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甫(보)/表(표)/髟(표)/馬(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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甫(보)/表(표)/髟(표)/馬(마)

[한자가 그렇게 만들어졌다고?] <31>

'모'는 벼 등 식물의 어린 싹이다. 옮겨 심기 위해 가꾼 것이다. 이 말을 순수 우리말로 아는 사람도 많지만, 그렇지 않다. '모'는 한자로 苗(묘)로 쓴다. 그러니까 苗의 발음이 약간 변형돼 '모'가 된 것이다.

苗는 '풀'인 艸(초)와 경작지를 나타내는 田(전)을 합친 글자다. 발음 요소를 찾을 수 없으니 회의자로 설명한다. 논(田)에 난 풀(艸)로 설명된다. 그러나 이런 설명을 인정하기 전에 甫(보)자부터 살펴보자.

甫는 금문 이후부터 <그림 2>처럼 父(부)와 用(용)으로 구성된 듯한 글자꼴들이 주류를 이루어 그렇게 구성된 글자로 설명됐다. 父의 발음이 甫와 비슷해 父가 발음기호인 형성자로 보는 것이다. 그러나 갑골문인 <그림 1>과 함께 보면 그것의 변형이 우연히 '父+用' 비슷한 모습으로 변했음을 알 수 있다.

甫는 '풀'인 屮(철)과 '밭'인 田의 결합이다. 艸가 屮을 둘 합친 글자여서 의미 차이가 없다고 볼 때, 이는 苗와 같은 구성이다. 지금 甫는 '크다'나 '남자'의 뜻이 남아 있지만 구성상 그게 본뜻일 수는 없고, 苗의 변형이라면 '모'가 본뜻이 된다.

그런데 문제는 앞서의 苗에 대한 회의자식 설명이 맞느냐는 것이다. 일단 발음기호 후보가 없으니 그렇게 설명할 수밖에 없지만, <그림 3>을 보면 얘기가 달라진다. 이것은 邦(방)의 갑골문으로 제시되는 글자인데, 邦이 의미 요소를 田에서 나중에 ⻏=邑(읍)으로 바꾸었다는 설명이 미덥지 않고, 이는 글자 귀속에 착오가 있지 않나 싶다.

<그림 3>은 윗부분을 毛(모)로 볼 수 있다. 이 글자는 苗의 艸 부분에서 두 개의 屮을 좌우가 아니라 상하로 놓은 것이어서, 苗의 본래 모습이 아닐까 생각된다. 물론 甫인 <그림 1>은 두 개의 屮을 하나로 줄인 간략형이다. 苗와 甫의 발음을 생각하면 <그림 3>은 毛를 발음기호, 田을 의미 요소로 하는 형성자 苗=甫의 본래 모습으로 볼 수 있다.

毛에는 '不毛地(불모지)' 같은 용례에서 보듯이 '털'에서 확장된 '풀'이라는 뜻도 있는데, 苗=甫는 거기에 田이라는 의미 요소를 더해 뜻을 더욱 구체화한 것이다. 따라서 '모'라는 말은 苗뿐만 아니라 毛와도 태생적으로 연관이 있다고 볼 수 있다.

毛라는 발음기호는 表(표)자에도 숨어 있다. 表는 <그림 4>처럼 毛와 衣가 합쳐진 글자인데, 毛가 衣 속으로 파고들어간 뒤 변형돼 알아보기 어렵게 됐다. 말하자면 지금 글자꼴에서 중간의 土 부분이 毛의 변형이다. ㅁ>ㅂ>ㅍ으로 초성이 조금 변해 '표' 발음이 됐다.

表와 발음이 같은 髟(표)는 부수자로 쓰인다. 왼쪽이 長(장)의 변형이고 오른쪽은 '터럭'의 뜻이라는 彡(삼)자라고 한다. 그러나 彡은 별개의 글자라기보다는 毛의 간략한 형태가 아닌가 싶다. '삼' 발음은 毛의 이체자인 羊=干 등과 연결되는 발음이거나, 모양이 비슷한 三(삼)에서 얻어온 것일 가능성이 있다. 어떻든 彡=毛 부분이 발음기호인 형성자로 볼 수 있다.

그러면 镸 부분이 의미 요소가 되는데, 이를 長으로 보고 터럭이 '길다'로 손쉽게 설명할 수도 있을 듯하다. 그러나 髟에 '말갈기'라는 뜻이 있음을 기억해 두면서 馬(마)자를 살펴보자.

馬는 말을 상형한 것이라고 한다. 갑골문인 <그림 5>를 보면 동물의 모습에 오른쪽 세 선이 눈에 띈다. 이는 금문인 <그림 6>에도 그대로 이어진다. 이것이 말의 갈기털을 나타낸 것이라며, 갈기털을 특징으로 삼아 말을 상형했다는 설명이다.

그러나 옛 글자에서 이런 식의 부분적인 '특징'으로 글자를 구분했다는 얘기는 믿기 어려운 경우가 많다. 馬자에서 이 세 선이 끈질기게 따라붙고 <그림 7>처럼 아예 몸통과 떨어져 있는 글자꼴도 있다는 것은 그것이 별개의 요소임을 시사하고 있다. 髟에서 彡이 毛의 간략형이라고 했는데, 馬 역시 동물의 상형인 犬(건)=豕(시)에 발음기호 彡=毛를 붙인 글자일 가능성이 있는 것이다. 馬의 발음이 毛와 그리 멀지 않으니 '馬=豕+毛'도 충분히 가능한 얘기다.

여기서 다시 髟에 '말갈기'의 뜻이 있음을 상기해 보자. <그림 7>과 같은 馬의 모습을 보면 馬는 분명한 합성자고, 그 오른쪽이 彡인 것은 髟와 동일하다. 왼쪽은 동물의 모습이지만, 이 부분은 매우 다양하게 나타난다. <그림 8> 같은 모습에서 오른쪽을 가려보면 髟의 왼쪽 镸과 비슷한 모양임을 알 수 있다. 髟는 馬와 구성이 같은 그 이체자로 볼 수 있는 것이다. 髟에 '말갈기'의 뜻이 있는 것은 그것이 馬자에서 갈라져 나온 것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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