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9 총선 직후부터 여야 공방으로 진행됐던 '뉴타운 공약(空約)' 논란이 여권 내부 갈등으로도 확산되는 모습이다.
오세훈 서울 시장의 "뉴타운 추가지정 없다" 발언으로 궁지에 몰린 정몽준 최고위원은 17일 공개석상에서 뉴타운 사업의 필요성을 강변하며 "뉴타운을 안 한다고 하는 것이 직무유기"라고 쏘아붙였다. 홍준표 의원 역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서울시의 접근법이 틀렸다"며 오 시장과 각을 세웠다.
당 내에서는 한나라당 지도부와 서울시 간의 잇따른 엇박자를 '차기주자 경쟁'과 연결 짓는 시선이 많다.
"대통령도 도심지 재개발이 경제적이라고 해"
정 최고위원은 이날 여의도 당사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집값이나 물건 값이 오르면 해결할 방법은 공급을 늘리는 것"이라며 "이명박 대통령은 도심지를 재개발하는 게 경제적이라고 했는데 적절한 말이다. 신도시보다는 도심지를 재개발할 경우 방법은 재건축, 재개발, 뉴타운"이라고 말했다.
정 최고위원은 거듭 "가격을 안정시키려면 공급을 늘려야 하고, 도심지를 개발하는 것이 경제적이고 효율적"이라며 "언론에는 뉴타운 공약한 게 스물 몇 명이 되는데, 다 선견지명이 있는 분"이라고 말했다.
정 최고위원은 "서울 동작을 후보로서 저의 경쟁이 되는 후보 측은 한 번은 뉴타운을 안 한다고 한 것은 직무유기라고 공식으로 말했고, 한 번은 뉴타운을 한다고 하는 것은 관권선거라고 했다. 최근 민주당 대표는 뉴타운 발언은 관권선거라고 했다"면서 "발언이 모순된다. 같은 당도 반대되는 이야기를 했다"고 비판했다.
정 최고위원은 또 "안 한다고 하면 직무유기지, 한다고 하는 게 관권이 아니다"며 "서울 어느 지역을 뉴타운으로 지정하면 집값이 오른다고 하는데, 뉴타운 때문이 아니고 노무현 대통령 때 주택거래를 동결시켜 가격이 형성이 안돼서 그렇다"고 주장했다. "여름에 횃불을 켜면 벌레가 많이 모이는데 횃불이 만든 게 아니고 횃불 때문에 보이는 것"이라고도 했다.
이날 정 최고위원의 발언은 전체적으로는 야당 공세에 대한 반박이 골자였다. 하지만 행간에는 뉴타운 사업 확대를 꺼리는 서울시 측의 입장에 대한 '뼈'있는 말도 적지 않았다. 특히 "뉴타운을 안 한다고 하면 직무유기", "뉴타운 공약이 선견지명" 등은 오 시장을 향한 우회적 비판이라는 것이 일반적인 풀이다.
"서울시 끝까지 반대하면 법개정 들어간다"
홍준표 의원의 비판은 좀 더 노골적이었다.
홍 의원은 이날 MBC라디오 <손석희의 시선집중>에 출연 "강남과 강북 간 부동산 가격 차이가 3배 이상 나는 것이 문제지 강북 부동산이 오른다고 큰 문제가 생기는 것은 아니다"며 "강남은 규제하고 강북은 재개발하는 게 맞다"고 주장했다.
홍 의원은 '부동산 시장이 안정을 찾을 때까지 뉴타운 추가 지정은 없다'는 오 시장의 발언에 대해서도 "오 시장과 서울시 측의 접근법이 잘못됐다"고 비판했다.
홍 의원은 "강남은 규제를 계속하고 강북은 규제를 푼다는 게 이 정부의 방침"이라고 강조하며 "서울시에서 끝까지 반대할 경우는 관련법을 개정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사업의 규모가 20만 평 이상일 경우 광역단체장에게 맡겨진 결정권을 국토해양부 장관에게 넘기는 방향으로 법 개정을 해서라도 뉴타운 사업을 확대해 나가야 한다는 것이 홍 의원의 주장이다.
홍 의원은 뉴타운 시행 확대로 부동산 투기가 성행하게 될 우려에 대해서는 "투기제한을 할 수 있는 조치를 병행하면 가능하다"고 일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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