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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 "'광우병 드라마' 연출한 사람 찾아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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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 "'광우병 드라마' 연출한 사람 찾아내라"

부실한 쇠고기 협상 지적은 없이 '괴담' 공격만

7일자 조·중·동을 보면 한 장군이 병사들을 데리고 산 정상에 올랐다가 "이 산이 아닌가보다"라고 했다는 오래된 농담이 떠오른다. 지난주 시민들의 미국산 쇠고기 수입 반대 촛불집회를 반미단체들의 선동이라며 매도하고 나섰던 이들 신문은 '인터넷 괴담'으로 과녁을 바꿔 연일 공세를 펼치고 있다.

2002년 미군 장갑차 여중생 살인사건까지 들먹여가며 소위 '친북반미단체'의 선동을 경고해왔지만 진중권 씨의 지적처럼 "반이(反李)는 있으되 반미는 없는" 현실을 뒤늦게 알아차린 탓이다. 물론 각 사설을 통해 '괴담의 배후를 캐야 한다'고 촉구하는 것을 보면 여전히 '미국산 쇠고기 수입 반대 움직임을 물밑에서 주동하는 것은 친북반미세력이다'라는 주문을 스스로 걸고 있는 듯하다.

근거없는 '인터넷 괴담'이 유포되는 것은 물론 문제다. 미국산 쇠고기의 광우병 위험에 대한 정확한 지적까지 가릴 수 있고 이번 사태에서 가장 중요한 문제인 정부의 굴욕적이고 안이한 협상 태도나 검역 주권의 문제, 국민 건강권에 대한 지적 등 핵심적인 문제를 오히려 '물타기'하는 셈이된다.

그러나 한발 뒤로 물러나 보면 이러한 괴담이 유포되는 것 자체가 국민의 생명권과 밀접한 관련을 가진 '먹거리' 문제에 국민이 느끼는 위협감이 얼마나 높은지를 보여주는 것이다. 이명박 정부가 '억지 논리'를 들이대 괴담의 유포자를 잡아들인다면 이토록 높아진 국민의 불안감이 줄어들까? 그렇지 않을 것이다.

입만 막으면 끝?

<조선일보>는 여전히 정부의 홍보 탓과 인터넷 괴담 탓을 했다. 문제의 핵심인 안전성이 확보되지 않은 미국산 쇠고기를 전면개방한 한미 쇠고기 협상에 대한 지적은 일언반구 나오지 않았다. 국민의 입만 틀어막으면 된다는 논리다.

이 신문은 "광우병 괴담은 초고속 李 정부 대처는 소걸음"이라는 1면 머릿기사에서 "인터넷을 중심으로 떠돌고 있는 광우병 괴담으로 미국산 쇠고기에 대한 밑도 끝도 없는 불안감이 아직도 많은 국민들을 사로잡고 있는 상황인데도, 이에 대한 정부의 대응은 여전히 우왕좌왕하며 뒷북 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며 이번 논란이 단지 '정부가 홍보를 못했기 때문'으로 돌렸다.

또 이 신문은 "청소년 꼬드기는 '광우병 문자 괴담' 진원지 찾아내야" 사설에서 "자신들의 정치적 목적을 위해 청소년들에게 유언비어를 뿌려 꼬드기는 세력이 있다면 반드시 찾아내 그에 따른 응분의 책임을 물어야 한다"며 "그러면 요 며칠의 어처구니 없는 '광우병 드라마'를 막 뒤에서 감독하고 연출하는 사람들의 정체도 드러나게 될 것"이라고 다시 '음모론'의 각을 세웠다.

<중앙일보>는 이날 '공포의 전염을 부추기는 대중선동'이라는 김종수 논설위원의 칼럼에서 "국민 건강이야 말로 확률의 문제"라며 "미국인들은 대략 1억 분의 1쯤 되는 광우병 발병 확률 때문에 쇠고기를 치운 적이 없다"고 주장했다.

이어 그는 지난 한미정상회담에서 이명박 대통령이 저녁 메뉴로 '이왕이면 32개월짜리 몬테나산 쇠고기로 하자'고 제안했다는 일화를 들면서 "세상에 어떤 정신나간 지도자가 국민을 위험에 빠뜨리는 것도 모자라 스스로 광우병에 걸릴 위험을 자초하겠는가"라고 강변하면서 "정히 대통령도 미덥지 못하다면 미국산 쇠고기를 먹지 않으면 그만이다"라는 '이명박 식 논리'를 내세웠다.

<동아일보>는 이날 사설에서 '유언비어, 거짓말, 미신에 포위된 나라'라는 사설에서 "정부의 권위는 물론 신뢰할 만한 집단과 세력이 허물어진 것도 유언비어와 거짓말을 확산시키는 주요인이 되고 있다. '광우병' 괴담'의 혹세무민도 그 연장선상에 있다고 할 수 있다"고 했다.

이 신문이 이 문장 앞에 단 "우리 사회에서 10년 동안 좌우 이념 대결이 심해지면서"라는 엉뚱한 전제를 뺀다면 맞는 말이다. 그러나 <동아일보>의 지적대로 정부의 권위와 '사회적 신뢰'를 무너뜨린 것은 과연 누구인가? 미국산 쇠고기의 광우병 위험은 덮어놓고 수입 협상 체결부터 서두른 정부이고 과거엔 '광우병 위험'을 앞장서서 지적하다가 정권이 바뀌었다고 '광우병은 그리 위험하지 않다'고 입장을 바꾼 보수신문이 아닐까.

'조중동 괴담'?

이들 신문은 '인터넷 괴담'을 비판하면서도 한편으로는 미국산 쇠고기 수입을 위한 또다른 '괴담'을 만들어내는 분위기다.

<중앙일보>는 이날 사설에서 "민주당은 '쇠고기 협상 무효화 특별법안'이란 해괴한 무기까지 들이댈 태세다"라며 "세계13위 경제대국이며 글로벌 선진국을 지향한다는 나라가 다른 나라와 맺은 협상을 국내법을 이유로 일방적으로 무효화 한다는 발상이 어디서 나왔는지 궁금할 뿐"이라고 했다.

'세계 13위 경제대국이며 글로벌 선진국을 지향하는 나라'라면 다른 나라와의 협상이 국민의 생명권보다 앞서야 하는 것인지도 의문이지만 헌법재판소 판례에 따르면 미국과의 광우병 검역 합의는 국내법에 우선하지 않는다. 송기호 변호사는 "미국과의 검역 기준 합의는 선언적인 것이며 국제법적 효력도 없다"고 봤다.

또 이날 <조선일보>와 <동아일보>는 "프레온은 고열에서 파괴된다"는 주장도 내놨다. <동아일보>는 홍찬식 논설위원의 칼럼에서 '인터넷 괴담'을 반박하면서 "프리온은 변형 단백질로 병원균도 아닐뿐더러 고열에서 파괴되지 않는다는 주장도 사실과 다르다"고 했다.

<조선일보>도 "'국민들에게 먹고 죽으라는 것'…일부 방송 불안감 조장" 기사에서 KBS 방송내용을 반박하면서 농수산식품부의 해명을 받아 "프리온은 133도 3기압(압력밥솥 정도)에서 30분 가열하면 없어진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3년 전 <조선일보>가 직접 보도한 것처럼 "변형된 프리온은 소독약이나 자외선은 물론 방사선을 쪼여도 파괴되지 않는다"(2002년 4월 22일자 보도)는 것이 전문가들의 일반적인 견해다.

<조선일보> 이날 보도의 근거가 된 농림수산식품부도 전날 '광우병 괴담 10문 10답'을 내놓으면서 '프리온은 600도 이상의 고열에서도 파괴되지 않는다'는 지적에 공식 반박하지 못했다. 다만 "프리온은 병원균이 아니라 단백질이 변형된 것이며 특정 부위만 제거하면 안전하다"고 해명했다.
▲ 농림수산식품부 홈페이지에 올라온 '광우병 괴담 10문 10답'의 일부ⓒ농림수산식품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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