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어 백악관은 성명을 발표해 북한과 시리아의 핵협력 의혹을 기정사실화했다. 그러나 시리아는 "터무니없는 공상"이라고 일축했다.
이로써 지난 8일 '싱가포르 합의'를 계기로 돌파구가 마련된 것으로 보였던 북한 핵 프로그램 신고 문제가 미국 내 강경파들의 반발이라는 소용돌이에 빠질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 백악관 성명 - "확신한다"
백악관은 이날 데이너 페리노 대변인 명의의 성명을 내고 "우리는 다양한 정보를 토대로 북한이 시리아의 비밀스런 핵활동에 협력한 것으로 확신한다"고 밝혔다.
페리노 대변인은 "우리는 지난해 9월 6일 회복할 수 없을 정도로 손상된 (시리아의) 원자로가 평화적 목적을 위한 것이 아니었다고 믿고 있다"면서 "우리는 북한의 핵무기 프로그램과 확산활동에 대해 오랫동안 심각히 우려해 왔는데 북한과 시리아가 비밀 핵협력을 해 온 것은 그런 활동이 위험한 형태로 드러난 것"이라고 지적했다.
성명은 "우리가 이 문제를 다루기 위해 선택했던 방법 중 하나는 6자회담이라는 틀이었다"면서 "우리는 (북한의) 이런 행동과 기타 핵활동이 종식될 수 있도록 6자회담에서 엄격한 검증 메커니즘을 세우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시리아와 북한의 핵 협력설은 플루토늄 및 농축우라늄(UEP) 문제와 함께 북핵 신고의 3대 쟁점이었다. 북한은 UEP와 시리아 핵협력은 없었다는 입장을 고수했고, 그 때문에 핵 신고는 4개월 가까이 지연됐다.
이에 미국과 북한은 지난 8일 싱가포르에서 북한이 플루토늄에 대해서만 6자회담 참가국에 신고하고, UEP와 시리아 문제에 대해서는 미국에게만 간접시인하는 방식을 취하기로 합의했다.
■ CIA 브리핑과 증거물
이에 앞서 마이클 헤이든 중앙정보국(CIA) 국장은 이날 상하원 정보, 군사, 외교위 소속 의원들을 상대로 시리아 핵협력 의혹에 대해 비공개 개별 브리핑을 실시했다.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미 관리들은 원자로로 의심되던 시리아 동부 지역의 한 시설에 대한 공습 전후 비교 사진과 핵심 시설물로 보이는 내부의 사진들을 공개했다고 보도했다.
그러나 이 사진은 지난해 10월 23일 데이비드 올브라이트 과학국제안보연구소(ISIS) 소장이 공개한 위성사진과 유사한 것이다.
이 통신은 또 시리아의 핵 관련 관리와 북한 고위급 핵 전문가가 나란히 서 있는 장면이라고 미 정보 관리가 설명한 사진도 있었다고 전했다. 또 고위급 미 정보 관리들은 그 수상한 원자로들이 북한의 영변 원자로와 닮아 있다고 말했다고도 덧붙였다.
<워싱턴포스트>와 <CNN> 등 미국의 주요 언론들은 파괴 전의 시리아 핵시설 내부를 담은 비디오테이프가 정보당국의 브리핑에 포함됐다고 전했다. 결국 증거는 핵시설 관련 사진, 비디오가 전부인 셈이다.
하지만 이마드 무스타파 주미 시리아 대사는 "이건 공상(fantasy)이다. 미국 행정부는 남의 나라 (이라크) 대량살상무기(WMD)에 대해 조작된 얘기를 만들어낸 기록이 있다"며 강하게 반발했다.
■ 파장 - 시설 파괴로 진위 입증은 어려워
미 행정부가 내놓은 증거의 진위를 입증하기는 사실상 불가능하다. 북한과 시리아가 협조할리 만무하고, 시설 자체가 파괴됐기 때문이다. 따라서 미국과 북한-시리아 양측의 공방만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이날 발표에 따른 미국 내 파장은 만만찮을 것으로 보여 북핵 협상 2단계를 조속히 마무리하고 3단계로 넘어가고자 하는 부시 행정부의 발목을 잡을 가능성이 높다.
특히 이번 CIA 브리핑은 미 국무부가 주도하는 북미 협상에 제동을 걸고자 하는 강경파들의 요구에 의해 이뤄진 것으로 알려졌다. 더구나 의회 쪽 분위기가 심상치 않아 불똥이 어디로 튈지 모르는 상태다.
하원 정보위원회 공화당측 간사인 피트 호에크스트라 의원은 브리핑을 받은 후 "이스라엘의 시리아 의혹 시설에 대한 폭격이 지난해 9월 6일 이뤄졌음에도 불구하고 부시 행정부가 관련 정보를 의회에 보고하지 않는 바람에 북핵 협상에 대한 지지를 받기가 대단히 어려워졌다"고 주장했다.
호에크스트라 의원은 "부시 행정부는 의회와의 관계를 정말로 손상시켰기 때문에 혹시 6자회담에 대한 모종의 합의에 이르렀다 해도 의회를 거쳐 승인을 얻어내는걸 아주 어렵게 만들었다"고 거듭 강조했다.
■ '털고 가기' 수순일 수도
온건론도 있다. 하워드 버먼 하원 외교위원장은 이날 성명을 내고 "북한과 시리아 핵협력은 (우리를) 불안하게 만드는 일이지만 그것이 북한과의 대화를 미뤄야 하는 이유를 제공하는 것은 아니다"며 "오히려 이는 북한이 핵무기 생산과 핵 프로그램을 영원히 중단하도록 검증가능한 메커니즘을 주장하는 게 왜 중요한지를 보여주고 있다"고 지적했다.
버먼 위원장은 "최근 1년여간 미 행정부는 6자회담을 통해 한반도를 비핵화하려는 단계를 밟아왔으며, 우리는 계속해서 이 길로 나아가야 하고 북한이 여기서 떨어져 나가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따라서 일각에서는 이번 브리핑으로 부시 행정부가 단기적으로는 후폭풍을 맞을 수 있지만 길게 봐서는 시리아 문제를 '털고 가는' 수순이 될 수 있다고도 분석한다.
한편, 북한과 미국은 22~24일 평양에서 가진 싱가포르 합의 관련 후속 논의에서 핵 신고와 검증문제에 대해 심도 있게 논의해 상당한 진전을 본 것으로 알려졌다.
<백악관 성명서 전문> 오늘 행정부 관리들이 의회 위원회들을 상대로 국제적으로 중요한 관심사에 대해 브리핑 했다. 시리아 정권은 지난 2007년 9월6일까지 플루토늄을 생산할 수 있는 원자로를 동부지역 사막에 비밀스럽게 건설하고 있었다. 우리는 다양한 정보를 토대로 북한이 시리아의 비밀스런 핵활동에 협력한 것으로 확신한다. 우리는 지난해 9월6일 회복할 수 없을 정도로 훼손된 (시리아의) 원자로가 평화적 목적을 위한 것이 아니었다고 믿고 있다. 드러나지 않도록 조심스럽게 숨긴 원자로는 그러한(평화적) 목적을 위한 것이 아니었다. 시리아는 국제의무를 준수하지 않은 채 원자로 건설 사실을 국제원자력기구(IAEA)에 신고하지 않았고, (이스라엘의 공습으로) 시설이 파괴된 이후에는 신속히 증거가 될 지역을 덮어버렸다. 이런 위장은 오로지 이 원자로가 평화적 활동을 목적으로 한 것이 아니라는 우리의 확신을 더 강하게 만들었다. 우리는 IAEA에 이런 정보를 브리핑했으며 시리아 정권은 전 세계 앞에 나와 불법적인 핵활동에 대해 분명히 해야 한다. 시리아 정권은 테러를 지원하고, 레바논을 불안정하게 만드는 활동을 해왔고 외국의 전투요원들이 이라크로 들어가는 것을 허용하고 있고, 자국민을 억압하고 있다. 시리아가 국제사회와 좀 더 나은 관계를 원한다면 이런 활동에 종지부를 찍어야 한다. 우리는 오랫동안 북한의 핵무기 프로그램과 핵확산 활동에 심각한 우려를 가져왔다. 북한의 시리아와의 비밀스런 핵협력은 그런 활동을 위험성을 그대로 보여주는 것이다. 우리는 이 문제를 다루기 위한 방안의 하나가 6자 회담의 틀 속에서 이를 다루는 것이다. 이 과정을 통해 우리는 한반도의 검증 가능한 비핵화를 이루기 위해 우리의 파트너들과 협력을 하고 있다. 미국은 또 북한이 추가적인 확산활동을 하지 않도록 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우리는 그러한 행위와 다른 핵활동이 중단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6자회담의 틀 안에서 우리의 파트너들과 협력해 엄격한 검증 메커니즘을 구축할 것이다. 이 원자로 건설은 위험하고 잠재적으로 이 지역과 세계를 불안정하게 만들 수 있었다. 이런 일이 비밀리에 그리고 평화적인 핵 활동이라는 사실을 세계에 확인시켜 줄 수 있도록 하기 위해 고안된 그 절차들을 위반하고 일어날 때 특별히 더 그렇다. 이번 사태는 동일한 정권이 확산을 지원하고, 테러리즘을 후원하고, 불안정을 조장하고, 그런 일을 하기 위해서 서로 협력한다는 사실을 다시금 상기시켜주고 있다. 이는 국제사회가 이란의 핵활동과 그런 활동이 중동의 안정에 던지는 위험성에 대해 우려를 갖는 게 당연하다는 점을 강조해 주고 있다. 이러한 도전에 맞서기 위해 국제사회는 이란의 핵활동에 대응하는 유엔안전보장이사회 결의안들부터 시작해 한 걸음 더 나아가야 한다. 미국은 국제사회가 이런 중대한 지역에서 대량살상무기 확산을 방지하고 이런 활동들을 종식하기 위한 우리의 공동 노력을 배가해야 한다고 촉구한다.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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