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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쇠고기'를 '미선이·효순이 사건'처럼 키울 셈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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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쇠고기'를 '미선이·효순이 사건'처럼 키울 셈인가"

조ㆍ중ㆍ동, 광우병 촛불집회에 '음모론' 덧씌우기 안간힘

눈 앞의 현상을 이해하지 못하면 '음모론'을 찾게 된다. 지난 2일과 3일 2만 여명의 시민이 자발적으로 서울 청계천에 나와 미국산 쇠고기 수입 반대를 외치고 한 포털사이트에서 진행 중인 이명박 대통령 탄핵 서명운동에 100만 명이 넘는 이들이 동참했다는 사실을 <조선일보>, <동아일보>, <중앙일보> 등은 받아들이기 어려웠던 모양이다.
  
  5일자 조·중·동은 연이어 열린 촛불집회를 두고 다양한 '음모론'을 펼쳤다. 중·고등학생이 시위의 중심이 되자 일부 스타들의 발언을 탓하고 '촛불집회'를 반미시위로 규정하며 일부 시민단체들의 '선동'을 상정해냈다. '민심'과 괴리된, 이들 신문의 한계를 보여주는 것이다.
  
  색깔론과 선동론으로 귀막은 조·중·동
  
  <조선일보>는 이날 "'쇠고기 시위'로 돌아온 반미 단체들"이라는 기사를 내 "촛불집회의 주최는 '정책반대 시위연대'라는 단체로, 이명박 정부의 정책에 반대하는 단체들의 온라인 연대모임"이라며 진보연대, 민주노총, 전국교직원노조, 전국농민회총연맹, 참여연대, '2mb탄핵' 투쟁연대 등을 거론했다.
  
  그 외에도 한미FTA저지범국민운동본부(FTA 범국본)에 소속되어 있는 다함께, 환경정의, 평화와 통일을 여는 사람들(평통사), 전국민중연대 등도 집회의 주최 측으로 꼽았다.
  
  이명박 정부가 촛불집회를 불법시위로 규정하고 주최 측에 대한 사법 처리를 운운하자마자 이들 단체들을 주최 측으로 지목하고 나선 것. 사실상의 '블랙 리스트'를 뽑아올린 셈이나 이날 시위에 참석한 시민들 가운데 이들 단체의 이름을 알고 있는 이들이 얼마나 될지도 의심스럽다.
  
  <동아일보>도 "진보진영 '촛불행사 조직' 反정부 투쟁 결집"이라는 기사에서 "진보진영에서는 내심 이 파동이 2002년 미군 장갑차 사고로 숨진 신효순, 심미선양 추모 시위처럼 확산되기를 기대하고 있다"며 "일부 친북좌파 성향의 단체들은 반미-반정부 투쟁으로 확대할 조짐도 보이고 있다"고 예의 '색깔론'을 폈다.
  
  <중앙일보>는 촛불집회에 참가한 이들의 상당수가 중·고교생인데 주목해 "촛불시위 60%가 중·고생…그들은 왜?", "일부 연예인 감정적 발언이 어린 팬들 자극"이라는 기사를 만들어냈다.
  
  이 신문은 상당수 가수, 탤런트. 인터넷 만화 작가 등이 '미국산 쇠고기 수입'에 우려하는 목소리를 내는 것을 두고 "스타들의 미국 쇠고기 반대론이 방송·인터넷·가요·만화 등 대중문화 전반으로 확산되는 모양새"라고 주장하면서 인터넷의 미국 쇠고기 반대론이 이들 스타들의 '선동' 때문인 것처럼 분석했다.
  
  <조선일보>, 미국산 쇠고기 반대가 '판단력 없는 미친 발언'?
  
  이들 신문의 '민심'에 대한 몰이해는 이날 사설들에서 뚜렷하게 드러났다. <조선일보>는 "정부는 '쇠고기'를 '미선이·효순이 사건'처럼 키울 셈인가"라는 사설에서 시민들의 광우병 우려를 '광기' 수준으로 몰아붙였다.
  
  이 신문은 "정부가 PD수첩 보도의 비과학적 선정적 내용을 과학적·논리적으로 반박만 했더라면 '미국의 쇠고기를 먹기보단 청산가리를 먹겠다'는 어느 탤런트의 미친 발언이 인터넷을 주름잡는 사태를 충분히 막을 수 있었다"고 했다.
  
  또 "TV 등 일부 매체가 유언비어의 소재를 제공하고 거기에 일부 선동에 쉽게 휩쓸리는 사람들, 그리고 이 사태를 반미 운동의 운동장으로 삼으려는 세력의 움직임이 합쳐져 판단력 없는 중·고교 학생들까지 촛불을 들고 거리로 밀려나오고 있다는 점에서 이번 사태는 6년 전 효순·미선양 사건과 비슷한 모습"이라고 했다.
  
  그러나 궁금하다. 과연 이번 사태에서 '판단력 없이 미친 발언'만 내놓고 있는 것은 누구인가. 이명박 정부와 보수신문인가, 아니면 촛불을 들고 청계천에 모인 시민들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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