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기자 안 해!"…기자 2명 중 1명 꼴 '전직' 고민

<신문과방송> "언론계 안에서는 방송·조·중·동으로"

한국의 기자들은 '기자 직업'에 대체로 만족하면서도 2명 중 1명 꼴로 이직이나 전직을 생각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언론재단이 발간하는 월간 <신문과방송>은 5월호에서 한국리서치에 의뢰해 7일부터 11일까지 현직 언론인 400명을 대상으로 기자의 직업 만족도 및 이·전직 의향에 관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이같이 나타났다고 밝혔다.
  
  '보수 및 복지 등 미흡', '앞으로 비전이 없어서'
  
  이 조사에 따르면 이직이나 전직 의향이 없다고 응답한 기자는 전체 기자의 55%인 반면, '의향이 있다'고 응답한 기자는 43.0%('매우 많다' 9.3% + '많은 편이다' 33.7%)에 달했다. 기자 2명 중 1명 정도는 이직이나 전직을 생각하고 있는 것.
  
  특히 방송기자들은 25.8%만이 이직 의향이 있다고 밝힌데 비해 신문기자들은 49.1%가 이직 의향이 있다고 밝혀 2배 가까이 많게 나타났다. 연령별로는 20대에서 63.6%가, 30대는 41.6%, 40대는 48.5%의 응답자가 이직 의향이 있다고 대답했다. 50대 이상에서는 28.3%만이 이직 의향이 있다고 응답해 가장 낮은 수치를 보였다.
  
  이들이 이직이나 전직을 생각하는 이유는 '하는 일에 비해 보수 및 복지 등 근무 조건이 뒤따라 주지 않아서'라는 응답이 47.1%로 가장 많았다. 이들은 '앞으로 비전이 없어서'(22.1%), '사회적 영향력이 이전보다 많이 낮아져서'(5.2%), '업무가 많아 가족이나 주위에 소홀하게 되므로'(3.5%), '전문성 등 자기 계발을 할 수 있는 기회가 적어서'(3.5%) 등도 이직 이유로 꼽았다.
  
  이직, 전직을 생각하는 이유로 '보수 및 복지 등 근무 조건'을 꼽은 기자들은 신문기자는 51.4%에 달했으나 방송기자는 28.0%에 불과했고, 20대 연령층(57.1%), 지역소재 언론사(66.2%)에서 상대적으로 높았다. '앞으로 비전이 없어서'라는 응답은 서울 소재 언론사(29.7%)에서 상대적으로 높았고 50세 이상 연령층에서는 '사회적 영향력이 낮아져서'(41.2%)라는 응답이 '보수 및 복지 미흡'과 함께 가장 높은 비율을 차지했다.
  
  반면 기자 직업에 대한 만족도는 대체로 높은 편으로 나타났다. 기자 직업에 만족한다는 대답은 63.5%('매우 만족' 6.8% + '대체로 만족' 56.8%)로 나타났고 불만족은 6.5%('별로 만족하지 않는 편' 6.0% + '매우 만족하지 않는다' 0.5%)로 나타났다.
  
  그러나 직업 만족도가 높다고 응답한 기자 중 33.5%가, 직업 만족도가 보통인 응답자 중 56.7%가 각각 이직 의향이 높다고 대답해 직업 만족도가 비교적 높음에도 기자 사회 내 이직 및 전직 분위기는 상당히 확산되어 있음을 보여줬다.
  
  기자직을 그만두고 다른 분야로 이직하는 것에 대한 기자 사회의 반응을 조사한 결과, 정치권으로 이직하는 것에 대해서는 '이해할 수 있다'가 30.3%, '유예기간 필요하다'가 50.5%였다. 출입했던 기업체로의 이직에 대해서는 '이해할 수 있다'가 35.5%, '유예기간 필요하다'가 48.3%를 기록했다.
  
  "방송사와 메이저 신문사로의 전직 추세"
  
  한편, <신문과방송>은 작년 이후 10개 전국 일간지, 지상파 방송 3사 등 20개 언론사에서 이직이나 전직한 기자 205명의 이력을 추적했다.
  
  이들 중 신문사를 떠난 기자는 193명, 방송사를 떠난 기자는 12명으로 이직·전직 기자의 절대 다수가 신문기자였다. 매체별 이직 및 전직 기자 수는 한국일보가 35명(17.1%)으로 가장 많았고 조선일보가 25명, 문화일보 18명, 세계일보 14명 순으로 나타났다.
  
  이 중 정·관계, 일반기업 등 타 업종으로 이직한 기자는 137명(66.8%)으로 언론계 내에서 전직한 68명(33.2%)보다 2배 정도 많았다. 타 업종으로 이직한 기자 137명 중에서는 정·관계로 옮긴 기자가 40명(19.5%)으로 가장 많아 직장을 옮긴 기자 5명 가운데 한 명 꼴로 나타났다. 다음은 기업체로 옮긴 기자가 22명, 학업이 19명, 포털·개인 사업 각 10명 등이었는데 '네이버'로 옮긴 기자가 9명에 달해 언론 산업의 강자로 떠오르는 포털의 위상을 보여준다는 분석이다.
  
  연령별로는 5년차 이상 기자의 이직이 42.9%로 가장 많았으며, 차ㆍ부장급 기자의 경우 정ㆍ관계로의 진출이 두드러졌다. 5년차 미만의 기자들은 대부분(80%) 언론계 내에서 자리를 옮겼다.
  
  언론계 내 전직의 경우를 보면 한국방송(KBS)으로 이동한 기자가 18명으로 가장 많았고 신문 중에서는 동아일보사로 옮긴 기자가 9명으로 가장 많았다. 이외에 문화방송(MBC)이 5명, 중앙일보사 4명, 매일경제신문사 3명, 조선일보사 2명 순이었다.
  
  <신문과방송>은 "KBS와 동아일보로 옮긴 기자가 상대적으로 많은 이유는 정기적으로 경력기자 공채를 하고 있는 양사의 채용 시스템으로 인한 측면이 크다"고 설명했다. 이 잡지는 이어서 "그러나 방송사와 메이저 신문사로의 이동이 추세인 것만은 분명해 보인다"며 "언론사로 옮긴 68명 중 방송이 29명, 조선·중앙·동아가 15명으로 44명에 달하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