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급랭국면의 남북관계, 그 전망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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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급랭국면의 남북관계, 그 전망은 ?

미래연의 '지구촌 분석과 전망' <78> '실용적 남북관계' 이루려면

1. 현재까지 나타난 이명박 정부의 대북정책: 전체적 평가

김준형 미래연 외교통일전략센터장(한동대 교수): 이명박 정부의 대북정책이 아직 나타난 부분이 많지 않지만, 출범 후 남북관계가 급격히 변했습니다. 남북경색이 있었다가 진정 국면이기도 하고, 총선과 북미접근으로 소강상태이기도 합니다만 대체로 강경책으로 돌아섰다고 봅니다. 지금까지 드러난 대북정책에 대해 평가해주시기 바랍니다.

이상현 연구위원(세종연구소): 일단 옹호하는 입장에서 말씀드리면, 정책의 문제라기보다는 기본적 가치관과 세계관의 차이입니다. 참여정부의 가치관이 자주, 균형의 강조에 근거했고, 그에 따라 구체적 정책이 나왔습니다. 이명박 정부는 아직 방향만 설정한 상태이고 구체적인 정책은 알 수 없습니다만, 그 가치관은 어느 정도 드러났습니다. 상호성과 투명성을 강조했습니다. 항상 남북관계에서 북한이 갑이었는데 더 이상 그러면 안 되겠다는 생각을 표명하지 않았나합니다.

지난 10년을 돌아보면, DJ 정부나 노무현 정부 모두 우선순위를 한민족의 문제에 두었습니다. 그러나 21세기 국제질서 성격상 한반도만 볼 수는 없고, 세계를 보아야 하므로 북핵문제가 항상 우선순위일 수는 없습니다. 새 정부가 강조하는 상호주의가 일대일 상호주의는 아니겠지만, 국민 대다수가 저 정도 반응이면 충분하다고 볼 만한 상식과 합리성을 가진 상호작용이 필요한 시대가 아닌가 생각합니다. 구체적인 정책이 나오면 객관적 평가가 가능하겠지만, 현재 방향만 본다면 저는 참여정부의 가치관보다는 이명박 정부의 가치관에 동조하는 입장입니다.

김근식 연구위원(경남대 교수): 첫째로, 새 정부의 시작이 야당에 의한 정권교체였으므로 일단 대북정책이 정치적 입지를 고려하여 나올 수밖에 없습니다. 야당이었던 지난 10년을 비판하는 입장에서 새로운 기조를 내야 합니다. '잃어버린 10년'이라고 하는 지난 10년간 가장 눈에 띈 정책이 정상회담 2회를 비롯한 대북정책이었습니다. 당연히 그 부분을 바로잡아야 한다고 생각한 것입니다. 야당의 정권교체라는 측면에서 대북정책이 전면적 재검토, 수정될 수밖에 없게 되었습니다.

둘째, 그 수정 방향이 ABR (Anything But Roh Moo-Hyun)이라 하여, 노무현 정권 때의 것을 부정하고 싶은 면이 큽니다. 통일부 폐지 시도 역시 같은 맥락이고, 10.4 정상회담 선언에 대한 거부반응도 그런 것이라 생각합니다. 정상 간 합의였음에도 불구하고, 그것보다는 과거의 기본합의서를 중시한다는 발언이 있었습니다.

셋째, 대한민국 사회의 보수화 경향이 이번 정부로 하여금 북한에 할 말은 하겠다, 과거처럼 끌려가지 않겠다는 식의 원칙적이고 단호한 대응을 하게 만들었다고 봅니다. 지난 10년간의 대북포용정책에 대한 전면적 수정, 재조정, 심지어는 전면적 부인으로까지 갈 가능성이 있습니다. 당선 이후 인수위 시절, 정부 출범 이후에도 대통령의 발언 중에서 포용의 입장을 보인 적이 한 번도 없습니다.

2. 햇볕정책의 중단 또는 대폭적인 변화 여부


김준형: 햇볕 정책의 기조는 유지한다는 발언을 했던 것 같습니다만.


이상현: 햇볕정책의 포기, 거부, 또는 변용이냐는 것은 시각의 차이입니다. 그러나 근본적 틀은 바꾸지 않을 것이라 봅니다. 금강산이나 개성공단 같은 교류는 지속될 것입니다. 아마도 관에서 하는 정책은 영향을 받을 것입니다만, 포용정책의 100% 거부도 지속도 아닌 중간을 유지할 것입니다. 저는 이것을 변화, 변용이라고 봅니다. 아무리 보수 정권이 들어서더라도 북한과 대화를 안 할 수 없는 상황이므로, 민간 경협도 계속될 것입니다. 그러나 과거처럼 핵실험을 해도 아무 일 없었던 것처럼 진행되지는 않을 것입니다. 포용의 틀은 유지하되 높은 선, 낮은 선을 긋고 그 안에서 진동하듯 수렴하는 정책이 되지 않을까 합니다.

어차피 포용의 범위로 수렴한다면 왜 애써 이루어놓은 대화채널을 끊느냐는 비판이 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이명박 정부로서는 아무 것도 하지 않기보다는 무엇인가 한국의 입장을 보이고 싶은 것입니다. 북한에게 변화의 필요성과 전략적 부담을 느끼게 하기 위해서 신호를 보낼 필요가 있는 것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햇볕정책이 과거와 같을 수는 없을 것입니다. 물론 일반 북한 주민 차원의 변화가 생겼다는 것은 인정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정권의 변화로 연결될 수 있는 정책을 취해야 합니다. 전면적 거부와 포기가 아니라 운영방식의 변화라 하겠습니다.

김준형: 과거 레이건이 수사적으로는 70년대 데탕트를 포기하고, 180도 변화해 강경으로 나가면서도 실제 정책은 소련과 협상의 창구를 유지했던 적이 있습니다. 철학적이고, 원칙적인 면에서 부정하면서도 실제로는 북한과 협상을 계속하는 경우가 가능할 것이라 보시는지요?

이상현: 이명박 정부가 '실용외교'라고 하는데, 실용이 성공하려면 상대도 실용으로 나와야 합니다. 우리가 실용적으로 나가는데 북한이 원칙을 내세우거나, 북한이 실용적으로 나오는데 한국이 원칙에 얽매여 못 받아들이면 성립될 수 없습니다. 상황을 계속 보아야겠지만, 실용외교라는 것이 이명박 정부가 희망하는 것처럼 일방적으로 쉽지는 않을 것입니다. 북한이 어느 정도 호응을 해야 가능합니다.

김근식: '햇볕정책'이라는 용어를 이명박 정부가 직접 계승하지는 않을 것입니다. 비판적 입장을 견지하기 때문에 이전 정부의 개념과 구호는 쓸 수 없습니다. 아직 이명박 정부의 대북정책은 밑그림이 없는 단계입니다. 기조는 10년에 대한 비판이므로 대북포용, 화해협력이라는 단어를 쓰지 않으면서도 남북관계는 유지하고 대화의 문이 열려있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그런 면에서 햇볕정책을 포기한다고 볼 수 없다고 말씀하셨는데요, 저는 햇볕정책과 본질적으로 접근방법이 다를 것이라 생각됩니다. 남북 대화의 문이 열려있다는 것은 노태우나 김영삼 시절에도 했던 말이었고, 냉전 이후 남북관계를 개선하고자 했던 태도는 일관되어 있습니다. 굳이 포용정책, 햇볕정책이라 했던 것은 더 나아간 다른 점들이 있었기 때문이었습니다.

현재 이명박 정부의 대북 기조는 3가지 특징이 있습니다. 먼저 한미동맹과 국제적 협력 우선, 둘째, 북핵 폐기 우선, 셋째가 상호주의 강화입니다. 그런데 이 세 가지는 햇볕정책과는 기본적으로 다른 개념입니다. 기존 햇볕정책에서는 한미공조와 남북관계가 병행, 선순환 발전 관계였습니다. 한미동맹을 위해 남북관계를 해칠 수는 없었고, 북핵 문제에도 불구하고 남북관계는 유지한다는 병행론이었습니다. 또 상호주의도 준 만큼 받는다는 원칙적 상호주의가 아니라 탄력적인 상호주의였습니다. 실질적인 포용정책 기조가 유지된다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물론 국내 정치적 압박 때문에 다시 포용정책으로 돌아갈 수도 있겠지만, 적어도 집권 초기에는 포용정책과 전혀 다른 강한 드라이브를 걸 수밖에 없습니다.

김준형: 출발이 그렇게 되면, 일단 실용을 한다고 해도 북한이 실용으로 나오지 않을 경우 다시 원칙론으로 돌아가고, 그 후에는 실용으로 다시 가기가 더 힘들어져서 결국 전폭적인 수정이 될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김근식: 이명박 정부가 실용 정부이지만, 대북정책에 대해서는 이념적 접근을 하고 있습니다. 한미동맹이나 상호주의도 실용보다는 이념적이고, 원칙과 명분이 앞서있는 대북정책을 가지고 있는 것입니다. 남북관계가 잘 되도록 하기 위한 유연한 접근을 실용이라 한다면, 지금은 실용보다는 원칙과 명분을 앞세우고 있습니다. 물론 수정하는 과정에서 실용으로 선회할 수는 있을 것 같습니다.


이상현:
한미동맹 우선, 핵폐기 우선, 상호주의 강화는 큰 방향입니다. 이를 우선시하지만, 그것만이 외교의 어젠다인 것은 아닙니다. 외교의 원칙으로서 정부의 색깔을 집약적으로 보여주고자 하는 것이고, 구체적 정책에서는 색깔이 희석될 것입니다. 3가지 원칙은 그 자체로 보면 이념적이지만, 거기서 나오는 정책을 보고 판단해야 합니다. 현재의 안타까운 점은, 구체적인 로드맵을 그려야 하는 중요한 시점에 통일부 장관 인선에 한 달 정도 걸린 것, 통일부 폐지론을 둘러싸고 싸운 것 등입니다. 가장 중요한 시기를 허송한 정책적 실패로 볼 수 있습니다.

위의 3가지는 큰 방향일 뿐 구체적 정책은 변화할 것입니다. 한 정부의 외교정책을 한 색깔로 규정하는 것은 매우 위험합니다. 노무현 정부도 민족자주를 내세웠지만 실제로는 한미동맹에도 열심이었습니다. 당장 판단하기보다는 내년 즈음 객관적으로 할 수 있지 않을까 합니다.

3. 남북한의 최근 입장에 대한 분석

김준형: 구체적 정책이 나오기도 전에 경색 국면이 발생했습니다. 합참의장의 발언, 개성공단 추방, 미사일 발사, 장관 발언 등이 나오면서 실용적 정책을 만들 수 있는 옵션을 우리 정부가 오히려 줄여버리지 않았나 하는 우려도 있습니다.

이상현: 이명박 정부 입장에서는, 정권 교체기에 또 북한이 길들이기로 나오는구나, 그렇다면 맞서야 한다, 그렇게 생각했을 것입니다. 일시적 경색은 피할 수 없다고 봅니다만, 다만 그것을 얼마나 끌 것이며, 얼마나 재치있게 파장을 줄일지에서 실용외교가 빛을 발할 것이라 봅니다. 북한이 강경하게 나오는 이유는 일단 새 정부의 방향이 마음에 안 들었기 때문입니다. 여기에서 이명박 정부가 북한이 화를 내면 숙일 것인가, 의연히 대처하여 시간이 걸리더라도 바람직한 대화를 성사시킬 것인가는 근본적으로 이 정부가 남북관계를 규정할 철학을 반영할 수밖에 없습니다. 이명박 정부는 북한의 길들이기에 순응하지 않겠다는 것입니다. 불필요한 시간낭비라고 할 수도 있겠지만, 서로가 유리한 입장을 선점하기 위해서 일단 어느 정도 경색이 지속될 것입니다. 어떤 계기를 통해 풀릴지, 북한이 어떻게 반응할지 지켜봐야 합니다.

김근식: 이명박 정부의 대북 관련 측근들의 가치관이 많이 반영된다고 생각하는데, 북한에 대하여 원칙적인 접근을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러나 야당 입장에서 비판하는 것과, 정부에 들어가 협상을 해야 할 때는 다를 수밖에 없습니다. 북한을 배제한 채 회담을 안 하면 모르지만, 그럴 수는 없는 상황에서 북한을 우리의 주관적 판단에 따라 단순히 "어떻게 나올 것이다, 어떻게 할 것이다"라고 예측하는 것은 매우 위험합니다.

북한이 지금 긴장을 조성하는 것에 대해서도 현재 관련자 분들은 낙관론이 강한 것 같습니다. 일희일비할 것 없다는 것인데, 야당으로서 비판하는 입장에서는 괜찮겠습니다만, 정국을 운영하는 담당자들이 그럴 경우에는 문제가 안 풀립니다. 북한이 기 싸움을 걸어온 것에 대해 안이한 낙관론에 빠져 변화를 예측하는 것은 현실적이지 못합니다. 한미동맹, 상호주의, 북한인권, 북핵폐기, 북한개방 등 새 정부의 대북정책의 슬로건은 많습니다만, 이를 구체적으로 풀어낼 해법은 없는 상황입니다. 과거 10년 동안 북한과의 대화과정이 얼마나 어렵고 미묘한 것이었는지는 잘 모른 채 슬로건을 내세웠고, 해법에 대한 고민은 이제 시작하는 것 같습니다.

김준형: 그렇다면 당분간은 구체적인 실용적 정책이 나오기가 어렵다고 볼 수 있겠습니다.

이상현: 총선결과를 보면 사회 지형과 전반적 인식이 보수적으로 바뀌었습니다. 북한의 강경 자세에 한국이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를 생각할 때, 지난 10년간 남북관계가 북한이 예고 없이 취소하는 등 비합리적, 비정상적 관계였기 때문에 너무 힘들었으므로, 그것이 시정되어야 한다는 논리가 가능할 것 같습니다. 시간이 걸리더라도 비정상적인 면을 바로잡아야 하는가, 아니면 비정상적이더라도 대화를 유지해야 하는가에 대한 논란이 많을 것입니다.

현실적으로 대화를 유지하는 것이 좋다고 주장할 수도 있지만, 이명박 정부의 처방은 시간이 좀 걸리더라도 바로잡자는 것이라고 봅니다. 91년 남북기본합의서에서 규정한 특수 관계가 15년 이상 지속되어왔으므로 이제는 이를 정상화해야 하며, 그러기 위해서 북한의 행태와 인식을 바꿔야 하는 것입니다. 어떻게 보면 우리사회 내부의 인내에 달려있는 문제입니다. 남북대화가 경색되더라도 그것이 불가피한 비용이라고 참아주는 사람들이 많아져야 하는데, 총선 결과를 보면 시간이 걸리더라도 북한과 관계를 정상화해야 한다고 생각하고 참아낼 수 있는 사람들이 더 많아진 것 같습니다.

김근식: 북한의 비합리적 태도를 언젠가 바로잡아야 한다는 것은 물론 옳은 말씀이지만, 북의 그런 행동을 바꿀 방법이 있는지 의문입니다. 슬로건만 있을 뿐, 대책이 없는 상태입니다. 별다른 대책 없이 3, 4년 정도 버티는 것이 북한의 태도를 바꿀 수 있는 현실적 방안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오히려 관계 유지와 대화를 통해 그들이 스스로 변할 수 있도록 설득하고 독려하는 것이 방법이고, 그게 10년 동안의 방법이었습니다. 물론 10년간 문제점도 많았고 끌려간 면도 많지만, 거시적 측면에서 보면 북한의 행태가 점차 나아지고 있었음을 알 수 있습니다. 지금처럼 대책 없이 그들이 스스로 변할 때까지 기다리는 것은 현실적이지 못합니다.

또, 대북정책은 국제정세의 변화를 고려해야 합니다. 대표적으로 북미관계가 급격하게 변화하고 있습니다. 미국이 계속 북한과 관계를 개선하게 되면 우리는 북한의 버릇을 고치지도 못하고, 오히려 한반도의 핵심주체로서 행동할 수 있는 공간이 없어집니다. 그런 측면도 생각을 해야 합니다.

마지막으로, 인내심을 가지고 보는 것에 대한 국민적 지지가 있다 하더라도, 종신집권이 가능한 북한과, 집권 임기가 5년 밖에 안 되는 우리 정권이 기 싸움을 하면 질 수밖에 없습니다. 3년 정도 지나서 정권의 성과를 생각하기 시작하면 결국 성급해질 것입니다.

이상현: 정권의 연속성 문제는 좀 장기적으로 볼 필요가 있습니다. 기반을 마련하면 연속성도 유지할 수 있을 것입니다.

'통미봉남'을 우려하는 의견도 많습니다. 94년 제네바 합의 때와 같이 북한이 미국과만 협상을 할 경우입니다. 그러나 당시 '통미봉남'이 가능했던 것은 당시 북한이 한미 간의 벌어진 틈을 타고 들어왔었기 때문입니다. 지금은 94년과 달리 한미 관계의 틈이 없고, 앞으로 더 공고해져갈 가능성이 높습니다. 이명박 정부가 구상하고 있는 가치, 신뢰, 포괄적 전략 동맹을 지향하면서 한미양국의 북한에 대한 공조가 된다면 '통미봉남'은 어렵습니다. 94년처럼 한국이 배제될 이유도 없고, 그런 확신이 생긴다면 다음 정권까지 내다보면서, 한 정권 내의 업적에 매달려 조바심을 낼 필요는 없을 것입니다. 그렇게 되지 않는다면 물론 어려워질 수 있습니다.


김근식:
이명박 정부는 한미동맹을 강조하고 있는데, 사실 그 부분에서 미국의 관심사가 다를 수도 있습니다. 예를 들면 미국이 한미동맹 강조에 따라 분담금을 높일 것을 요구할 수도 있습니다. 얼마 전 주한미군사령관 내정자의 발언도 그런 주장이었습니다. 이명박 정부의 경제적 실용에 맞추어 미국의 주요 방위산업 하청 공장을 짓는다든지 하는 것입니다.

이명박 대통령이 바라는 한미동맹은 한미 정상이 한목소리로 북한에 대한 입장을 천명하는 것이지만, 미국은 분담금을 높이고 MD를 하는 등을 생각할 수 있습니다. 북핵에 있어서도 우리와 미국의 생각이 다를 수 있는 만큼, 최근 싱가포르 미북 회담의 결과를 봐야 합니다. 만약 신고 문제가 해결된다면, 이명박 대통령이 캠프 데이비드에 가서 별다른 할 이야기가 없어집니다.

김준형: 확실한 전략적 대책이 없었다면, 오히려 전략적 모호성을 좀 유지하고 북한과 미국의 입장을 기다려볼 수도 있었지 않았을까 싶은 생각도 듭니다. 신고문제가 지연되는 측면은 있었지만 핵을 둘러싼 미북 관계가 경색될 정도는 아닌 것으로 보았습니다. 우리가 너무 앞서서 경색국면으로 몰고 갔다는 느낌이 듭니다만

이상현: 그렇다고 하여 계속 모호성을 유지할 수는 없습니다. 신고 문제가 한국 입장에 미진하게 되는 것은 경계해야 하고, 우리도 미국 쪽에 그것을 이야기하고 있을 것입니다. 아직 싱가포르 회담 내용이 공표가 안 되어 정확히 모르는 일입니다. 낙관적으로 생각한다면, 6자회담 구성국들이 받아들일 수준은 될 것입니다. 그렇다면 그 다음 폐기 단계에서 우리가 원하는 방향으로 공조를 하면 될 것입니다.

김근식: 부시 행정부는 정치적 필요에 의해 북한과의 협상을 서두르는 측면이 있습니다. 그래서 북한과의 협상동력과 6자회담을 유지하려고 하고 있는데, 이명박 정부는 다소 강경하고 원칙적인 입장을 표하고 있습니다. 미국 내 일부에서는 이명박 정부의 대북정책이 한국판 네오콘이라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습니다. 그런 대북정책의 온도차 때문에 틈새 없는 한미공조가 유지될지 의문입니다. 공조가 잘 되게 하기 위해서라도 대북정책의 방향을 실용적으로 맞춰가야 한다고 봅니다.

이상현: 여러 가지 우려는 많이 있습니다. 한국 나름대로의 어젠다가 많이 있는데, 그 중 한미 동맹의 중요성을 강조함으로써 정책 우선순위를 나타낸 것입니다. 한미동맹을 절대적인 가치로 보는 것은 아닙니다. 북핵에 대한 시각을 조절하는 것은 외교적 역량의 문제입니다.

4. 미국의 대선을 앞둔 남북관계 경색의 의미

김준형: 유명환 장관이 얼마 전, 2000년 미국의 정권이 공화당으로 바뀔 당시를 예로 들면서, 기회를 놓치기 전에 무엇인가 이루어야 한다고 말한 바 있습니다. 그러나 당시에는 온건책을 펴다가 공화당으로 넘어가 강경해질 것을 우려했던 것이었습니다. 현재 부시는 6년간 강경책을 하다가 지난 2년간 온건책으로 바꾸었고, 만약 민주당으로 정권이 바뀌더라도 온건책으로 지속될 가능성이 많지 않습니까?

이상현: 공화당이 최근 온건책으로 돌아선 상황이라 사실 북한에게 상당히 호기입니다. 그러나 민주당으로 정권이 바뀐다면 오히려 불확실성이 커집니다. 양자협상은 양날의 칼입니다. 대화가 잘 안 될 경우 훨씬 악화될 수도 있습니다. 부시 행정부 입장이 유연해져서 북한으로서는 지금이 좋은 기회인데, 무엇을 더 얻어낼 생각으로 시간을 보내는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김준형: 만약 미국 대통령의 남은 임기가 호기라고 한다면, 오히려 한국도 옆에서 판을 깨뜨리기보다는 좋은 분위기를 조성하여 관계를 증진하도록 했어야 하지 않았을까요?

김근식: 김병국 수석이나 유명환 장관이 미국을 방문했습니다만, 사전 의견조율이 잘 안 된 듯한 인상을 받았습니다. 아직 북핵 문제에 대해 사전의 긴밀한 조율이 되지 않은 시작단계라고 생각됩니다. 한미정상회담 어젠다와 관련해서도 한미 간 온도차가 있다고 들었습니다. 북한이 이 상황을 어떻게 생각할까를 생각해보면, 2000년 남북정상회담 이후 한반도 정세가 호전되는 상황에서 미국의 부시 행정부가 등장하여 북미관계에 찬물이 끼얹어졌던 경험이 있습니다. 2007년에 현재 미국과 관계가 개선되고 있는데, 거꾸로 한국 대선에서 이명박 대통령이 당선되어 북미관계를 힘들게 한다는 판단을 했을 것입니다. 그래서 이명박 정부에 대한 강경한 입장을 보이면서 먼저 치고 나가자는 생각을 한 것 같습니다.

이상현: 혹 미국에서 계속 공화당이 정권을 잡게 되면 북핵 문제가 어떻게 될 것인지는 더욱 복잡합니다. 한미공조에는 큰 문제가 없을 것으로 생각됩니다만, 강경과 강경 국면으로 가게 되지 않나 하는 우려가 있습니다. 불확실 요인의 하나입니다.

김근식: 그래서 북한으로서는 미국과의 관계를 서두르려는 것입니다. 미국 정부의 향방이 불확실하고, 민주당이 들어서더라도 상반기는 정책 검토하느라 모든 것이 지연되기 때문입니다. 현재 적극적인 협상의 의지를 보이는 부시 행정부와 협상을 하여 많은 것을 얻어내려는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이상현: 싱가포르에서 미북간 합의가 되었다는 이야기를 듣고 북한이 서두른다는 인상을 받았습니다. 시간을 끄는 것이 도움이 안 된다고 판단한 듯합니다.

5. '비핵개방 3000' 구상에 대한 평가

김준형: 구체적으로 나온 이야기로 '비핵개방3000'이 있습니다. 어떻게 보시는지요? 폐기하면 지원을 해 준다는 내용이라 북한에 별 유인이 없다는 의견이 많습니다.

이상현: 비핵개방3000은 아직 선언에 불과합니다. 통일부 업무보고에도 별 내용이 없습니다. 알려진 바로는 핵을 폐기하고 개방하면 지원을 해준다는 것입니다만, 그렇게 순차적으로 될 가능성은 별로 없습니다. 정부도 순차적인 개념으로 생각하지는 않을 것입니다. 병행할 것은 해야 합니다. 아직까지 구체적으로 평가할 만한 것이 없습니다만, 얼마 전 한국은행이 북한의 국민소득을 1000 달러로 추산하고 있다고 들었는데, 사실 훨씬 낮게 봅니다. 500 달러로 보고 10년 동안 3000 달러로 만들어준다고 하면 국민소득 600% 늘려야 하는데, 거의 불가능 수준입니다. 아직 구상 단계이고, 이에 근거하여 정책이 나오면 평가할 수 있을 것입니다.

김근식: 아직 구체화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문제는 통일부 업무보고에서 이것이 1순위였다는 것입니다. 매우 장기적인 비전 정도로 제시를 하면 좋았겠습니다만, 대통령의 강력한 의지가 반영되어 5년 안에 구체적 액션 플랜을 만들어 시도하고자 하고 있고, 통일부 정책 전체가 여기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는 데 문제가 있습니다. 통일 부 내에 Task force도 만들어져 있습니다. 그러나 말씀하셨다시피 어려운 일입니다. 연간 17.6%의 경제 성장률을 거듭해야 합니다.

수치상 불가능한 것도 문제이지만, 이 구상이 이른바 비핵, 개방을 해야만 대북 포괄적 지원을 하겠다는 전제이거나, 최소한 연계되어 있다는 것입니다. 5년 만에 납득할 만한 수준까지 비핵화가 안 되면 제 1의 국정과제 자체가 시작도 못한다는 것이 됩니다. 이명박 정부의 북한에 대한 철학을 설명하는 프로그램인 것은 맞지만, 실제로 이행하겠다고 하면 문제가 많을 것입니다. 이것을 연계와 전제가 아니라 포괄·단계론으로 변형시켜 9.19 공동성명과 같은 '행동 대 행동(action for action)'식으로 수정을 좀 하고 있다고 합니다.

이상현: 어떻게 보면 비핵은 비핵대로 추구하고, 개방은 개방대로 유도를 하고, 3천은 3천대로 경협을 하는 것이 현실적인 방안이 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그러나 결국 비핵, 개방을 하지 않고는 북한을 도울 방법이 없습니다. 국제기구가 들어가려고 해도 북한에 대해서 투명성을 요구할 것이고, 이 때문에 국제기구의 돈을 받기도 어렵습니다. 비전으로는 맞는 방향입니다만, 앞으로 상당히 많은 토론과 고민이 동반되어야 할 것입니다.

6. 앞으로의 남북관계 전망 및 제언

김준형: 앞으로의 전망과 마무리 발언을 부탁드립니다.

이상현: 결국 북한 문제를 편하고 빠르게 가느냐, 시간이 걸리더라도 제대로 가느냐의 논쟁이 최근의 논점입니다. 잠정적 특수 관계라고 해서 정상적인 관계가 되지 말라는 법은 없습니다. 상식과 합리가 통하고 예측 가능한 관계로 만드는 것이 중요합니다. 잠정적 특수 관계를 15년간 유지해 왔는데도 여전히 불확실성이 편재하고 있습니다. 시간이 좀 걸리더라도 정상적인 관계를 만들었으면 합니다.

그렇다면 일시적 남북경색은 두려워하지 말아야 합니다. 크게 보면 남북관계는 끊임없는 부침 가운데서도 이어져왔습니다. 오히려 남한 정부가 임기 내 무엇인가 해야 한다는 조바심을 냈을 때 남북관계가 파행에 이르지 않나 싶습니다. 적어도 임기 초에는 우리가 경색을 인내하고 상식적, 정상적 관계를 원한다는 신호를 줘야 합니다.

김근식: 잃어버린 10년에 대한 비판적 접근은 이해하지만, 적어도 외교안보, 특히 남북관계는 국내 정치적 시각으로만 재단할 수 없는 것입니다. 지속과 변화라는 정말로 실용적인 접근이 필요합니다. 무조건 수정과 재조정이 아니라, 어떤 것을 지속하면서 변화를 주겠다는 계승과 발전의 측면도 동시에 봐야 합니다. 그래야 앞으로 남북관계에 지나치게 비용을 들이지 않고 잘 개선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이번 개성공단 경협 직원 철수의 경우, 북한이 통일부 장관의 발언, "북핵폐기가 없으면 개성공단 확대가 어렵다"는 것을 문제 삼았습니다. 실용적으로 접근해서 "개성공단 확대가 바람직하지만, 이를 위해 북핵폐기가 시급하다"라고 말했다면 문제없었을 것입니다. 실용적으로도 얼마든지 지속과 변화, 유연성있는 접근과 대화가 가능합니다. 현재 너무 정치적 입지에 묶여 있는 것 같습니다. 다행히 지금 북미관계와 북핵 문제가 좋아지고 있으므로, 원칙은 바꿀 필요 없이, 현재 상황이 호전되고 있음을 고려해서 남북관계에 대해 적극적으로 나갔으면 합니다.

김준형: 상황의 변화를 지켜보아야 할 것 같습니다. 수고에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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