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쫓겨난 이들의 특별한 성탄절, "예수의 평화는 어디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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쫓겨난 이들의 특별한 성탄절, "예수의 평화는 어디에…"

[현장] 대한문 옆 농성촌서 성탄 미사·예배 잇따라 집전

지난 25일 천주교 정의구현사제단과 정의평화를위한기독인연대는 '함께 살자! 농성촌'과 함께 서울 대한문 앞에서 각각 성탄 미사와 연합 예배를 열고, 쌍용자동차 정리해고 사태와 제주 강정마을 해군기지 등의 원만한 해결을 기원했다. 이날 행사에는 영하 6도의 추운 날씨에도 300여 명이 참석해 성탄 인사를 주고받았다.

미사는 오후 12시 천주교 서울대교구 빈민사목위원회 위원장 임용환 신부의 "빈민 성탄 축하드린다"는 말과 함께 시작됐다. 그는 "예수의 평화와 생명이 우리와 함께하길 빈다"며 "지금 느껴지는 추위가 꼭 계절 때문만은 아닌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예수님 평화가 이 땅에서 실현될 수 있도록 모든 고통 받는 분들을 기억하자"고 말했다.

▲ 25일 천주교 정의구현사제단과 '함께 살자! 농성촌'은 서울 대한문 앞에서 정오 성탄 미사를 열고, 쌍용자동차 정리해고 사태와 제주 강정마을 해군기지 등의 원만한 해결을 기원했다. ⓒ뉴시스

강남구청 철거사업으로 30여 년 된 터전에서 쫓겨난 넝마공동체(빈민 자활공동체) 주민 40여 명도 이 자리에 참석했다. 김덕자 넝마공동체 대표는 "추운 날씨에 거처를 찾아 이곳저곳을 다니느라 지친다"며 "넝마공동체에 많은 관심을 모아달라"고 호소했다.

용산참사 유가족 전재숙 대표는 "여기 신부님들 덕택에 2009년 참사 이후로 지금까지 버틸 수 있었다"며 "앞으로도 용산참사 진상규명을 위해 계속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쌍용자동차 해고자 김정욱 씨는 송전탑 위에서 고공 농성을 이어가고 있는 현대차 사내하청 노동자들과 쌍용차 해고노동자들을 향한 관심을 촉구했다. 김 씨는 "잠시만 바깥에 서 있어도 손끝 발끝이 아리고 추운데, 송전탑 위에서 고공 농성을 하는 사람들도 상당히 추울 것"이라며 "송전탑 위에 오른 쌍용차, 현대차 노동자들이 무사히 내려올 수 있도록 연대를 이어달라"고 말했다.

탈핵 마을 고이지선 국장은 대선 이후 경남 밀양과 청도에서 송전탑 건설을 반대하고 있는 지역주민이 절망하고 있다는 소식을 전했다. 그는 "지역주민은 당장 내일이라도 송전탑 건설 공사 재개될까 불안해하고 있다"며 "송전탑과 핵발전소 건설로 삼성 등 대형 건설사들은 이득을 챙기고, 아무 잘못 없는 지역주민은 불안에 떨어야 하는 것은 비민주적"이라고 말했다.

'함께 살자! 농성촌'은 쌍용자동차 해고노동자, 용산참사 유가족, 제주 강정마을 주민, 핵발전반대 지역주민 및 활동가 등으로 구성돼 있다. 이들은 △정리해고 철폐 △ 비정규직 철폐 △ 제주해군기지 건설 백지화 △용산참사 진상규명 △ 핵발전 폐기 △4대강 원상회복 등을 요구하며 대한문 옆에서 44일째 농성을 이어오고 있다.

오후 3시에는 정의평화를위한기독인연대(목사 진광수)가 같은 장소에서 성탄예배를 열었다. '2012 고난받는 이들가 함께하는 성탄절 연합예배'라는 제목으로 열린 행사는 각종 문화공연과 함께 1시간여 진행됐다.

▲ 25일 오후 3시 정의평화를위한기독인연대(목사 진광수)가 서울 대한문 앞에서 성탄예배를 열었다. ⓒ뉴시스

천주교 서울대교구 빈민사목위원회, "가난한 이들을 위한 정책 펼쳐야"


한편, 올해로 설립 25년을 맞은 천주교 서울대교구 빈민사목위원회는 "지금이 바로 그때다"라는 제목의 성탄 메시지를 발표했다. 위원회는 1987년 '가난한 사람에 대한 우선적 선택'을 설립정신으로 교육, 보건, 청소년, 주거권, 협동조합, 실업극복, 대사회·교회 빈민 운동 등을 벌여왔다.

위원회는 "예수님께서는 가난한 사람들과 당신을 동일시했다(마태25,40)"며 "우리는 가난한 이들을 찾고 돌보아야 할 뿐 아니라, 가난의 상황을 복음의 힘으로 복음화해야 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자살률 1위라는 불명예는 지금 가난한 사람들의 현실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며 "그럼에도 국가는 아직도 있는 사람만을 위한 정책을 펴고, 교회는 가난한 사람에게 높은 문턱을 유지하고 있다"고 전했다.

위원회는 "정부는 이제라도 가난한 이들을 위해 서민주거안정, 골목상권 보호, 강제퇴거 금지, 자연파괴 중단, 국민기초생활보장법 현실화 등 정책을 펼쳐야 한다"며 "가난한 노인과 여성, 아동, 청소년 등이 살아야 전 국민과 나라가 살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빈민사목위원회는 지금까지 그랬던 것처럼, 앞으로도 가난한 사람들의 목소리가 되어 그들이 좀 더 하느님의 모상을 닮은 인간으로 살아갈 수 있도록 힘쓰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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