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인화면으로
羊(양)/屰(역)/牛(우)
  • 페이스북 공유하기
  • 트위터 공유하기
  • 카카오스토리 공유하기
  • 밴드 공유하기
  • 인쇄하기
  • 본문 글씨 크게
  • 본문 글씨 작게
정기후원

羊(양)/屰(역)/牛(우)

[한자가 그렇게 만들어졌다고?] <28>

大(대)는 사람의 정면 모습을 그려 만든 글자라고 한다. <그림 1>과 같은 금문 글자꼴은 이런 인식을 한껏 담고 있다. 그럼 <그림 4>는 뭘까? 사람이 거꾸로 선 모습이니 大와 연관이 있음직하다.

학계에서는 이를 屰(역)이라는 글자로 본다. '거스르다'인 逆(역)의 발음기호이자 그 처음 모습이라는 것이다. 사람이 거꾸로 선 모습으로 '거꾸로'의 뜻을 나타냈다고 한다. 아닌 게 아니라 팔다리며 몸통이며 머리까지, 사람의 모습이 여실하다. <그림 1>의 大보다 더 분명하다.

그러나 글자를 뒤집어서 새로운 글자를 만들었다는 얘기는 가설일 뿐이다. 초기 한자에서 좌우를 뒤집은 글자가 별개의 글자가 아니었다는 일반론을 떠올리면, 상하를 뒤집어 새로운 글자를 만들었다는 얘기 역시 가능성이 그리 높아 보이지 않는다.

그렇다면 다른 글자로부터의 변형 가능성이 훨씬 현실적이다. <그림 4>는 屰의 금문이고, 이보다 이른 시기의 것으로 보이는 갑골문은 <그림 2, 3>과 같다. 이는 羊(양)의 옛 모습인 <그림 5>와 흡사하다. 윗부분이 조금 다른 듯하지만, 개성에 따라, 또는 자기가 배운 표준 글자꼴의 차이에 따라 조금 달라진 것으로 볼 수 있다.

지금 글자꼴로 羊과 屰은 아래 二와 凵의 차이인데, 凵은 ∨ 형태를 중간에 넣어 보면 一 형태와 통하고 羊과 屰은 결국 줄이 하나냐 둘이냐의 차이다. 羊도 처음에는 ∨이 하나였으나 중간에 점이 더 있는 글자꼴도 있고 그것이 선으로 변해 지금의 차이를 낳은 것이다.

屰=羊임을 알려주는 또 하나의 증거는 屰의 후계자라는 逆자다. <설문해자>는 逆과 '맞이하다'의 뜻인 迎(영)이 같은 뜻이었다고 했다. 지역에 따라 황하 하류 지역에서는 逆을, 상류 지역에서는 迎을 썼다고 한다. '역'과 '영'의 발음이 받침만 약간 다른 정도니 본래 같은 발음에서 변한 것으로 보이고, 그런 차이 때문에 각기 다른 형성자를 쓴 것이다.

逆의 '거꾸로'는 '맞이하다'의 파생 의미로 이해할 수 있다. 逆=迎은 의미 요소가 이동을 뜻하는 辶=辵(착)이어서 '마중을 나가다'가 본뜻이라고 볼 수 있다. 마중은 요즘 생각하는 것처럼 겨우 대문간에나 나가서 맞이하는 게 아니라 한 5리쯤 나가서 맞는 것이었고, 옛날 고을마다 있었던 五里亭(오리정)은 그런 마중의 장소였다. 그래서 이 글자들의 의미 요소로 辶이 들어간 것이고, 마중을 나가는 것은 오는 손님의 움직임과는 반대 방향이니 '거꾸로'의 뜻이 생긴 것이다. 大자를 뒤집어서 그런 뜻이 생긴 게 아니다.

그런데 그 迎의 발음은 羊의 발음과 가깝다. '양>영>역'으로 이어보면 발음이 연결된다. 屰은 모양뿐만 아니라 발음도 羊과 같았다고 볼 수 있고, 그렇다면 이 둘을 별개의 글자로 볼 수 없는 것이다.

羊의 발음이 변해 屰이 됐다는 사실은 또 하나의 흥미로운 가능성을 제기한다. 티벳이나 중앙아시아에서 사육되는 야크라는 동물이 있는데, 그 이름은 屰의 발음 '역'과 흡사하다. 양과 야크는 모두 소目-소科에 속하는 동물이니 처음에는 같은 이름으로 불렀음직하고, 그 흔적이 비슷한 발음 속에 남아 있다고 볼 수 있다.

양과 야크가 구분되지 않았다면 소는 어땠을까? 야크는 생김새가 소와 거의 비슷하다. 당연히 같은 부류의 동물로 일컬어졌을 것이다. 여기서 소를 나타내는 牛(우)자의 옛 모습을 보자. <그림 7>이 그것인데, <그림 2, 3>의 屰자와 큰 차이가 없다. 세로획이 위로 튀어나온 정도의 차이지만 이는 둘을 별개의 글자로 보아야 할 유의미한 차이는 아니다. 牛의 옛 글자꼴 가운데는 그것이 위로 튀어나오지 않은 것도 있다.

그렇다면 牛=屰이고, 결국 牛는 羊과 같은 글자였다는 얘기가 된다. 牛와 羊은 각기 소와 양의 머리 모습을 그린 글자라고 하는데, 羊은 <그림 6>에서 한껏 과장됐듯이 아래로 말린 뿔을 특징으로 하고 牛는 위로 치켜올려진 뿔을 특징으로 해서 구분한다는 게 보통의 설명이다.

그러나 <그림 2>처럼 그런 구분이 애매해지는 지점이 있다. <그림 6> 같은 것은 글자가 분리된 이후 각각의 특성에 맞춰 글자 모양을 차별화하는 과정에서 나온 것으로 봐야 하고, 羊·屰·牛는 본래 같은 글자였다고 볼 수 있다. 이 글자들은 소·야크·양을 뭉뚱그려 나타낸 글자였겠다.

다만 牛의 발음이 조금 동떨어진다고 생각할 수 있다. 그런데 屰의 발음을 이어받은 逆의 중국말 발음이 '니'고 牛가 '뉴(니우)'임을 떠올리면 같은 발음의 변형임을 알 수 있다. 牛와 羊은 같은 모습, 같은 발음의 글자에서 분화한 것이고, 屰은 글자의 변형 과정에서 정착된 허구의 글자꼴이다.

이 기사의 구독료를 내고 싶습니다.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매번 결제가 번거롭다면 CMS 정기후원하기
10,000
결제하기
일부 인터넷 환경에서는 결제가 원활히 진행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
kb국민은행343601-04-082252 [예금주 프레시안협동조합(후원금)]으로 계좌이체도 가능합니다.
프레시안에 제보하기제보하기
프레시안에 CMS 정기후원하기정기후원하기

전체댓글 0

등록
  • 최신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