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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민순 "이명박 정부는 국민을 오도 말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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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민순 "이명박 정부는 국민을 오도 말라"

'21세기 한미 전략동맹'에 깊은 우려 표시

송민순 전 외교통상부 장관은 22일 "이명박 정부는 더 이상 한미관계를 복원하겠다거나 '(한미동맹의) 잃어버린 10년'이란 말을 하지 마라"며 "지난 정부에서 했던 것을 개선·보완하는 게 이명박 정부의 목표라고 솔직히 얘기하고 국내정치적으로 이용하지 마라"고 말했다.

송 전 장관은 이날 국회도서관 소회의실에서 열린 '한미정상회담 평가와 전망' 토론회에서 이번 정상회담의 성과라고 일컬어지는 사항들은 과거 정부 정책의 연장선에 있는 것에 불과하다며 이같이 말했다. 한미 전략대화,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북한 핵문제의 평화적 해결, 비자면제 등이 그것이다.

송 전 장관은 노무현 정부에서 6자회담 수석대표와 청와대 안보실장, 외교통상부 장관을 역임한 뒤 18대 총선에서 통합민주당 국회의원으로 당선됐다.

"한미동맹이 손상됐다면 부시 행정부 때문"

송 전 장관은 토론회에서 "이번 정상회담으로 한미간의 신뢰가 회복됐다고 하는데 부시 행정부가 지난 세월 취해온 입장에서 바뀐 게 하나도 없다"라며 "상대방의 입장을 그대로 수용한 것을 두고 신뢰회복이라고 얘기하면 국민을 오도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또한 과거 한미관계가 손상됐다는 점을 어느 정도 인정했다. 그러나 "부시 행정부 초기 ABC(Anything But Clinton, 클린턴 행정부의 정책을 전면 거부함) 정책을 취하면서 한미관계가 손상됐다"고 말해 그 책임은 미국에 있음을 지적했다.

이어 "한반도 장래에 대한 우리의 구도를 미국에 제시하고 그걸 미국이 일정 부분 수용하면서 한미조율이 시작됐다"라며 관계 손상을 치유한 것은 한국이었음을 강조했다.

과거 정부가 이미 추구하던 정책을 재확인한 것에 불과함에도 불구하고 이명박 정부가 이번 정상회담을 그토록 선전하는 것은 무슨 까닭일까?

송 전 장관은 '성과를 빨리 내려고 하는 새 정부의 조급성'에서 그 답을 찾았다. 그는 "여러 대통령을 모셔봤지만 새로 청와대에 들어오면 '눈에 보이는 게 뭐냐'는 조급증이 들게 되어 있다"라며 "조급증이 국가이익에 맞지 않는 방향으로 가는 것을 견제하고 따지는 것은 야당과 시민사회의 중요한 책임"이라고 말했다.

쇠고기 수입 전면 재개를 이 대통령의 미국 방문기간 동안 합의한 것에 대해서도 송 전 장관은 "모양상 (대통령이 미국에) 다녀와서 합의해도 되는데 선물 싸들고 가는 것처럼 보여 분위기에 휩쓸린 측면이 있다"라고 지적했다.

이명박 정부의 대북 구상인 '비핵·개방·3000'에 대해서도 그는 "그건 구호지 정책이 아니다"라며 "북핵 문제는 미국 등 주요국과 같이 설계하고 시공해야 하는데 이명박 정부는 미국이 설계를 해 오면 우리가 시공만 하는 정도로 생각하는 것 같다"라고 말했다.

"한미 전략동맹, 아주 깊이 있는 토론 필요"

송 전 장관은 특히 이번 정상회담의 최대 성과로 추켜세워지고 있는 '21세기 한미 전략동맹'이란 개념에 대해 심각한 우려를 드러내 주목을 끌었다.

이명박 대통령은 방미 중 코리아 소사이어티 강연에서 한미 전략동맹의 개념을 가치동맹, 신뢰동맹, 평화구축동맹으로 설정한 바 있다. 19일 정상회담에서도 한미동맹을 전략동맹으로 격상시키기로 합의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송 전 장관은 "정부 초기 분위기에 휩쓸려 결정을 내린 대표적인 케이스가 21세기 한미 전략동맹이라는 개념"이라며 "7월 부시 대통령 방한 전에 국내적으로 아주 충분하고 아주 깊이 있게, 그리고 광범위하게 토론한 다음 국가의 장래에 미치는 영향을 생각해 결정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그는 또 노무현 정부에서 있었던 한미 전략대화와 이번에 합의한 전략동맹에 대해 "반딧불과 번갯불만큼 다르다"고 빗대며 "전략적 동맹이라고 할 때는 미영동맹, 미일동맹처럼 세계 경영에서 두 나라의 전략을 같이 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우리는 전략적 집합을 형성하는데 있어 갈림길 위에 있고 더군다나 분단된 상태, 다시 말해 아시아에서 대양과 대륙의 힘이 부딪히는 부분에 있다"라며 "한 쪽(미국)과 전략적으로 완전히 결합되면 앞으로 한반도의 운명을 어떻게 개척할 것인가? 엄청난 제약이 온다"라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한미 전략동맹이) 한미일 삼각동맹으로 연결되는 귀결에 대해 생각해 봤느냐"고 되물으며 "이 문제는 정말로 국민적 합의를 통해 결정해야 할 심각한 문제"라고 거듭 우려를 표했다.

또한 송 전 장관은 정상회담 공동기자회견에서 나온 부시 대통령의 발언을 거론하며 전략동맹이 왜 중요한 문제인지를 암시했다.

부시 대통령은 기자회견 말미에 한미 전략동맹을 언급하면서 "중국에 대해 건설적인 개입(engage)을 해야 한다는 것을 인식하는 것은 21세기 동맹에게 매우 중요한 문제가 될 것"이라며 "우리는 중국의 인권 문제 혹은 중국이 (티벳의 정신적 지주인) 달라이 라마나 미얀마를 대하는 방식 등 많은 부분에서 중국과 갈등하고 있다"고 말했었다.

송 전 장관은 그 발언이 한국 언론에서 제대로 조명되지 않았음을 지적함으로써 전략동맹론이 간과하고 있는 중국과의 갈등 문제를 우려하고 있음을 내비쳤다.

"미국의 세계전략 추종 논리"

토론회에 참석한 다른 전문가들도 한미 전략대화의 문제를 지적했다. 노무현 정부에서 청와대 통일외교안보전략비서관을 지낸 박선원 연대 겸임교수는 "미국이 생각하는 전략동맹은 대체로 한미 양국의 안보 위협에 대한 공동 대처에서 한 발 더 나아가 반테러 전쟁에서 협력을 즉각적이고 대폭적으로, 그것도 행동으로 확대해간다는 공약으로 받아들이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박 교수는 그러나 "그러기 위해서는 전략동맹의 단계별 의무와 권리 관계는 무엇이며, 우리가 새롭게 얻게 될 이익과 부담은 무엇이며, 이 과정에서 한미동맹이 군사적으로 포괄하는 대상과 범위는 무엇인지에 대해 알리고 동의를 받았어야 한다"고 말했다.

또한 그는 "한미상호방위조약을 전략동맹의 추구에 맞게 개정할 것인가에 대한 질문에도 대답하지 않으면 안 된다"라고 덧붙였다.

이대근 경향신문 정치·국제 에디터도 전략동맹론을 "미국의 세계전략 추종 논리"라고 규정한 "미국이 주도하는 테러와의 전쟁에 유엔 결의나 국제사회의 지지 없이도 미국이 결정하면 추종하겠다는 의지를 표현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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