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노조는 정체를 모르겠다"

[토론회] KBS 노조 비판 '봇물'…노조 "정연주 퇴진해야"

전국언론노조 KBS 본부(위원장 박승규)의 거듭된 '정연주 사장 퇴진 운동'이 이명박 정부의 방송 재편 기도에 대항하는 방송 공공성 사수 언론 운동에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28일 한국언론정보학회와 한국PD연합회 주최로 서울 목동 방송회관에서 열린 '21세기 KBS의 현실과 전망' 토론회에서다.
  
  현 지도부 출범 때부터 '반(反) 정연주'를 모토로 걸고 나온 KBS 노조는 이명박 정부 출범 이후에도 정 사장 퇴진을 끊임없이 주장해왔다. 지난달 13일 KBS 노보에 편지글 형식으로 정 사장의 퇴진을 주장했고 이후로도 최근 KBS 봄 개편 논란에 이르기까지 입장을 굽히지 않고 있다.
  
  KBS 노조는 노무현 정부에서 선임된 사장으로서 '코드 인사' 논란, 거듭된 경영 적자와 지난해 수신료 인상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 경영 능력 문제 등을 정 사장이 퇴진해야할 이유로 제기하고 있으나 KBS 노조의 상위 단체인 전국언론노조 내부에서도 이에 대한 공감대는 적은 편이다.
  
  이명박 대통령이 신임 방통위원장에 최시중 씨를 선임한 것 등을 볼 때 KBS 신임 사장으로 '정권 밀착형 인사'가 올 것이 불보듯 뻔한 상황에서 과연 KBS 노조가 정연주 사장 퇴진을 요구하는 것이 적절하느냐는 문제제기다.
  
  실제로 KBS 노조가 정 사장 퇴진을 요구할 때마다 이를 대서특필한 것은 신문법-방송법 개정을 통해 방송 진출을 준비하고 있는 조·중·동 등 보수 신문이었다는 사실이 이를 잘 보여준다.
  
  이날 토론회에서는 KBS 노조를 비판하는 학자, 시민단체 활동가들과 KBS 노조의 입장을 옹호하는 윤형혁 KBS 노조 정책실장의 입장이 팽팽히 맞섰다.
  
  "KBS 노조가 제 역할을 하지 않으니 언론운동이 어렵다"
  
  이날 토론회에서 '공영방송 KBS의 경영 현황 평가와 전망' 부분 발제를 맡은 이진로 교수는 "이번 봄 개편이 보여주듯 KBS의 경영 문제가 방송 편성에 영향을 미치는 상황에 왔고 디지털 전환 비용으로도 1조 원 이상을 투자해야 하는만큼 수신료 인상은 필수적"이라면서 "이를 위해서는 KBS가 좋은 프로그램으로 기여할 수 있다는 노력을 보여줘야 한다"고 주문했다.
  
  이어 이 교수는 "KBS 경영진과 노조 간 갈등이 있는데 이러한 내부적 갈등은 국민의 호응을 사기 어렵다"면서 "경영진과 노조가 단결해 수신료 문제를 해결할 공익적 기반을 만든 다음에 장래를 별도로 논의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지적했다.
  
  김승수 전북대 신문방송학과 교수도 "KBS 노조는 큰 적을 앞에 두고 작은 적에만 신경을 쏟고 있는 것 아니냐"며 "현재 정치권력, 언론 권력, 자본 권력의 3자가 방송을 장악하는데도 KBS 내부의 방어 시스템이 가동하지 않아 일어난 폐해는 대단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한국 대표 방송사의 노조가 손을 놓고 있기 때문에 시민단체와 학계가 (방송 구조 개편 문제에) 힘을 쓸 수 없는 것 아니냐"고 질타했다.
  
  신종원 YMCA 시민중계실장도 "KBS 노조의 정체를 모르겠다"며 "노사 갈등의 차원이 아니라 KBS 구성원들이 방송의 비전을 제기하고 그에 부합하는 행동을 해야하는 데 그런 것을 하고 있지 않기 때문"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내부 구성원이 비전을 제기해야 외부에서 도움을 보탤 수 있을 텐데 공영방송의 대표적인 주체가 그런 역할을 하지 않으니 외부에서도 공영방송에 생각을 가진 사람이 제 역할을 하기 힘들다"라고 말했다.
  
  KBS노조 "정연주 퇴진해야" 입장 고수
  
  그러나 KBS 노조의 입장은 강경했다. 이날 토론회에 참석한 윤형혁 KBS 노조 정책실장은 "정 사장 용퇴를 촉구하면서 정치적 오해를 산 것도 사실이나 정 사장 퇴진은 방송 구조 개편의 시기에 KBS의 위기를 생각하면 불가피한 선택이었다"고 주장했다.
  
  윤 정책실장은 "정연주 사장이 이번 봄 개편을 통해 위기를 돌파하려는 것은 또 다른 위기의 한 면이라고 본다. 수신료를 현실화하지 못하고 KBS를 다시 정치 소용돌이에 휘말리게 한 아마추어적 경영의 책임도 있다"면서 "이런 상황에서 정 사장의 임기 보장이 정치적 독립인 것처럼 이야기하는 것은 이해하기 힘들다"라고 했다.
  
  그는 "KBS를 둘러싼 상황이 한가롭지 않다. 국민들로부터 신뢰받는 사장 선임으로 위기를 극복하는 것이 정답이라고 본다"며 "일부 정치적 억측처럼 '한나라당 이중대'는 결코 아니다. 노조는 창립 이후 20년간의 역사가 보여주듯 정권과 자본으로부터의 독립을 위해 싸울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KBS 노사갈등으로 외부에서도 제 역할을 할 수 없다'는 질타에 대해서는 "방송통신위원회 출범과정에서 KBS 노동조합의 책임이 그다는데 전적으로 공감한다"며 한발 책임론을 인정하는 듯한 태도를 취하기도 했다.
  
  그러나 KBS 노조가 '정연주 사장은 퇴진해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하자 김승수 교수는 "KBS 노조의 입장을 다시 확인해야겠다"며 공격적인 질문을 연이어 던졌다.
  
  김 교수는 "만약 정연주 사장이 물러나고 신임 사장으로 정권 밀착형 인물이 온다면 어떻게 할 것이냐"고 물었고 이에 윤 실장은 "모든 역량을 동원해 막겠다"면서 "또 시민사회의 도움을 구하고 또 KBS 사장 선임 과정이 더 정치중립성을 보장받을 수 있도록 되도록 제도화 투쟁도 벌여가겠다"고 했다.
  
  또 김 교수는 'MBC가 매각된다면 KBS 노동조합은 어떻게 할 것이냐'는 질문을 던졌고 이에 윤 실장은 "순망치한일수밖에 없다. 언론노조 차원에서 연대해서 싸움을 해나가겠다"고 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