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善(선)/鮮(선)/享(향)/鬲(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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善(선)/鮮(선)/享(향)/鬲(력)

[한자가 그렇게 만들어졌다고?] <29>

羊(양)자가 들어간 글자들 가운데 洋(양)·養(양) 등이 그 발음을 이어받고 있음은 분명하다. 祥(상)·詳(상)이나 姜(강) 역시 초성이 조금 달라졌지만 그 변형 발음임을 깨닫기는 그리 어렵지 않다. 그러나 善(선)·鮮(선) 등은 회의자로 설명돼 羊 발음을 이어받았음을 인정받지 못하고 있는 글자들이다.

'생선' '신선하다'의 뜻인 鮮은 魚(어)와 羊이 합쳐진 글자다. 싱싱해야 할 것의 대표로 물고기와 양고기를 제시한 글자라거나, 양고기처럼 맛있는 물고기라는 식으로 설명된다. 善은 본래 譱이던 것이 言(언)을 하나로 줄이고 다시 변형돼 지금 모습이 됐다고 한다(<그림 1>). 두 사람의 말다툼(誩)을 양의 신통력으로 판단해 준다거나, 양고기가 맛있다고 입을 모아 찬탄하는 것이라는 식의 회의자식 설명이 대부분이다.

그러나 善·鮮의 발음이 똑같다는 사실은 결코 우연이 아니다. '부러워하다'인 羨(선) 역시 양고기를 보고 군침(㳄)을 흘린다는 식으로 설명되지만 같은 '선' 발음에 羊자가 들어 있다는 점이 눈에 띈다. 羊을 셋 합친 羴(전)도 비슷한 발음이다. 祥에서 羊이 발음기호라면 善·鮮·羨에서도 그것이 발음기호일 가능성은 충분하며, 그렇게 보면 회의자식 설명에서처럼 이상한 얘기들을 꾸며낼 필요가 없어진다.

鮮은 羊을 발음기호로 빼내면 복잡한 얘기를 만들 필요가 없다. 원래 물고기 이름이었다니 魚를 의미 요소로 보는 것이 당연하고, '생선'이 본뜻이라 해도 같은 구조의 형성자로 깔끔하게 정리된다. 善 역시 윗부분 羊이 발음기호고, 아래가 의미 요소겠다. 다만 그것이 誩(경)의 간략형인지는 분명치 않으며, 그냥 言의 변형이라 해도 '우호적인 말' 정도의 본뜻을 짐작할 수 있다. 또 그것을 吉(길) 같은 글자의 변형으로 본다면 '좋다'는 본뜻으로 더욱 부드러운 설명이 가능해진다.

享(향)은 亨(형)과 같은 글자로, 사당의 모습을 그린 亯이 본래 모습이라고 한다. 제사는 받는 입장에서의 '누리다'는 享으로, 드리는 입장에서 잘 모시면 만사가 잘되니 '형통하다'는 享으로 분화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享자가 들어 있는 淳(순)·惇(돈)·醇(순)·敦(돈)·孰(숙) 등의 소전체는 하나같이 발음 부분이 亯 밑에 羊이다(<그림 2~6>). 다시 말해서 享은 '亯+羊' 형태의 글자가 간략해진 것이다. <그림 7>이 그 모습이다. 이런 구조의 글자는 <설문해자>에 '순' 발음의 별도 글자로 올라 있으나, 그것이 바로 享자인 것이다. 享(향/순)은 羊을 발음기호로 한 글자고, 그 '향' 발음은 羊과, '순' 발음은 善·鮮 등과 비슷한 발음이다.

鬲(력/격)은 배가 불룩하고 발이 셋 달린 솥을 그렸다는 글자다. <그림 8>이 그것인데, 세 발 사이가 비어 있어 거기에 불을 지폈다고 한다. 이 모습은 <그림 9>에는 어느 정도 유지되고 있는 듯한데, <그림 10>은 아랫부분이 상형의 일부가 아니라 완연한 羊자다. 그러고 보면 <그림 9>의 아랫부분도 羊자의 분위기가 좀 남아 있다.

鬲의 발음 '력' '격'은 모두 '역'과 연결될 수 있는 발음이다. 초성 ㅇ/ㄹ은 우리말 두음법칙에서처럼 사실상 같은 발음으로도 볼 수 있고, ㄱ/ㅇ은 발음 위치가 같다. 屰(역)이 羊과 같은 글자라면 鬲의 아랫부분은 羊=屰의 변형이고 그것이 발음기호라고 볼 수 있는 것이다.

그런데 <그림 10>은 享의 옛 모습인 <그림 7>과 비슷한 데가 있다. 鬲이 屰의 발음과 비슷하고 享이 羊의 발음을 이어받았다는 점을 생각하면, 다소 멀어 보이는 鬲과 享의 발음도 같은 뿌리에서 나온 것일 가능성이 있다. 鬲=享일 가능성이 있는 것이다. <설문해자>는 '亯+羊' 형태의 '순'이라는 글자가 '익다'나 '죽'의 뜻이라고 했는데, 이는 鬲의 '솥'과 직결되는 의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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