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萬(만)/禺(우)/禹(우)/离(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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萬(만)/禺(우)/禹(우)/离(리)

[한자가 그렇게 만들어졌다고?] <27>

숫자 萬(만)은 '풀'을 나타내는 의미 요소 艹=艸(초)와 그 밑에 禺(우)로 똑떨어지는 구성의 글자다. 그러나 유래는 전혀 엉뚱하게 상형자란다. 전갈의 모습을 그렸다는 것이다. 禺 부분은 몸통이고, 艸 부분은 두 개의 집게다. 艸는 옛 모습에서 두 손인 廾(공)이나 臼(구/국)과 구분하기 어려운데, <그림 1>과 같은 모습은 전갈의 집게를 실감나게 표현하고 있는 듯하다.

그러나 아랫부분은 너무도 분명한 禺자다. <그림 2>를 보면 萬에서 집게 두 개만 떼어낸 모습이다. 禺가 집게를 떼어낸 전갈을 그렸다고 볼 수는 없으니, 萬이 禺에 어떤 요소를 더한 글자라고 보는 게 순리다. 한자에서 상형 대상의 폭을 기존의 상식보다 좁혀 잡을 필요가 있는데, 그런 관점에서 보면 전갈까지 상형했다는 것은 좀 지나친 감이 있다. 萬은 禺에 두 손인 廾이나 臼를 더한 글자로 봐야 한다.

그렇다면 회의자일까, 형성자일까? 형성자로 보기에는 발음이 멀어 보여 회의자에 기웃거리게 될지도 모르지만, 禺 계통에 顒(옹)·喁(우/옹) 같은 글자가 있음을 알면 생각이 달라진다. 萬의 중국말 발음 '완'과 연결되는 것이다. 萬에서도 禺는 발음기호다.

禺는 '긴꼬리원숭이'의 뜻이어서 그 종류의 원숭이를 상형했다는 글자다. 그러나 글자 모양이 원숭이와는 상당히 거리가 있다. 또 원숭이를 다른 네발짐승들과 구별해 그렸다는 점도 받아들이기 어렵지만, 그 원숭이 가운데서도 특정한 종류를 따로 상형했다는 얘기는 어불성설이다.

<그림 2>를 보면 禺는 冂 부분과 나머지 부분으로 나눌 수 있을 듯하다. 冂 부분은 九(구) 또는 又(우)의 변형으로 발음기호가 아닐까 생각되고, 나머지 부분은 '뱀'의 모습인 虫(훼)로 보인다. <그림 3>과 같은 虫의 모습이 고스란히 들어 있는 것이다. 虫는 蟲(충)의 약자로 많이 쓰여 '충'으로도 읽지만, 표준 발음은 '훼'다. 그 '훼'와 禺의 '우'는 초성의 강도가 조금 다를 뿐이다. 虫의 사투리 발음을 위해 발음기호 九/又를 더한 禺를 만들었다고 볼 수 있고, 그 경우 禺의 본뜻은 '원숭이'가 아니라 '뱀'인 셈이다.

禺와 떼려야 뗄 수 없는 글자가 禹(우)다. 우선 발음은 완전히 같고, 모양도 거의 비슷하다. 위쪽 曰 형태의 부분이 丿과 口로 나뉘어 있을 뿐이다. <그림 5> 같은 禹의 모습은 <그림 2>의 禺와 별 차이가 없으며, 기껏해야 虫 부분이 조금 간략해진 것이지만 <그림 4>가 <그림 3>의 간략형이니 이상할 것도 없다.

결국 禹는 禺의 이체자일 뿐이다. 禹는 중국 고대 夏(하)나라 시조의 이름인데, '벌레'(蟲)의 뜻을 지니고 있다고 한다. 蟲은 결국 虫이니, 禹가 禺와 같다는 얘기 및 禺의 본뜻이 '뱀'(虫)이라는 얘기와 아귀가 맞는다. 禹=禺는 虫에 발음기호를 더한 형성자다. 禹임금의 후손인 姒(사)씨의 상징이 뱀이었다고 한다.

다만 '벌레'라는 蟲의 개념은 나중에 鱗蟲(인충, 어류)·甲蟲(갑충, 패류)·羽蟲(우충, 조류)·毛蟲(모충, 길짐승)·裸蟲(나충, 사람) 등 모든 동물로 확대됐는데, 禹와 분리된 禺는 '길짐승'의 개념을 거쳐 특정한 원숭이 종류로까지 의미가 축소된 듯하다.

离(리)는 중간에 짐승의 머리(凶 부분)가 있고, 아래에 禸(유), 위에 屮(철)자가 들어간 것으로 분석되는 글자다. 짐승의 형상을 한 山神(산신)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짐승 머리의 상형과 짐승 발자국이라는 禸, 그리고 '풀'의 뜻이어서 내용상 전혀 관련이 없어 보이는 屮의 세 요소로 이루어졌다는 구성 방식이 매우 엉성하다. 또 離(리)를 해석하면서 离 부분을 새그물로 보기도 하는데, 분명하게 离자가 들어가 있고 발음마저 똑같으니 離는 离가 발음, '새'인 隹(추)가 의미인 형성자다.

위쪽 㐫 부분을 田 형태의 변형이라고 보면 离는 禺의 변형이다. 초성의 ㄹ/ㅇ 차이는 종종 무시된다. 우리말의 두음법칙을 생각하면 된다. 禺 계통인 萬의 파생자 가운데 厲(려)의 발음은 离와 비슷하다. 중국말 발음은 똑같이 '리'다. 离와 禺의 발음이 충분히 연결될 수 있다는 얘기다. 또 다른 萬 계통 글자 邁(매)의 발음은 萬과 厲의 중간쯤 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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