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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중)/屯(둔)/充(충)/尹(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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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중)/屯(둔)/充(충)/尹(윤)

[한자가 그렇게 만들어졌다고?] <39>

"태극기가 바람에 펄럭입니다. 하늘 높이 아름답게 펄럭입니다."

姜小泉(강소천)의 동요를 떠올리면서 <그림 1>을 보자. 태극기는 아니겠지만, 깃발 펄럭이는 모습이 완연하다. 바로 中(중)의 옛 모습이다. 둥그런 원 안에 깃발이 꽂혀 나부낀다. 마을이나 군영 한복판에 깃발을 꽂은 모습에서 '가운데'의 뜻이 나왔다고 한다. 이 깃발이 마을이나 군 주둔지의 중심이라는 얘기다.

이 그림이 워낙 분명해선지, 中자의 유래에 대한 해석은 '깃발'의 틀을 크게 벗어나지 못한다. 부분적으로 설명에 차이를 보일 뿐이다. 예컨대 口 부분이 부족의 거주 범위를 나타냈다거나, 장대 중간에 달려 바람의 방향을 측정하던 판이라는 설명, 日(일)의 변형으로 정오를 나타냈다는 설명 등이다. 中자 전체를 해의 그림자로 시간을 재던 도구라는 설이나 어떤 것을 선으로 꿰뚫어 '속'을 나타냈다는 설명도 있다.

그런데 여기에도 '옥에 티'가 있다. <그림 2>는 같은 모양처럼 보이지만, 자세히 보면 위와 아래의 깃발 나부끼는 방향이 반대다. 위쪽은 바람이 동쪽으로 부는데 아래쪽은 서쪽으로 분다는 것이니, 있을 수 없는 얘기다. <그림 2>는 정말로 '옥에 티'일까?

中자가 깃발 나부끼는 모양을 그린 것이라면 결론은 뻔하다. 그러나 상형이 특정한 사물 하나를 그리는 것이지 이렇게 어떤 장면을 그리는 것은 아니라고 보면 中자의 이런 상형설은 허점을 안고 있다.

여기서 지난 회에 다룬 巾(건)자를 다시 끄집어내보자. <그림 4>는 冂 부분이 거의 원 모양인데, '거의'가 아니라 '완전히' 원 모양인 것이 中자다. <그림 3>이 그것이다. 초기 한자에서는 직선과 곡선이 명확하게 구분되는 것이 아니었기 때문에 네모꼴이나 동그라미는 같은 것이었다.

그러면 <그림 1, 2>의 '깃발'은 무얼까? 巾의 본래 모습이 申(신)이었고 申의 초기 모습은 <그림 5>처럼 S자 곡선에 위-아래로 가지가 쳐진 것이었다. 깃발 부분은 그 가지가 변한 것이다. 따라서 본래 모습에서 일탈한 것은 <그림 2>가 아니라 오히려 <그림 1>이다. 그리고 中은 깃발 나부끼는 모습을 그린 글자가 아니라 申의 변형이다. <그림 2>야말로 통설이 틀렸다는 것을 보여주는 증거고, <그림 1> 형태의 갑골문이 많다는 사실은 갑골문 시대에 이미 본래 모습을 잃어버리고 깃발을 그렸다는 '오해'만 남아 있었다는 얘기다.

屯(둔)은 새싹이 땅을 뚫고 돋아나는 모양을 그린 것이라고 한다. 그러나 믿기 어려운 '장면 상형'인데다 <그림 6>을 봐도 자의적인 설명이라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금문인 <그림 7>은 더욱 멀다. 소전체인 <그림 8>을 보면 그것이 中자와 비슷한 모습임이 눈에 들어오고, 비로소 그 이전의 <그림 6, 7>에서도 中이나 그 뿌리인 串(관) 같은 글자를 떠올릴 수 있다.

屯에는 '모이다' '가득 차다'의 뜻이 있는데, 中에도 이런 뜻이 있다. 그러고 보니 지금의 屯은 中자의 아랫부분을 구부린 모습에 불과하다. 屯은 中의 변형인 것이다.

'채우다'인 充(충)은 育(육)의 생략형과 人의 변형인 儿을 합친 글자라고 하는데, 믿기 어렵다. 育와 儿의 의미를 充의 의미와 연결시키기도 어렵다. 윗부분이 子(자)를 가꾸로 한 글자라는 얘기도 있지만 어설프다. 그렇다면 다른 글자의 변형일 가능성이 있고, '가득 차다'의 뜻이 中-屯과 연결되는 게 눈이 띈다. <그림 8> 같은 屯의 모습에서 아래 굴곡진 부분이 儿의 두 획으로 분리된 듯하다.

<그림 9>의 允(윤) 역시 厶(사)와 儿의 두 부분으로 나눌 수 있을 듯하지만, <그림 6> 같은 屯의 모습과 비슷하다. 允은 갑골문에서 점괘가 맞았는지 확인하는 기사에 '과연' 정도의 의미로 쓰여 매우 자주 나오는 글자인데, 상형을 전제로 고개를 숙인 모습에서 공손함과 진실됨을 나타냈다고도 하고, 고개를 끄덕이며 '믿는다'는 뜻을 표시한 것이라고도 한다.

그러나 이는 주관적인 판단들이다. 允에는 '미덥다'의 뜻이 있는데, 中의 '맞추다'와 연결되는 의미다. 갑골문의 '과연'은 부사적 용법으로 해석한 것이지만, '점괘가 맞았다'의 동사적 용법으로 보면 더욱 깔끔한 해석이 된다. 글자 모양은 充의 윗부분이 더욱 간단해진 것으로 보면 된다.

允의 '미덥다'라는 뜻과 '윤'이라는 발음을 똑같이 지니고 있는 것이 尹(윤)이다. 보통은 손(⺕)에 무언가를 잡고 있는 모습으로 보는데, 그것을 붓으로 보아 '관리'의 뜻을 끌어내기도 하고 지휘봉이나 권력을 상징하는 어떤 물건으로 보아 '씨족장'을 뜻한다고도 한다.

그러나 이는 후대의 변형된 모습에 바탕을 둔 해석이다. 의미·발음이 允과 똑같다는 점 외에, 글자 모양이 屯과 비슷한 점이 주목된다. 屯의 乚 부분을 丨으로 펴놓고 왼쪽으로 90도 돌리면 바로 尹자가 된다. 尹=允=屯으로 볼 수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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