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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규 명리학 <3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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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김태규 명리학 <333>

앞서가는 국민, 뒤처진 정치

대선과 총선을 지켜보면서 우리 정치가 어느새 놀랄 만큼 많이 변하고 또 발전해있음을 느꼈다.
  
  필자가 느낀 우리 정치의 변화와 발전에 대해 여러 매체에서 별 언급이 없기에, 이런 생각을 얘기하는 것도 나름의 의의가 있지 않겠나 싶어 음양오행에 관한 얘기는 다음으로 미룬다.
  
  민주주의란 알고 보면 그 또한 하나의 시장과도 같다. 그리고 이 시장에서는 '생각과 주장'이 바로 유통되는 상품이다.
  
  반대로 독재나 전체주의는 생각과 주장의 자유로운 생산과 공급, 유통을 국가 공권력을 통해 억압하는 제도라고 생각할 수 있다.
  
  그리고 금권정치 또는 부패정치란 정치상품의 생산과 판매, 유통에 있어 공정한 시장 질서를 심하게 교란하는 행위 내지는 불법행위가 다반사인 시장이라고 생각해볼 수 있다.
  
  그런 측면에서 보면 이번 대선과 총선은 독재나 전체주의, 그리고 금권부패 정치가 모두 사라진 투명한 정치 시장이 형성되었음을 알리고 있다.
  
  독재도 아니고, 부패 정치도 아닌 마당이라 정치 소비자인 국민들의 관심도 그만큼 줄어들었다는 점 또한 성숙시장 내지는 포화시장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낮은 투표율은 일종의 정치적 불경기를 말해주고 있는 셈이다.
  
  그러고 보니 우리 국민들은 그간 상황에 따라 이쪽을 택했다가 때로는 저쪽을 택하는 등 절묘한 균형감각을 통해 정치가 국민들에게 좋은 상품을 공급할 수 있는 정치적 시장을 만들어왔다는 생각이 든다.
  
  이제 우리 정치 시장도 공급자 우선 시장이 아니라 소비자 우선 시장이 된 것이다.
  
  선거란 일정한 시기에 국민들이 소비자로서 정치적 상품을 선택하는 행위이다. 그런데 이번 선거 역시 끝나고 나니 선택받지 못한 측에서는 볼이 멘 얘기들로 무성하다.
  
  그렇지만, 세상에 소비자를 탓하는 기업은 없듯이, 국민인 소비자를 탓하거나 섭섭하다고 우는 소리를 내는 정치인도 없어야 하는 것이다. 정 울고 싶다면 가까운 사람의 품에서나 목을 놓아 울든가.
  
  국민들은 이렇게 말하고 있다. 억울해? 정말로 당신 물건이 좋다면 다음에 고려해 볼게. 기다려.
  
  다시 말해 우리 국민들은 이제 민주주의라는 소비자가 왕인 시장을 만들어놓았으니, 당신네 정치인들도 이제는 좀 보통의 기업가가 되지 않으면 앞으로는 어려울 것이라고 강력하게 요구하고 있다.
  
  이번 선거 결과 역시 기업가적 접근법에 있어 이명박 당시 후보와 한나라당이 정동영 후보나 통합민주당에 비해 다소 앞서있었다는 점이다.
  
  물론 선거에 패한 당들도 이른바 정책개발에 나름의 노력을 등한시한 것은 아니었다. 정책개발이란 곧 상품 개발이다. 그런데 아직 우리 정치와 정당들은 상품개발이란 것이 무엇인지 잘 모르는 것 같다.
  
  하지만 시장에 나가보면 금방 그 답을 얻을 수 있다. 또 서점에 가도 지나치게 많이 널려있는 것들이 이런 종류의 책들이다.
  
  다 아는 얘기를 해보면 이렇다.
  
  소비자가 원하는 상품이란 비단 기능에 국한되는 것이 아니다. 상품이란 산업디자인적인 요소는 물론 미학적 요소와 함께 소비자들의 다양한 때로는 변덕에 가까운 욕구들을 함께 담아야 한다는 측면, 아울러 유통 채널에 관한 요소들, 이런 다양한 측면이 필요한 것이다.
  
  이번 선거는 이런 측면에서 승리한 정당이 상대적으로 조금 나은 점이 있었을 뿐, 전체적인 수준에서 크게 발전하지 못하고 있다는 느낌이다. 이미 국민들의 정치 감각과 감성은 선진국형 고도소비시장을 요구하고 있건만 말이다.
  
  특히 패배한 통합민주당은 이런 면에서 거의 무감각에 가까웠다. 노무현 대통령의 탈 부패 정치로 인해 우리 정치시장은 거의 완전하고 공정한 자유경쟁 제체로 돌입해있었다. 그런데 통합민주당, 그 내부의 운동권 출신 의원들은 여전히 정치를 스스로를 지사 내지는 열사로 여긴 나머지 자신의 생각과 주장, 즉 정치상품을 소비자인 국민들에게 거의 우겨 넣으려는 자세였다.
  
  상품을 소비하는 것은 소비자 마음인데, 사지 않으면 잘못되었다는 자세를 보인 것이다. 그 점을 반성해야 하건만, 수도권에서 뉴타운이라는 미끼를 유권자들이 덥석 물었다고 변명하는 것은 여전히 국민들을 얕보는 고자세이고 패배를 통해 배우고 클 수 있는 가능성을 미리 막아버리는 自充手(자충수)에 지나지 않을 것이다.
  
  이제 정치인도 기업가적 마인드로 가야 한다. 아직도 선생이고 志士(지사)이며 선경지명을 지닌 애국자이며, 국민들은 그 啓導(계도)의 대상이라는 우월감이 남아있다면 가급적 빠른 시일 내에 말끔하게 지워버리는 것이 다음의 선거를 위해서도 좋을 것이라는 것이 소비자이자 왕이며 나라의 주인인 국민들이 보낸 명백한 경고였다.
  
  이번에 국민들은 한나라당을 과반 의석으로 만들어주면서도 대운하 추진에 경고를 보냈고, 당내 경선에서 확고한 이미지를 구축한 박근혜 전 대표를 지지함으로써 이명박 대통령과 한나라당에도 경고를 발했다. 얼마나 대단하고 영특한 소비자 감각인가!
  
  특히 박근혜 씨는 부친 박정희 전 대통령의 후광을 업고 시작했지만, 이제는 가장 참신한 정치 상품을 일관되게 판매해왔기에 이번 선거로 대박을 터뜨릴 수 있었다. 이는 저번 경선패배에서 보여준 담백한 승복의 처사가 모든 기업인들이 바라마지 않는 '고객감동' 수준이었기 때문이다.
  
  국민이 이제 정치인들과 정치를 훨씬 앞서가고 있음이다.
  
  아울러 진보 측의 매체를 보면 정치 지형이 진보에서 보수로 중심이 넘어갔으니 우려되고 걱정된다는 평을 하고 있는데 실로 한심하고 유치한 얘기.
  
  이번 선거가 보여준 것은 주인인 우리 국민들이 가장 입맛에 드는 정치적 상품을 택할 뿐, 당신들이 왜 주인인 우리들을 보수와 진보라는 이상한 잣대로 재려고 드는가 하는 것이다.
  
  '우리 그렇게 간단한 사람들이 아니거든요' 하는 것이다. 또 '투표율이 낮아서 걱정된다구요? 별 걱정을 다 하시네, 필요하면 다 알아서 선택하거든요' 이다.
  
  그래서 필자의 이야기는 이제 국민들의 수준이나 경향에 대한 것이 아니다. 영특한 우리 국민들에게 무슨 얘기를 보태랴, 감히 주제넘게. 결과 이 글은 정치하는 사람들에게 들려드리고 싶은 얘기이다.
  
  성숙된 시장은 경쟁이 치열한 시장이고, 이 시장에 상품을 팔려고 하는 자는 고객들이 무엇을 원하는 지, 장차 그 원하는 바가 또 어떻게 변모하고 발전해갈 것인지를 알아내는데 시간과 정성을 쏟아야 한다는 것이다.
  
  또 내 상품이 정말로 좋은 품질을 지녔는데도 인정을 받지 못하고 있다는 판단이 선다면, 기능만이 아니라 디자인과 유통 구조를 개선하고 아울러 발상의 전환을 통해 소비자에게 다가가야 한다는 점이다.
  
  개혁성향의 제품이라는 얘기는 제품의 혁신성을 말하는 것이다. 그러면 무엇이 혁신인 지, 정치 소비자들에게 어떤 효용을 가져다주는지 선전도 하고 광고도 함은 물론 포장이나 유통도 좀 산뜻하게 해야 그것이 개혁적이다 싶은 느낌이 들 수 있지 않겠는가.
  
  우중충한 색감과 디자인으로 거의 날 것에 가까운 것을 혁신 신제품이라고 내밀면서 사주지 않는다고 우는 소리 해봐야 팔릴 리 만무.
  
  지하철에서 툭 하면 수출 중소기업 제품인데 어쩌다 억울하게 부도가 났기에 이 좋은 물건을 단돈 천원에 다섯 개씩이나 드립니다 식의 판매는 곤란하다는 생각이다.
  
  기업가와 장사꾼은 교활하다. 하지만 소비자가 왕이기에 그런 것이지, 원래 사람이 그런 것은 아니다.
  
  엄청 억울해도 고객 앞에서는 웃는 표정을 지으며 잘못했습니다, 시정하겠습니다, 다시는 이런 일이 없도록 하겠습니다 등등의 빈 말을 한다. 그것은 하지만 빈 말이 아니다. 고객이 그만큼 소중하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기업가적 마인드란 무슨 어렵고 난해한 것이 아니라 바로 이런 것이 아닐까 싶다.
  
  우리 정치도, 특히 이번에 패배한 통합민주당은 이런 문제를 놓고 진지한 고민을 시작해야 할 것이다. 오랫동안 믿어온 대들보 호남만을 바라보고 있다가는 마침내 호남 소비자들도 등을 돌릴 것이다. 호남 소비자들의 소비감각도 결코 만만치 않기에.
  
  우선 전 국민을 상대로 변변치 못한 상품을 팔아서 죄송하다는 내용의 진심어린 대국민사과대회라도 하는 것이 조기 전당 대회 운운보다 몇 배 효과가 있을 것이다.
  
  승리한 측도 이런 변화를 게을리 한다면 다음 선거 결과는 훤히 내다보인다.
  
  정리하면 이제 정치는 국민의 요구를 반영하는 거울이 되어야 하는 것이지, 국민을 감히 계도하려는 자세를 보여줄 때는 이미 지났다는 것이다.
  
  이 글은 이번 선거에 패배한 통합민주당을 야단치는 글이 아니다. 지금 어떻게 방향과 진로를 잡아야 할지 고민에 빠진 통합민주당 사람들에게 혹시나 생각과 발상의 전환에 도움이 될까 해서 드리는 애정 어린 충언이다.
  
  또 이번에 과반을 이룬 한나라당에 대해 당신들의 승리가 어디에서 왔는지를 잘 성찰하고 잊어버리지 말아야 한다는 것, 또 더욱 분발해주길 바란다는 성원의 글이다.
  
  하지만 가장 중요한 핵심은 우리 국민들이 실로 대단해졌다는 것이다. 정치가 더 분발하지 않으면 우스개 꼴이 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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