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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클론보다 무서운 버마 군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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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클론보다 무서운 버마 군정

사망· 실종 6만 명 넘어도 영구집권 획책에 전념

사이클론이 강타한 버마(미얀마)에서 사망자와 실종자를 합한 인명피해가 6만3000명을 넘어선 것으로 알려졌다. 버마 국영 TV는 "6일 정오 현재 이라와디 지방에서 2만1793명이 숨지고 4만695명이 실종됐으며 양곤 지방에서는 사망 671명, 실종 359명, 부상 670명으로 집계됐다"고 보도했다. 이재민은 수백만 명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버마 외무장관도 이날 국영 TV에 출연 "이라와디 삼각주의 보가레이 한 마을에서만 1만 명이 숨졌다"면서 조사가 더 이루어지면 사망· 실종자 수는 더 늘어날 전망이라고 밝혔다. 특히 사이클론의 경로인 이라와디 삼각주와 양곤을 잇는 서남부 지방 대부분의 통신이 두절된 상태여서 이들 지역에 대한 조사가 본격화하면 희생자는 더욱 늘어날 전망이다.

버마 군정과 국영언론은 지난 3일 사이클론 나르기스가 서남부 5개 지방을 덮친 직후 재난지역으로 선포한다고 밝혔으나, 이중 이라와디와 양곤의 피해 상황에 대해서만 발표하거나 보도할 뿐 다른 3개 지방은 아직까지 언급조차 없는 상태다.
▲ 사이클론에 폐허가 된 버마 최대도시 양군. ⓒ로이터=뉴시스

"인도네시아 쓰나미 때보다 더 참혹할 수 있다"

이러한 인명 피해는 2004년 말 인도네시아 강타한 쓰나미 때를 연상시킨다. 하지만 국제구호 단체 관계자들은 "이번 사태는 인도네시아 쓰나미 때보다 더 참혹할 수 있다"고 말하고 있다.

버마 군사정권이 국민의 안위에 아랑곳하지 않는 태도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인구 500만 명의 경제 중심 도시 양곤은 사이클론의 직격탄을 맞아 기능이 마비된 채 암흑 도시로 변했지만, 정부의 손길은 미치지 않고 있다.

한 주민은 미국의 <AP> 통신과의 인터뷰에서 "작년 9월 민주화 시위를 진압할 때 개미떼처럼 몰려왔던 군인들이 정작 도움이 필요한 지금은 어디에 있느냐"며 분통을 터뜨렸다.영국의 <BBC> 방송도 "피해 현장에 경찰, 군병력의 모습은 찾아볼 수 없으며, 시민들만 쓰러진 나무를 잘라 걷어 내는 등 복구에 몸부림을 치고 있다"고 전했다.

사정이 이런데도 군정은 자신들의 영구 집권을 위한 개헌 일정을 강행할 계획이라고 <AP>통신은 전했다.
군정은 오는 10일로 예정된 국민투표를 강행하겠다는 방침을 거듭 밝힌 것이다.

사이클론이 다가오고 있을 때 사전경고조차 하지 않을 만큼 국민의 안위에 전혀 관심을 보이지 않는 군정이 국가 대재난 속에서도 국민투표를 강행하려는 이유는 오히려 이런 혼란이 신헌법을 통과시키는 데 유리한 것으로 판단하고 있기 때문인 것으로 알려졌다.

투표 참가자가 적어도 과반만 찬성하면 된다는 규정을 악용해 군정은 투표를 앞두고 지지자 결집에만 신경을 쓰고 있다는 것이다. 신헌법 초안도 영구집권을 꾀하려는 의도가 역력하다. 버마는 1988년 군사정권이 대규모 민주화 시위를 무력으로 제압한 후 1974년에 제정된 헌법의 발효를 중지시켜 현재 헌법이 없는 상태다.

군정, 영구집권용 신헌법 관철에 골몰

신헌법은 상하원 의석의 25%를 군부에 할당토록 명시해 사실상 군정체제를 굳히려는 의도가 담겨있으며, 외국인과 결혼했거나 외국 국적의 자녀가 있으면 대선 및 총선 출마자격을 박탈하는 규정을 포함하고 있다. 이 헌법이 통과되면 2010년으로 예정된 총선에서 영국인과 결혼한 야당지도자 아웅산 수치 여사는 출마 자체가 원천 봉쇄된다.

그나마 버마 군정은 6일 사이클론 재난지역 일부에 대해서는 일정을 조금 늦춰주는 '아량'을 보였다. 국영 TV는 "이라와디의 7개 마을, 양곤의 40개 마을 등 사이클론으로 인해 가장 큰 피해를 당한 47개 마을의 국민투표를 24일로 연기한다"며 다른 재난 지역을 포함한 전국 대부분은 예정대로 오는 10일 국민투표가 실시된다고 보도했다.

하지만 아웅산 수치 여사가 이끄는 야당 민주주의민족동맹(NLD)은 "재난을 당한 국민의 사회적 어려움은 도외시 한 채 군정이 국민투표에만 역점을 두는 것을 도무지 받아들일 수 없다"며 국민투표의 전면적인 연기를 요청하며 반발하고 있다.

사이클론에 따른 피해가 너무 크자 군정도 이례적으로 국제사회 지원에 대해 '환영'의 뜻을 표시하기도 했다. 버마 군정이 외부 지원을 환영하고 나선 것은 전례가 없는 것으로 그만큼 상황이 심각하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버마 군정은 2004년 쓰나미가 동남아시아를 휩쓸었을 때 피해를 입었지만 국제구호단체를 스파이로 의심하면서 지원을 거부한 바 있다.

유엔 세계식량계획(WFP)의 폴 리슬리 대변인은 WFP 관계자가 군정 고위관리를 만나 음식과 식수, 담요, 비닐 등 구호품을 긴급 지원해주겠다는 제안을 하자 이를 받아들였다면서 "가능한 한 빨리 구호품이 전달될 수 있도록 준비하겠다"고 말했다.

버마에 제재조치를 취하고 있는 미국은 WFP 등 구호단체를 통해 지원하겠다고 밝혔으며 유럽연합(EU)도 200만유로(300만달러)의 긴급 구호금 지원을 약속했다. 인도와 태국 등 인접국들도 선박과 수송기 등을 이용해 식료품과 텐트, 담요, 옷 등 구호품을 지원할 계획이다.

그러나 국제사회의 지원에도 불구하고 피해 지역의 현장 접근이 어려워 구호품 전달이 쉽지 않은 실정이다. 유엔 인도주의업무조정국(OCHA)의 리처드 호세이 대변인은 AFP 통신과 인터뷰에서 전력과 통신이 두절된 것은 물론 도로마저 끊긴 곳이 많아 구호품 전달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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