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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화 전도사' 부시?…중동 순방에 아랍권 '분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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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화 전도사' 부시?…중동 순방에 아랍권 '분노'

하마스 "우리가 60년 흘린 피 축하하러 왔나"

조지 W. 부시 대통령이 민주주의 전도사와 평화해결사를 자처하며 나선 중동 순방이 중동의 내전 위기를 부추기는 여정이 되고 있다는 비난을 사고 있다.

이스라엘 건국 60주년을 맞은 14일(서양력 기준) 부시 대통령은 텔아비브에 도착한 뒤 중동 지역 국가들의 민주화 개혁에 긍정적인 입장을 표했다.

부시 대통령은 이날 시몬 페레스 이스라엘 대통령과의 회담에서 "60년 전을 되돌아보면 당시 이스라엘이 이 같은 민주화 번영을 이뤄낼 것이라 예측하기 어려웠다고 생각한다"며 "미국은 우리의 강력한 동맹국이자 친구인 이스라엘을 지원할 것이며 동시에 희망적인 미래를 함께 논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말했다.

부시 대통령은 또 자신의 임기 중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의 평화협정이 타결될 것이라고 낙관했다. 페레스 이스라엘 대통령 역시 "우리는 팔레스타인과 함께 공존하기를 원한다"며 부시 대통령의 낙관론에 화답했다.

하지만 정작 콘돌리자 라이스 미 국무부 장관은 전날 이-팔 평화협정이 앞으로 8개월 내 타결되는 것에 대해 "불가능하진 않지만 실현 가능성은 낮다"고 밝혀 부시 대통령의 발언은 외교적 수사에 가까운 것으로 치부되고 있다.
▲ 팔레스타인 어린이들이 히틀러를 연상시키는 부시 대통령의 초상화를 들고 반 이스라엘 구호를 외치고 있다. ⓒ로이터=뉴시스

하마스 "부시, 우리가 60년 간 흘린 피 축하하러 왔나"

오히려 부시 대통령의 이스라엘 방문은 아랍권의 분노를 불러일으키고 있다. 팔레스타인의 무장정파 하마스의 마흐무드 알자하르 지도자는 이날 가자지구에서 열린 집회에서 "부시의 방문을 용인할 수 없다"며 "그는 우리가 60년 간 흘린 피를 축하하고, 우리에게 더 많은 고통을 주라고 이스라엘을 독려하기 위해 왔다"고 비난했다.

팔레스타인 사람들은 이스라엘 건국 다음날인 15일을 '나크바(재앙의 날)'로 기념하며 지금까지 400만 명이 넘는 난민이 발생한 비극을 되씹고 있다.

아랍권 지도자들도 나크바의 날을 맞아 이스라엘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아흐메드 아불가이트 이집트 외무장관은 "나크바의 날은 난민 신세로 전락하고, 토지와 자유를 강탈당한 사람들의 비극이 시작된 날"이라고 지적했고, 아므르 무사 아랍연맹 사무총장은 "팔레스타인인들이 겪은 나크바는 2차 세계대전 이후 최악의 인종청소 사건"으로 규정했다.

마무드 아마디네자드 이란 대통령은 "시오니스트 정권은 죽어가고 있다"며 나크바의 날을 맞는 팔레스타인인들을 위로했다. 아랍권 지도자 중에는 호스니 무바라크 대통령만 이스라엘 지도자들에게 건국 60주년을 축하하는 메시지를 보낸 것으로 알려졌다.

팔레스타인인들은 15일 요르단강 서안과 가자지구에서 나크바의 날 60주년을 기념하는 행사를 개최하고, 팔레스타인 난민들이 많이 거주하는 요르단과 레바논에서도 반 이스라엘 시위가 펼쳐질 예정이다.

부시 "헤즈볼라 무장 해제 위해 군사지원 용의"

특히 레바논에서는 부시 대통령이 이스라엘 방문을 앞두고 한 발언으로 긴장이 고조되고 있다. 지난 12일 부시 대통령은 이스라엘 <채널10>과의 인터뷰에서 "이란의 지원을 받는 헤즈볼라가 민주주의가 싹트고 있는 레바논에서 벌이고 있는 짓을 보라"면서 이란을 '중동평화의 최대 위협'이라고 비난했다.

부시는 또 중동의 위성방송 <알아라비아>와의 인터뷰에서는 레바논 사태의 해결을 위한 미국의 군사행동 가능성에 대해서 "항상 그런 옵션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또한 부시 대통령은 영국 <BBC>방송과의 인터뷰에서 "헤즈볼라가 레바논 국민과 맞서 국가를 불안하게 만들고 있다"면서 "시아파 무슬림 무장세력인 헤즈볼라의 무장 해제를 돕기 위해 레바논 군대를 지원할 준비가 돼 있다"고 말했다.

레바논에서는 지난주 수도 베이루트 한복판에서 친미 정부 편에 선 민병대와 반미 무장정파 헤즈볼라 사이에 시가전이 벌어져 80여 명이 사망하는 등 내전 위기로 치닫다가 중립을 유지해온 군부의 중재로 일단 진정 기미를 보이고 있었다.

내전 위기 못벗어나는 레바논

따라서 레바논 사태를 겨냥한 부시 대통령의 잇딴 발언은 레바논 정부 지지세력과 헤즈볼라를 중심으로 한 반정부 세력 간 충돌을 다시 부추기는 작용을 할 것이라는 우려를 자아내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부시 대통령이 레바논 정부에 대해 적극적인 지원 의사를 강조한 것은 헤즈볼라가 베이루트에서 힘을 과시해 레바논 정부를 지지해온 미국에 큰 타격을 입혔다는 평가에 자극받은 것으로 해석되고 잇다.

일단 레바논 정부는 14일 그동안 내전 위기를 초래한 헤즈볼라에 대한 정부 조치들을 철회했다. 헤즈볼라가 자체적으로 운용하는 통신망을 불법화하려는 계획과 헤즈볼라를 위해 활동했다는 이유로 해임된 와피크 샤키르 베이루트 공항 보안국장을 복직시키겠다는 군부의 중재안을 정부도 받아들인 것이다.

헤즈볼라 지도자 하산 나스랄라는 지난 7일 정부가 헤즈볼라를 압박하는 조치를 취하려고 하자 즉각 "전쟁을 선포한 것과 마찬가지"라며 지난 90년 내전 종식 후 처음으로 무장대원을 거리로 보내 시가전을 펼치도록 한 바 있다.

헤즈볼라는 불과 이틀만에 수도 베이루트를 장악할 정도의 막강한 군사력을 과시한 뒤 군부의 중재를 받아 들이는 모양새를 취하며 철수했다. 헤즈볼라는 지난 2006년 이스라엘과의 전쟁에서도 사실상 승리를 거두고, 레바논 정계에도 진출해 있다.

하지만 레바논은 여전히 내전 위기가 상존하고 있다. 레바논 정계는 2005년 2월 라피크 하리리 전 총리가 암살된 뒤 이른바 '3·14연합'으로 불리는 친미 정부·여당 세력과 '3·8연합'이라는 이름이 붙여진 야권으로 양분됐다.

3·14연합은 이슬람 수니파와 기독교 온건파, 레바논 내 소수민족인 드루즈계로 구성돼 있으며 미국 사우디아라비아 등의 지원을 받고 있는 반면, 3·8연합에는 헤즈볼라를 비롯한 이슬람 시아파 세력과 기독교 강경파 세력이 참여했으며 시리아와 이란의 지지를 받고 있다.

1943년 프랑스에서 독립한 레바논은 그동안 대통령은 기독교, 총리는 이슬람 수니파, 국회의장은 시아파가 나눠 맡는 등 종교 세력 간 '안배주의' 원칙에 따라 정국을 운영해 왔다.

하지만 점차 세력이 커지는 시아파는 '거부권' 확보가 가능한 각료 자리의 3분이 1 이상을 자신들에게 할당하고 조기 총선을 실시할 것을 요구하며 정국 운영에 협력하지 않고 있어 정국 불안은 언제 해소될지 모르는 실정이다.

이 때문에 지난해 11월 임기가 끝난 에밀 라후드 레바논 대통령의 후임자를 선출하기 위한 의회 소집이 18차례나 무산되는 등 레바논 정국은 혼란을 거듭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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