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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 체제 1년, '초보운전'은 벗어났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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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 체제 1년, '초보운전'은 벗어났는데...

[TV로 보는 김정은의 북한] 김정은의 지난 1년, 어땠나

12월 12일 북한이 '위성' 발사에 성공했다는 소식이 전해지자마자 북한은 축제 분위기로 변했다. '위성' 발사 성공에 감동한 각 지역, 기업소들의 인민 반응이 방송을 통해 일제히 전파를 타는가 하면, 곳곳에서 경축집회와 집단무도회가 시작됐다. 그 전까지만 해도 대내 매체를 통해서는 일언반구 언급이 없던 북한이 조선중앙TV 등 매체를 총동원해 경축 분위기를 띄운 것을 보면, 장거리로켓 발사 성공에 대비한 방송계획이 미리 치밀하게 준비돼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 '광명성 3호' 위성 발사가 성공한 뒤 북한 전역에서 경축무도회가 열렸다. 조선중앙TV 캡처.

김정은 제1비서는 발사 당일 평양 외곽에 있는 위성관제종합지휘소를 찾아 발사명령을 직접 내린 데 이어, 로켓 발사가 성공한 뒤에는 동창리 발사장까지 찾아 과학기술자들을 격려했다. " '광명성 3호'의 발사가 종합적 국력 과시"라며 과학자들의 노고를 치하하고 동창리 발사장의 시설확충을 지시하는가 하면, 과학기술자들을 평양으로 초청하는 은정도 베풀었다.

북한은 이번 발사가 '김일성 주석 출생 100주년인 올해 과학기술위성을 발사하라'는 김정일 위원장의 유훈에 따른 것이라고 밝히고 있다. 추운 겨울이라는 불리한 조건을 무릅쓰고 장거리로켓 발사를 강행한 이유가 김 위원장의 유훈 때문이었다는 것이다. 결과적으로, 김정은 제1비서는 그 유훈을 끝까지 관철시킴으로써 김정일 위원장의 충실한 후계자임을 각인시키는 동시에 리더십도 과시하는 정치적 성과를 얻게 됐다. 김정일 위원장 사후 '과연 잘 버틸 수 있을까'라는 의구심도 많았지만, 1년의 초보과정을 나름대로 성공적으로 마무리했다는 평가를 받을 수 있게 된 것이다.

김정은 체제, 잠재적 불안 요소 여전

장거리로켓 발사의 성공으로 김정은 체제는 보다 탄력을 받게 된 것으로 보이지만, 출범 1년의 김정은 체제를 불안하게 보는 시각은 여전하다. 경제개혁 조치에 대한 말은 많았지만 실질적인 성과가 나오지 않고 있고, 예상외로 급격하게 이뤄지는 군부 개편으로 군부 내에 불만이 팽배해 있다는 얘기가 들리는 등 곳곳에서 잠재적인 불안요소가 내재돼 있기 때문이다. 또, 정책결정이 다소 즉흥적이고 때로는 모순적으로 이루어지면서 아랫단위에서 실무자들이 갈피를 잡지 못하고 있다는 얘기도 들린다.

▲ 김정일 위원장 사망 1주기에 열린 금수산태양궁전 개관식에 김정은 제1비서가 참석했다. 조선중앙TV 캡처.

대개 정보기관 등을 통해 전해지는 이런 소식들은 사실 여부를 확인하기 쉽지 않지만, 북한의 공식매체만 분석해 보더라도 김정은 체제 의사결정의 즉흥성과 미숙함을 찾아볼 수 있는 부분들이 몇 가지 있다. 두 가지 정도만 예시하면 다음과 같다.

먼저, 지난 4월 장거리로켓 발사 당시의 의사결정이다. 북한은 3월 16일 장거리로켓 발사 계획을 밝힌 뒤 평화적 목적의 위성임을 강조하기 위해 로켓 발사실황을 보여주겠다며 외국의 전문가와 기자들을 초청했다. 하지만, 정작 북한에 초청된 기자들은 로켓 발사 상황을 보지 못했다. 북한이 평양에 있는 기자들에게는 알리지 않고 로켓을 발사했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북한이 애초부터 발사실황을 보여줄 의도가 없었다고 분석하지만, 이는 잘못된 해석이다. 3월 17일자 조선중앙통신 보도를 보면 '전문가들과 기자들을 초청하여 서해위성발사장과 위성관제종합지휘소 등을 참관시키고 지구관측위성 광명성 3호의 발사실황을 보여주게 될 것'이라는 문구가 명시돼 있다.

결국 외신 기자들을 초청할 때는 발사장면을 보여줄 방침이었다가, 무슨 이유인지는 몰라도 중간에 방침이 바뀌었다고 밖에 볼 수 없다. 하지만, 평양까지 외신기자들을 불러놓고 정작 발사장면은 보여주지 않으면서 '왜 기자들을 초청했나'라는 비판이 제기될 수 밖에 없게 됐고, 결과적으로는 외신기자들을 불러들이지 않은 것만도 못한 발사가 되고 말았다.

다음으로 각 부문별 대표자회가 개최되는 과정에서의 즉흥성을 들 수 있다. 북한은 5월 5일자 조선중앙통신을 통해 '5월말에서 6월초 사이에 청년동맹과 직맹, 농근맹, 여맹 등 각 부문별 대표자회를 개최한다'고 발표했다. 그런데, 정작 5월말에 이르러서는 부문별 대표자회에 관한 얘기는 사라지고, 소년단 창립 66주년(6월 6일) 행사가 대대적으로 선전되기 시작한다. 이후 북한은 전국의 소년단 대표 2만여명을 평양으로 초청해 소년단 창립절 행사를 대규모로 치렀고, 실행 여부가 불투명했던 부문별 대표자회는 7월 중순에 이르러서야 열리게 된다. (청년동맹 7/12, 직맹 7/18, 농근맹 7/19, 여맹 7/20 개최)

사실, 부문별 대표자회가 5월에 열리느냐 7월에 열리느냐는 그리 중요한 일이 아니다. 북한 당국의 정책적 수요에 따라 얼마든지 시기가 결정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대외적으로 공표된 정책이 아무런 설명 없이 갑자기 바뀌는 상황은 정상적인 의사결정 과정으로는 이해하기 어렵다. 아마도 북한은 부문별 대표자회를 실시하려던 당초 방침을 바꿔 소년단 창립 행사를 먼저 개최했던 것으로 보이는데, 이는 김정은 체제의 의사결정이 상당히 즉흥적으로 이뤄지고 있음을 반증하는 것이다. 이런 일이 반복되다 보면 정책의 신뢰도를 확보하기 어렵고 실무자들도 일을 제대로 할 수 없게 된다.

향후 몇 년이 김정은 체제의 미래를 가름하는 중요한 시기

초보운전 단계를 벗어난 김정은 체제가 앞으로 장기간 지속될 수 있을 지에 대한 대답은 아직은 유동적이다. 폭압적 통제기구가 유효하게 작동하는 상황에서 당장에 큰 변고가 생기기는 힘들겠지만, 내재적으로는 곳곳에 불안요소가 잠재돼 있기 때문이다. 다만, 한가지 확실한 것은 향후 몇 년을 안정적으로 버티게 되면 김정은 체제가 오래 지속될 가능성이 높아질 것이라는 점이다.

이렇게 본다면, 향후 몇 년이 김정은 체제의 지속성을 가름하는 중요한 시기가 될 가능성이 높다. 한반도의 미래에 있어 차기 정부의 역량과 역할이 매우 중요할 수 밖에 없는 이유이다.

* 북한학 박사인 안정식 기자는 SBS에서 한반도 문제를 취재, 보도하고 있으며 북한포커스(www.e-nkfocus.co.kr)라는 홈페이지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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