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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의 신이 눈을 가리고 있는 진짜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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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법의 신이 눈을 가리고 있는 진짜 이유?"

[인터뷰] <디케의 눈> 낸 금태섭 변호사

금태섭 변호사가 <디케의 눈>(궁리 펴냄)을 펴냈다. 그는 2006년 9월 한 언론에 '현직 검사가 말하는 수사 제대로 받는 법'이라는 기고를 올려 화제가 됐다. 당시 금 검사는 기고의 여파로 서울중앙지검 형사4부에서 총무부로 전보 조치됐다 이듬해 1월 사표를 내고 변호사로 변신했다.

금 변호사가 책 제목으로 쓴 '디케'는 한 손에 저울을, 다른 손엔 칼을 들고 있는 법의 여신. '디케'는 공정한 법 집행을 위해 눈을 가리고 있다. 그러나 금 변호사는 "현장에서 보면, 디케가 눈을 가리고 있는 이유는 법을 통해서 진실을 찾는다는 것이 얼마나 힘든 일인가를 보여주기 위한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이 책에서 금 변호사는 유전자 감식, 로스엔젤레스 폭동의 1년 전에 벌어진 두순자 사건, 사이버 포르노 문제, 정약용의 흠흠신서 등 폭넓은 소재를 언급하며 법의 다양한 측면을 보여준다. 특히 미국 연방대법원과 한국의 대법원을 비교한 대목은 주목할 만하다.

2001년을 기준으로 미국 연방대법원은 88건을 다뤘지만 우리는 1만8960건을 처리했다. 거의 200배가 넘는 수치다. 금 변호사는 "미국의 대법원 판결은 하나하나가 주목을 받고 조금 유명한 판결은 법학을 전공한 사람이 아니더라도 구체적인 내용까지 아는 경우가 많다"며 "우리나라 대법원 판결 중 국민들이 알고 있는 것은 과연 얼마나 될까"라는 질문을 던진다.

금 변호사는 "1년에 수십 건의 사건을 고르라고 하면 정말 사람들이나 사회에 영향을 줄 사건들을 고르지 않을까"라는 질문을 던진다. 그는 "대법원으로 가는 사건을 선택적으로 고르는 것에 많은 반발이 있겠지만, 법이 좀 더 사회와 밀접한 관계를 맺을 수 있는 수단 중 하나가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다음은 지난 10일 서울 서초구 금태섭 변호사의 사무실에서 진행한 인터뷰 전문.

"법에 관심은 없이 신분 상승 욕구 뿐?"
▲ <디케의 눈>(금태섭 지음, 궁리 펴냄) ⓒ프레시안

프레시안 : 금태섭 변호사는 검사로 재직할 때 <한겨레>에 피의자 인권에 관한 기고를 해서 파문을 일으켰다. 이번 책 <디케의 눈>에도 그런 내용이 나온다. 검사로서 피의자 인권에 관심을 갖게된 계기가 있나?

금태섭 : 특별한 계기가 있었던 것은 아니고 그 전부터 생각해온 내용이다. 사실 지금은 내가 검찰에 들어온 1995년 즈음에 비하면 피의자 인권을 다루는 검찰의 태도가 많이 나아졌다.

한국 검찰은 기소한 사건의 99% 이상이 유죄판결이 나 '정밀 사법'이라는 이야기를 들을 만큼 우수한 실력을 가지고 있다. 그러나 여전히 국민의 신뢰를 얻지 못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단순히 피의자 인권 뿐 아니라 검찰의 수사 관행도 선진적이고 부끄럽지 않은 것으로 만들어보자는 생각으로 써본 것이다. 형사소송법의 발전을 위해 한번쯤 짚고 넘어가야할 문제가 아닌가 싶다.

프레시안 : <디케의 눈>에서는 '법은 현실이다'라는 주장을 내놓으셨는데….

금태섭 : 법에는 재미있는 논리가 있다. 그런데 우리 사회는 법을 어렵게 생각할 뿐 재미를 느끼지 못하는 것 같다. 법을 통해 신분 상승을 해야겠다는 생각은 있는 반면, 법이 어떤 것인지에는 관심이 없다. 그래서 법은 이런 것이다, 이렇게 재미있는 것이다, 이런 걸 알려주기 위해 이 책을 썼다.

또 우리는 살인, 아동 성폭행 사건 등이 생겨 광풍이 몰아치면 사형 폐지론 등 반대쪽 이야기는 하기 힘든 상황이 있는다. 법을 하다보면 아무리 소수자나 인기 없는 입장이라도 나름의 근거가 있음을 알게된다. 이 책에 실린 내용이 서로의 논리를 들어볼 수 있는 토론을 자극하는 계기가 되면 좋겠다.

프레시안 : 책을 보면 외국 사례가 많다. 국내 사건이 아니라 외국 사건을 많이 이야기하게 된 이유는?

금태섭 : 아까도 말했듯 우리 사회에는 한 사건을 두고 사회적 논의가 이뤄지는 경우가 극히 적다. 예를 들어 양심적 병역 거부 등의 논란이 불거질 때도 어떤 사람이 용기있게 나와서 말을 할 때 논의가 시작되는 거지 소수자 입장 같은 것이 정식으로 토론되는 경우가 없다. 성매매, 포르노 같은 경우도 법으로 금지만 돼 있지 사회적 논의는 거의 없었다. 이런 상황에서 외국 사례를 많이 쓸 수밖에 없었다.

프레시안 : 그렇게 사회적 논의가 이뤄지지 않는 이유가 어디에 있다고 생각하나?

금태섭 : 여러가지가 있겠지만 하나를 들자면 이런 게 있다. 한국에서는 변호사가 특정 입장을 변론하면 변호사도 같이 그런 입장으로 몰린다. 사실 변호사는 단지 의뢰인의 입장을 짜주고 논리를 전개해주는 역할을 할 뿐이다. 그런데 '저 사람은 저런 걸 변호하느냐', 이렇게 몰아가기 때문에 말을 내기 어렵고 적절히 봉합해서 가는 경우가 많다.

사실 '혜진·예슬이 사건'이 일어난 이후에는 아동 성폭력 문제나 사형 폐지와 같은 말을 하기 어렵다. 자유당 시절에 사형존폐론을 두고 신부님 한 분과 법학 교수가 유명한 신문지상 토론을 벌인 일이 있었다. 그때도 폐지론 주장하는 쪽에 '가족이 살해당하면 너도 반대하겠느냐'는 감정적인 반박이 나왔고 더 이상 진척된 논의가 어려웠다. 그 때나 지금이나 모든 사람의 이야기를 일단 들어주고 논의를 통해 결론을 내고 승복하는 방식이 필요하다.

프레시안 : <디케의 눈>을 보면 연간 80여 건을 다루는 미국 연방대법원은 사회에 큰 영향을 주는 판결을 내놓는 반면 한국 대법원은 한 해에 처리하는 사건 수가 2만 건이나 되기 때문에 그렇지 못하다는 지적이 있는데 비슷한 맥락의 지적인 것 같다.

금태섭 : 그런 논의는 지난번 사법 개혁 과정에서도 있었다. 그게 '가난한 사람들은 대법원에도 가지 말라는 말이냐'는 식의 형식 논리로 가면 잘 안된다. 한국에서는 좀더 조명을 받아야 할 사건인데 그냥 끝나는 경우가 많다. 미국 대법원이 결코 우리보다 인권에 소홀하지 않다. 좀 실질적으로 논의가 될 필요가 있다.

"<한겨레> 기고, 검찰이 대응을 잘못한게 아닐까"
▲ 금태섭 변호사. ⓒ프레시안

프레시안 : <한겨레> 기고 당시 검찰 내에서 상당한 비난이 쏟아졌는데 직접 겪은 당사자로서 심정이 어땠는지.

금태섭 : 사실 섭섭한 마음도 많이 들었다. 검찰은 뼈를 묻으려고 했던 곳이고, 나는 아직도 검찰에 큰 애정을 가지고 있다. 섭섭한 점을 하나하나 다 드러내서 이야기하고 싶지는 않은데… 그때는 좀 그랬다. 검사로서 한 평생을 바칠 직장으로서 나름대로 최선을 다했고, 이 직장이 어떤 곳일까 하는 측면이 있었는데 실망한 것은 사실이다.

내 행동에 후회는 없다. 한번도 잘못했다고 생각해본 적 없고 오히려 아주 잘했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전혀 후회가 없다. 사실 기고를 할 때도, 내가 생각하는 논의가 이뤄지고 나면 평생 시골에서 조용히 검사 생활을 해도 좋다고 생각했다.

또 검찰 안이나 변호사 사이에서도 내 기고를 좋게 생각하는 사람이 많다. 처음 기고를 올리고 나서 윗분과 이야기하면서 '이런 걸 쓰면 검찰의 이미지가 좋아질 것'이라고 말한 적이 있다. 검찰 이미지가 좋아지면 사법연수원 졸업생 중에 더 우수한 성적을 가진 인재들이 검찰에 많이 몰리지 않을까 이런 생각도 했었고.

프레시안 : 당시 검찰이 그토록 반발한 이유는 무엇이었을까?

금태섭 : 짐작하는 이유는 있지만 말하기 그렇고…. 당황했던 것 같다. 당황할 것이라고 생각은 했지만 위에 보고를 했을 때 중간에 계신 분들은 '이왕 벌어진 일이고 10번을 쓰겠다고 나갔으니 못 쓰게 하면 저만 영웅을 만들어주는 거다. 쓰자'는 이야기도 했었는데 결국 못쓰게 됐다. 내 생각에는 (상부에서) 결정을 잘못한 게 아닌가 생각을 한다. 설사 원하지 않았더라도 이미 일어난 일이고 '위험 관리' 측면에서도 쓰게 내버려두고 대신 '그건 개인의 의견이다'라고 하면 그만이고. 그렇게 했더라면 검찰의 이미지도 좋아지고 했을텐데 그걸 못쓰게 한 게 오히려 일을 키운 측면이 있다고 본다.

프레시안 : 하지만 검찰에서는 금 변호사가 주장하는 대로 하면 수사가 불가능해진다고 반발했다.

금태섭 : 지금의 형사소송법대로 하면 수사가 어려운 측면도 있다. 얼마전 김태환 제주도지사 사건을 보면 대법원은 압수수색 영장 없이 위법하게 압수한 증거를 인정하지 않는 판결을 내렸다. 이 때문에 사실상 유죄가 거의 확실한 사건임에도 무죄가 났다. 그 와중에 이 분이 신원을 확인하는 인정신문 외에 전혀 진술을 안 했다. 이건 누군가가 글을 써서 그런 게 아니라 법이 그럴 수 있도록 허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현실에서는 이미 이런 일들이 벌어진다.

하지만 지금까지 검찰은 '진술거부권은 있다. 그러나 네가 진술을 거부하면 좋지 않을 것이다'라는 입장으로, 어떨 때는 '자백하는 게 유리하다', 이런 식으로 피의자를 압박했다. 그럼 피의자의 진술 거부권은 왜 만들어 놓았나? 이러다 보니 검찰이 주장하는 '플리바게닝' 등도 도입되기 어려워지는 것이다.
▲ 금태섭 변호사. ⓒ프레시안

프레시안 : 지금 검찰에서 가장 바뀌어야 할 점이 있다면?

금태섭: 모든 것을 다하려고 하는 게 문제다. 흔히 잘못 생각하는 것이 중요한 사건이 있으면 피의자나 변호인도 협조해야 한다는 것이다. 협조해서 사실 확인을 하고 나면 검찰에서 나름 공정한 방향으로 결정해주겠다고 하는 것이다. 그러나 법에 따르면 변호인이나 피의자가 협조를 하지 않을 수 있도록 되어 있다.

근대 형사소송법은 검찰은 공격, 검찰은 방어 임을 인정하고 그 다투는 과정에서 진실을 찾는 근본적으로 대립적 구조를 갖는다. 일각에서는 변호인에게 '사회적으로 책임있는 사람이 그럴수 있냐'고 하는데 그런 식으로 검찰이 모든 것을 다하려는 태도를 벗어나서 해야 하지 않나 생각한다.

"국민 참여 재판, 법을 쉽게 하는 계기 될 수도"

프레시안 : <디케의 눈>은 '법을 보다 일상생활에 가깝게, 쉽게 이해하자' 이런 취지에서 나온 책인데 사실 그 전부터 법조계 내에서나 국회에서나 법을 좀더 쉽게 하자는 논의는 있어왔다. 그런데 아직도 현실화 되지 않은 이유가 무엇일까?

금태섭 : 그게 어떤 유인이 없기 때문이다. 그런 면에서 배심원 재판의 의미가 그런데 있기도 하다. 저도 처음에는 일반인들이 아무래도 편견을 갖기 쉽고 여론에 영향을 많이 받기 때문에 배심원 재판에 반대했었는데 생각해보니 법을 더 가깝고 쉽게 이해하도록 하는 유인이 되지 않을까 싶다.

법을 쉽게 하자는 운동이 유일하게 의미가 있었던 것은 1961년 조진만 대법원장이 판결문을 한글화하도록 한 대법원 규칙을 발표했을 때인데 당시 판사나 대한변호사협회 등에서 엄청난 저항이 있었다. 그러나 지금은 아무런 문제 없이 잘 되지 않나. 그런 강제적인 게 있으면 변화가 쉽다.

2007년 9월 사개추위에서 하는 모의재판에서 검사역, 변호사 역할을 해봤는데 나름대로 검사나 변호사나 굉장히 쉽게 한다고 하는데도 나중에 보면 배심원들이 무슨 말을 하는지 모른다. 그때 양해를 구해서 배심원들이 평의하는 것을 모니터했는데 우리가 생각하는 거랑 전혀 엉뚱한 이야기를 하더라. 그런 걸 겪다보면 변호사나 검사도 진짜 수용자 입장에서 생각해 쉽게 쓸 수 있지 않을까 싶다. 앞으로는 달라질 것이다.

프레시안 : 모의재판을 해 본 소감이 어떤지. 국민 참여 재판을 위해 필요한 것이나 제도상 보완해야할 점은 없었나?

금태섭 : 법학 교육이 좀 필요하다고 느꼈다. 정말 심각하다는 생각을 했다.

또 지금의 배심원 제도도 제도적으로 문제가 있다. 지금 배심원 제도로 재판을 한 사건은 거의 검사가 다 항소했다. 이런 문제가 있다. 모의 재판을 할 때는 시연이었던 만큼 판사들은 제쳐두고 일단 12명의 시민들만 두고 변론을 했다. 판사들이 보기에는 어느정도 유죄가 확실하더라도 여기를 설득하면 무죄 권고를 받을 수 있으니까. 그런데 미국은 무죄를 받으면 항소가 안 되는데 우리는 항소할 수 있다. 또 배심원이 직접 결정하는게 아니라 판사가 결정하고 배심원들은 권고만 하는 것이다.

이 경우에 판사는 어차피 항소를 하면 뒤집어질 가능성이 높으니 배심원이 무죄를 내려도 유죄를 내리게 된다. 또 변호인들도 '대상'의 문제에서 당장 피고인한테 잘 보이고 안도감을 주기 위해 배심원을 상대로 변론할 것이냐 아니면 나중에 항소심에서 깨질 것을 생각해서 판사를 상대로 할 것이냐의 문제가 생긴다.

하나 재밌는 일은 사개추위에서 모의재판을 할 때 제가 변협에서 추천한 변호사 역을 했는데 실제 모의재판을 하기 전에 법원 직원들을 두고 리허설을 했다. 그때 제가 무죄를 받았는데 사실 이게 예전에 유죄를 받은 사건이고 법률가들끼리 정밀하게 논의해보면 100% 유죄가 나오는 거였다. 당시 재판장이 대단히 당황해서 사건을 100% 유죄 사건으로 바꿨다.

이런 거다. 저는 당시 알리바이를 주장했는데 알리바이가 깨지는 지점이 있었다. 판사들은 그런 지점에 집중을 하는데 배심원들은 우리가 자꾸 해명에 집중하면 그것을 머릿속에 담아 둔다. 이런 것 때문에 변호사로서는 검사가 알리바이가 깨진다고 이야기를 하더라도 그를 무시하고 우리 주장만 반복하면 된다. 그래서 제가 무죄를 받은 것이다. 그런 점에서 배심원 제도 역시 제도적인 개선도 있어야 하고 연구가 좀 되어야 할 것 같다.

"오판 가능성이 있는 한 사형제는 반대"
▲ 금태섭 변호사. ⓒ프레시안

프레시안 : '혜진-예슬이 사건' 이후 성폭행범에게 전자 팔찌를 채우자는 안이 다시 주목을 받고 있다. 이에 대한 생각은?

금태섭 : 검사 생활을 하다보면 진짜 변하기 어려운 사람이 둘 있는데 하나는 아내를 패는 남자고 또 하나는 아동성폭행범이다. 성폭행범은 몇 년 씩 복역을 하고 나와도 재범 확률이 아주 높다. 신중히 검토해야겠지만 너무 부정적으로 볼 것만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아동 성폭력 문제가 나오면서 사형, 무기징역에 처하자는 여론도 높은데 강력한 처벌을 지정하는 것보다 그 사람들을 치료하고 피해가 안 나도록 하는게 중요하다. 강제추행을 두고 평생 가두거나 사형을 시킬 수는 없는데 재범의 확률은 너무 높거든요. 그런 면에서 전자팔찌 문제를 생각하면 그정도는 있을 수 있는 것이 아닌가 싶다.

프레시안 : 혜진·예슬이 사건 이후 난 일산 엘리베이터 납치 미수 사건에서 경찰의 늑장 대응이 여론의 거센 비난을 받았다.

금태섭 : 저도 납득이 안 간다. 별거 아닌 문제라고 생각했을 수 있는데, 범죄는 항상 중형에 처하는 것보다 빨리 처리해서 반드시 잡힌다는 걸 알려주는게 굉장히 중요하다.

프레시안 : 동시에 언론 등에서 사형제 부활을 주장하는 분위기도 높아지는 것 같다.

금태섭 : 그게 국민 다수의 의견이니까. 그러나 사형 폐지론의 손을 들어줄 수밖에 없다고 본다. 왜냐면 억울하게 죽어간 사람들이 꽤 많기 때문이다. 제 책에도 나와 있지만 유전자 감식이 나와서 이런 가능성이 실증적으로 나타났다. 유전자 감식 이후 강간범이 미국에서 풀려난 것만 100명이다. 게다가 단순 살인의 경우는 밝혀지지 않는 것도 많다. 우리나라도 보면 조갑제 씨가 쓴 <사형수 오휘웅 이야기>를 보면 억울하게 사형을 당한 사람도 많다.

이런 주장에 사형 존치론자는 '정말 확실한 사람만 사형시키자'고 하는데 얼마나 확실한 것이 확실한 것인가라는 문제가 생긴다. 자백을 받은 것이 확실한 것인가. 그럼 사형수 오휘웅 씨는 판사게 확실하지 않다고 생각하면서 사형을 시킨 것인가.

예전에 유명한 '김 순경 사건'이 있었다. 이 사건에서 검사가 기소해서 1심, 2심에서 모두 유죄가 났는데 대법원 계류 중일 때 진범이 잡혔다. 그 사건을 보면 같은 검사로서 진범이 잡히지 않았을 때 과연 무죄로 할 수 있었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김 순경이 근무 중에 한 여자와 여관에 몰래 가서 잠을 잤다가 몰래 빠져나왔는데 여자가 목졸린 시체로 발견됐다. 그 이전엔 이 여자와 남자가 결혼, 임신 문제 등으로 싸우기도 했고 다른 사람이 침입한 흔적도 없었다. 게다가 그 경찰관이 바로 잡혀서 조사를 받을 때 동료 경찰관들이 '살인범으로 유죄 판결 받을 수밖에 없으니 자백해야 죄가 가볍지 않겠냐'고 하자 경찰관이 자발적으로 자백했다.

물론 검찰에서 부인해서 자백 증거로 쓸 수는 없었지만 기록을 읽어보면 보통 사람도 아니고 경찰관이 사람을 죽였다고 동료 앞에서 자백을 한 상황에서 이게 범인이 아니면 누가 범인이냐는 생각이 들 수밖에 없다. 그런데 나중에 알고보니 이 경찰관이 나오고 난 다음에 누가 침입해서 별 흔적도 안 남기고 여자를 목졸라 죽인 거다. 그 자리에서 10만 원짜리 수표를 훔쳐간 게 있는데 그걸 쓰다가 우연히 걸린 것이다.

물론 이 사건은 사형 판결이 난건 아니지만 이런 류의 오판 가능성에 존치론자들은 답할 수 없기 때문에 사형 폐지가 맞다고 생각한다.

프레시안 : 독자들은 중단된 <한겨레> 기고를 완성한 책을 기다리고 있을 것 같다.

금태섭 : 그때는 중간에 멈추기는 했지만 상당한 파장이 있었고 어느정도 논의가 되서 실제로 재판이나 수사에서 많은 변화가 있었다고 본다. 때문에 일정 정도 목적한 것을 이뤘다고 생각했다. 또 변호사가 된 만큼 변호사 입장에서 보고 언젠가 나중에 써봐야겠다고 생각했다. 실제로 처음 검사를 그만두고서는 출판사에서 정말 많이 찾아왔다. (웃음)

프레시안 : 그 외에 책을 더 쓸 계획은 없나?

금태섭 : 나는 책 쓰는 게 아주 좋다. 이후로도 몇 가지를 더 계획하고 있다. 막 도입된 로스쿨에 대해서도 써볼 생각이 있고 예전에 우리 사회에 큰 파장을 미친 사건을 소재로 삼아서 써보고 싶은 생각도 있다.

프레시안 : 인터뷰에 응해주셔서 감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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