고 했다. 힘든 당선을 위해 창녀들의 도움이 필요했다 하더라도, 이제 국민을 대표하는 입장에 제대로 서려면 자세를 새로 가다듬어야 한다. 정권을 창녀촌으로 만들어서야 되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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