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인화면으로
국세청장 훈계에 '머쓱해진' 주한유럽상공회의소
  • 페이스북 공유하기
  • 트위터 공유하기
  • 카카오스토리 공유하기
  • 밴드 공유하기
  • 인쇄하기
  • 본문 글씨 크게
  • 본문 글씨 작게
정기후원

국세청장 훈계에 '머쓱해진' 주한유럽상공회의소

수준 이하 질문들에 한상률 청장 '어이없네'

유럽연합 850여 개 투자기업들을 대변하는 주한유럽연합상공회의소(EUCCK)가 투자를 명분으로 국내 세정기관을 압박하는 자리를 마련했으나 국세청장으로부터 훈계만 듣는 진풍경이 연출됐다.

24일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열린 EUCCK 주최 간담회에서 한상률 국세청장은 국내 조세정책에 대한 현황을 설명하는 영어 연설문을 읽은 뒤 즉석에서 질의응답 시간을 가졌다. 연설은 10분도 되지 않은 시간에 끝난 반면 질의응답은 30분이 넘는 시간을 주최측이 할당할 만큼 이날 행사의 핵심은 유럽 기업 대표들의 질문 공세였으며, 한 청장이 이에 대해 어떻게 대응하느냐에 시선이 쏠렸다.

한 청장은 질문은 통역없이 능숙하게 소화했으며, 자세한 설명을 위해서 답변은 우리말로 하겠다고 양해를 구한 뒤 조목조목 끊어가면서 답변해 충실한 통역이 이뤄졌다.
▲ 한상률 국세청장이 24일 주한유럽연합상공회의소 주최 간담회에서 연설하고 있다. ⓒ 국세청

"업체가 원하는 시기에 세무조사를 미리 받을 수 없냐고"?

이날 유럽 투자기업 대표들의 질문 중 가장 화제가 된 것은 "세무조사 기간이 5년마다 이뤄지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업체가 원하는 시기에 받을 수 없느냐"는 질문이었다.

이에 대해 한상률 청장은 "세무조사가 5년마다 이뤄진다는 것은 잘못된 정보"라고 지적한 뒤 "납세성실도에 따라서 성실도가 높으면 10년이나 15년이 돼도 조사를 안 받는 경우도 있고, 성실도가 떨어지면 3년만에 받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이어 한 청장은 "현재도 합당한 사유가 있는 경우 조사를 이연시키는 제도는 있다"면서 "업체가 원하는 시기에 미리 받겠다는 것은 매우 드문 요청이며, 결국 다음해에는 세무조사를 받지 않을 것을 예견해서 회계처리를 조절하겠다는 의도가 아니냐"고 반문했다.

한마디로 탈세 의도를 가진 질문이 아니냐는 날카로운 지적이었다.

경정청구기한 연장 요구에 "한국은 3년, 일본은 1년"

질문자가 머쓱해진 질문은 또 있었다. 국세청이 업체가 세금을 적게 낸 것을 발견해 추징할 수 있는 기간이 5년인데 비해 세금을 더 많이 냈을 경우 환급받기 위한 경정청구 기한은 3년이어서 불공평하다는 불만이었다.

이에 대해 한 청장은 "내 지갑에 얼마 들어있는지 알아 맞추면 내 전 재산을 드리겠다"면서 "여러분들이 못 맞추면 1만원씩 내라고 하면 어떻겠느냐"고 과세를 위한 조사의 어려움을 토로했다.

납세자가 자기세금이 초과납부됐다는 것을 알아내기는 쉽지만 과세당국이 납세자가 세금을 적게 냈다는 것을 알아내는 데에는 많은 시간이 걸린다는 의미였다.

과세당국의 입장에서는 과세권을 행사하려면 그 사업연도 이후 신고하는 데 걸리는 시간, 전산처리하는 데 1년, 조사절차를 밟는데 1년 등이 걸려 과세권을 실제 행사하는 기간은 2∼3년 밖에 되지 않기 때문에, 경정청구 기한 이 3년이라고 해서 상대적으로 짧다고 할 수 없다는 것이다.

한 청장은 "일본의 경우 과세권은 3∼7년이 시간이 주어진 반면 경정청구 기한은 1년 밖에 주지 않고 있다"면서 "한국의 경우도 원래 1년이었으나, 2003년, 2005년 두 차례에 걸쳐 1년씩 연장해준 것"이라고 말했다.

법을 개정해야 되는 사항인 공제혜택 확대해 달라는 요청도 나왔다. 연구개발비 세액공제를 확대하고, 임시투자 세액공제를 상설화할 수 없겠느냐는 구체적인 요구도 있었다.

이에 대해 한 청장은 "세법은 기획재정부에서 담당하는 문제로 책임있는 답변을 드릴 수 없지만, 개인적인 견해로는 충분히 검토할만한 가치가 있는 것으로 본다"며 "다만 임시투자 세액공제는 투자유인 효과부문에서 상설화가 시한을 둔 것보다 오히려 효과가 떨어진다는 의견이 많다"며 난색을 표시했다.

한 청장은 한국의 세정이 국제 수준에 비춰 뒤지지 않는다는 점을 과시하기도 했다. 국제적인 세정 협력 체계의 대표적인 제도로 주목받고 있는 정상가격사전승인제도(APA, 국외특수관계자와의 거래에 대해 특정한 이전가격 결정 방법을 사용할 것을 과세당국과 사전에 협의하여 승인받는 제도)를 더욱 활성화해 달라는 요청이 나오자, 한 청장은 "신속한 APA처리를 위해 '처리기간 목표관리제'를 도입했으며, 올해 하반기부터 납세자가 자신의 APA 진행사항을 국세청 홈페이지를 통해 모니터링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하겠다"고 답했다.

또한 한 청장은 "OECD(경제개발협력기구) APA 처리기간은 평균 2년인데 비해, 한국은 1년 9개월로 지금도 국제 수준에 비해 신속한 편"이라고 덧붙였다.

EUCCK, 중량감 있는 신임 회장 체제 구축하며 규제완화 목소리 높여

이번 간담회는 지난달 18일 EUCCK 신임 회장(제17대)으로 선출된 장 마리 위르티제 회장이 첫 기자간담회에서 이른바 'A380' 정책을 한국 정부에 제안하면서 규제완화를 요구한 뒤 정부기관을 상대로는 처음으로 열린 행사다.
▲ 르노삼성 대표이사로 EUCCK를 이끌고 있는 장 마리 위르티제 회장과 한상률 국세청장. ⓒ 국세청

'A380'은 에어버스가 제작하고 있는 세계 최대 여객기 기종으로 이명박 대통령의 '747 정책'이 성공하기 위해 필요한 조건을 표현한 것이다. 선진한국(Advanced Korea)을 위해서는 투명성 일관성 예측성 등 3가지 원칙과 올해 내에 한·EU 자유무역협정(FTA)를 체결하는 등 8가지 목표, 부패 0(제로)을 뜻한다.

특히 8가지 목표 중에는 한-EU FTA 체결 이외에 금융서비스 완전 자유화, 서비스 산업 활성화, 지적재산권 보호 강화, 국제적 표준과 테스트 절차 전면 적용, 지속가능한 건강보험과 연금 제도, 지속가능한 에너지 정책, 중소기업 진흥정책 등이 포함돼 있다.

1986년 출범한 EUCCK는 한국의 최대 직접투자자이며, 한·EU FTA 협상이 진행되면서 부쩍 한국에 대한 규제완화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이를 반영하듯 EUCCK 역대 회장은 금융 분야나 소규모 제조업체 대표가 맡아왔으나, 위르티제 신임 회장은 르노삼성 대표이사라는 점에서 중량감이 남다르다는 평을 받고 있다, 이에 따라 향후 EUCCK의 행보는 주한미국상공회의소(AMCHAM)와 함께 더욱 주목받을 전망이다.

이 기사의 구독료를 내고 싶습니다.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매번 결제가 번거롭다면 CMS 정기후원하기
10,000
결제하기
일부 인터넷 환경에서는 결제가 원활히 진행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
kb국민은행343601-04-082252 [예금주 프레시안협동조합(후원금)]으로 계좌이체도 가능합니다.
프레시안에 제보하기제보하기
프레시안에 CMS 정기후원하기정기후원하기

전체댓글 0

등록
  • 최신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