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신문법, 방송법, 언론중재위법, 뉴스통신진흥법, 방송문화진흥법 등 미디어 관련 법안을 이르면 9월 정기국회에서 일괄 개정하도록 추진하겠다고 밝힘에 따라 언론계의 우려가 커지고 있다.
신재민 문화체육관광부 제2차관은 25일 제주에서 한국언론학회, 방송학회 등 4개 학회가 공동 주최한 학술세미나 축사에서 "공영방송의 소유 형태, 신문·방송 겸영, 방송·통신 융합과 같은 문제를 하나씩 고치는 것은 불가능하기 때문에 미디어 관련법을 모두 한 테이블 위에 올려놓고 개정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이르면 9월 정기국회에서 일괄 개정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신 차관은 "현 언론의 법과 제도는 5공화국 시절 '당근과 채찍' 원칙에 의해 만들어진 잔재가 많이 남아 있다"며 "새 정부는 언론에 대해 시장 원리에 벗어나는 규제도 하지 않겠지만 어떤 형태의 지원도 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신 차관은 '언론계 5공 청산'이라는 자신의 발언을 27일 <동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1980년 5공 정권이 들어선 이후 한국방송(KBS) 2TV가 생기는 등 언론 통폐합이 있었다"며 "현재 문화방송(MBC)의 소유 구조도 5공때 탄생했다"고 부연했다.
특히 그는 MBC를 겨냥해 "MBC 문제는 구성원의 생각도 중요하지만 국민의 의견, 전문가의 이야기도 들어보고 결정해야 한다"면서 "공영방송을 원한다면 공사 형태로 가서 광고를 줄이고 공공성을 강화하든지, 민영방송을 원한다면 확실하게 시장으로 가는 식으로 소유 구조 선택을 명확히 할 필요가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또 그는 '시장주의' 원리를 앞세워 조선일보, 중앙일보, 동아일보 등 거대 신문들이 추진하는 '복합 미디어 그룹' 탄생은 적극 지원하는 반면 중소매체는 시장에서 퇴출하겠다는 의지도 밝혔다. 그는 세계적인 미디어 경쟁에 우리만 뒤처지지 않게 신문, 방송, 통신, 자본 간에 가로막힌 벽을 단계적으로 완전히 제거해 나가겠다"며 "강력한 자본력과 세계적인 경쟁력을 갖춘 큰 미디어 그룹이 탄생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지난 정부에서는 여론의 다양성을 위해, 죽어가는 매체를 살리는 데 정책의 초점을 맞췄다"면서 "그러나 현재 시급한 것은 언론의 난립을 해소하는 문제"라고 주장했다. 그는 "시장에서 선택받지 못한 매체는 자유롭게 퇴출될 수 있도록 하는게 맞다"며 각종 중소언론을 위한 지원을 폐지할 방침임을 밝혔다.
"미디어 모든 영역의 연대 투쟁을 보게 될 것"
이에 대해 언론·시민단체에서는 '이명박 정부식 밀어붙이기 정책을 언론정책에도 적용하겠다는 것이냐'며 우려의 목소리가 내고 있다.
민주언론시민연합 김유진 사무처장은 "지금의 방송 구조를 시장 논리로 재편하기 위해 대단한 개혁인 양 '5공체제 극복'이라 표현하는 것은 그야말로 말장난에 불과하다"며 "문제는 방송 영역, 특히 지상파 방송에서 최소한 지켜야 할 공공성을 어떻게 보장해줄 것인가가 핵심"이라고 했다.
김유진 사무처장은 "미디어 관련법을 일괄처리하겠다는 발언도 전형적인 이명박 정부의 밀어붙이기식 발상에 불과하다"면서 "이것은 가능하지도 않을 뿐 아니라 오히려 모든 영역이 연대해 엄청난 반발을 불러일으키는 결과만 낳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언론노조 신삼수 정책실장도 "여론 다양성을 후순위로 미루고 난립성 해소 운운하는 발상 자체가 이명박 정부 특유의 기득권 중심 사고에서 출발한 것"이라면서 "특히 거대 여당을 차지한 상황에서 자기들 입맛대로 정책을 추진할 때 이를 비판할 언론의 설 자리를 주지 않겠다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그는 "그래서 더욱 언론 공공성을 지키기 위한 투쟁에 열을 올리는 것 아니겠냐"며 향후 이명박 정부의 미디어 정책을 견제하는 투쟁을 강화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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