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丹(단)/靑(청)/冬(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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丹(단)/靑(청)/冬(동)

[한자가 그렇게 만들어졌다고?] <37>

인간은 예로부터 長生不死(장생불사)를 꿈꿨다. 중국을 통일한 秦始皇(진시황)은 정치적인 성취 이후, 새로운 목표로 장생불사를 꿈꿨다. 이를 이뤄줄 靈藥(영약)을 찾기 위해 서복(徐福, 徐巿이라고도 함)을 우리나라에 보냈으나 허탕을 쳤다는데, 도교 계통에선 여러 가지 광물들로 그런 영약을 만들어낸다고도 한다. 그것이 바로 丹藥(단약) 또는 仙丹(선단)이다.

그 원료는 丹砂(단사) 또는 朱砂(주사)라고 하는데, '붉다'의 뜻인 丹(단)은 바로 그 朱砂를 캐내는 광산을 그렸다고 한다. <그림 1>에서 가운데 점이 그 광물을 나타낸 것이고 바깥 테두리는 광산인데, 이 바깥 부분을 井(정)자로 보아 수직 갱도로 설명하기도 한다.

그러나 井에 점을 하나 더한 丼은 井의 이체자다. 丹은 丼이 조금 다르게 정리된 것일 뿐이니, 丹 역시 井의 이체자일 뿐이며 '붉다'라는 뜻은 가차로 봐야 한다. 丹은 井의 두 이체자 丼과 开을 절충한 듯한 모습에 불과하다. 갱도니 단사니 하는 것은 글자 속에 있는 것이 아니고 해석자들의 머릿속에만 있는 얘기다.

靑(청)은 모양이 약간씩 변했지만, 윗부분이 生(생)이고 아래는 丹(단)이다. <그림 2>를 보면 확연하다. 구성 요소는 이렇게 분명한데 유래 설명이 이상하다. 丹을 의미와 연결시켜, 이것이 광물을 캐내는 광산을 나타낸 것이고 그 광물 가운데 푸른빛의 것을 가리키는 글자가 靑이라는 것이다. 丹에 대한 전통적인 유래설 자체가 미덥지 못한데, 이를 빌려다 억지로 꿰맞춘 얘기니 더욱 어설플 수밖에 없다.

이를 약간 변형시켜 광물(丹)로 만들어낸(生) 푸른색이라는 설명도 있고, 오행설을 동원해 靑은 동방의 색이고 동방은 초목이 생장하기 시작하는 때를 의미한다 해서 生을 의미 요소로 보는 해석도 있다. 모두 억지로 짜낸 얘기들이다.

일단 발음을 보면 生과 丹 모두 발음기호의 가능성이 있다. 丹의 경우는 초기 한자에서 초성 ㄷ/ㅈ이 미분화 상태였음을 생각하면 된다. 그런데 丹의 '붉다'나 그 원형인 井의 '우물' 등으로 거슬러 올라가도 '푸르다'와 의미상 연결은 어렵다. 반면 生은 초목 같은 것이 살아 있으면 푸른색을 띤다는 의미에서 의미 요소가 될 자격이 있다. 生이 의미, 丹이 발음이라고 정리할 수가 있는 것이다. 丹의 원본이랄 수 있는 井의 발음이 靑과 매우 가깝고 靑 계통에 情(정)·靜(정)·靖(정) 등 아예 井과 발음이 같은 글자들이 있음이 눈에 띈다.

우리가 聲(성)의 약자로 쓰고 중국에선 아예 聲자를 밀어내고 그 간체자로 쓰는 것이 声이다. 이 글자는 경쇠라는 악기를 그린 것이라고 하는데, 세세한 기물의 상형은 미덥지 않다. 磬(경)이라는 2차 파생자가 '경쇠'의 뜻인 데서 착안한 얘기인 듯하지만, 글자 모양이 전체적으로 靑과 닮아 그 변형인 듯하다. 聲·磬의 발음기호인 殸(경)은 靑이 발음, 殳(수)가 의미인 형성자가 되는 것이다.

冬(동)은 지금 모습으로는 夂(치)와 冫(빙)의 결합이다. 그러나 이런 구조는 변형의 결과로 보인다. <그림 3>이 그 갑골문이라 해서 이를 중심으로 해석들을 한다. 실 양쪽 끝에 매듭을 지은 모양이라거나, 나뭇가지 끝에 매달린 '마지막 잎새'나 마지막 과일이라고도 하고, 발꿈치 모양이라고도 한다.

그러나 이 모습보다는 <그림 4>의 금문이 지금 모습과 가깝다. 冫 부분이 빠진 형태인데, 丹에서 점 부분을 조금 복잡하게 꾸며 놓은 것으로 보인다. 결국 冬은 夂 형태로 변한 발음기호 丹에 '춥다'는 뜻의 의미 요소 冫을 붙여 만든 형성자인 것이다. <그림 3>도 조금 멀어 보이기는 하지만 丹 또는 그 원본인 行과 비슷한 필획에서 변했을 가능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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