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환경영향평가학회(회장 이종호 청주대 교수) 주최로 18일 서울대에서 열린 '한반도 대운하와 영향평가' 학술대회 특강 연사로 참석한 찰리 울프 박사(전 국제영향평가학회장)은 타당성 있는 절차와 신중론을 재차 설파했다.
- 작년 6월 제27차 국제영향평가학회 연차총회(IAIA '07) 때 서울에 온 후 10개월 만의 재방문인데 느낌이 어떤가?
"역동성 충만한 분위기는 여전하다. 한반도 대운하 프로젝트와 관련한 담론 역시 상당히 고조돼 있는 것 같다."
- 4·9 총선에서도 대운하 프로젝트가 정치 쟁점으로 떠올랐다. 한반도 대운하를 놓고 벌어지는 논란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운하 개발에 대해 학문적 접근론으로도 찬반이 있을 수 있고, 감성적 접근 면에서도 찬반이 있을 수 있다. 그러나 정치 쟁점화는 이해가 가질 않는다."
-청와대가 대운하를 올해 안에 추진하지는 않겠다는 입장을 표명했지만, 새 정부가 추진을 서두르는 데 대한 우려가 상당한데….
"대운하는 필요성과 효율에 따라 추진할 수도 있고 폐기할 수도 있다. 중요한 것은 절차다. 특히 스코핑에서 모니터링으로 이어지는 사전 환경성 검토와 환경영향평가 과정은 반드시 거쳐야 한다. 시간에 쫓겨 성급히 결론을 내리거나 공사 착공을 서둘러선 절대 안된다.
- 운하와 관련한 미국 사례를 들어달라.
"미국의 경우 구상 단계에서 오랜 세월을 소모한 후 폐기된 운하 프로젝트도 적지 않다. 미 공병단이 한때 추진했던 '크로스 플로리다 바지 운하(Cross Florida Barge Canal)' 프로젝트가 대표적 사례다. 플로리다 반도를 가로지르는 이 프로젝트는 미 공병단의 강력한 추진 기도에도 불구하고, 그보다 더 강력한 주민 반대에 부닥쳐 결국 사업 추진을 접었다. 정당화하기엔 너무나 불분명한 이유, 잘못된 수치, 그리고 시대에 뒤떨어진 채 추진된 이 '플로리다 운하'는 플로리다주 역사상 가장 큰 실수로 기억되고 있다. '테네시-톰빅비 운하(Tennessee-Tombigbee Waterway)' 프로젝트는 철저한 절차를 거쳐서 그런대로 양호한 운영 상태를 보이고 있는 케이스다. 앨라배마주와 테네시강을 연결하는 이 운하는 한반도 대운하의 절반을 조금 웃도는 370여㎞인데도 구상에서 착공까지 37년, 공사기간만 15년이나 걸렸다.
- 학자 입장에서 한반도 대운하 논란을 마무리해달라?
"이해의 중심에 있지 않은 자유로운 입장에서 간곡히 말한다면, 첫째도 신중, 둘째도 신중, 그리고 절차를 지키라는 것이다. 정치가는 임기가 끝나면 그만이지만, 국민들은 좋든 싫든 그 공과를 짊어져야 한다. 대한민국 국민도 정치가들이 사려 없이 무모한 정책을 펼치지 않기를 바랄 것이다. 좋은 대통령은 결코 나쁜 정책을 구사하지 않는다."
전체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