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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시, 이라크를 얻고 세계를 잃다

전쟁 5년, 이라크는 지금 <하> 전쟁 이후의 세계

이라크 전쟁 5년을 돌아보는 기획시리즈 마지막 편은 세계적인 평화운동가인 A. K. 굽타의 '부시, 이라크를 얻고 세계를 잃다'(How Bush Won Iraq and Lost the World)이다. (☞상편 '지도에만 있는 나라' // 중편 '5분짜리' 이라크 정부를 붙들고 있는 까닭)

지난 18일 진보매체인 <Znet>에 실린 이 글에서 굽타는 이라크에 대한 미국의 분할지배 전략이 미국의 '승리'를 가져왔으나 역사적인 맥락에서 미국은 실패의 길로 접어들었음을 분석하고 있다. <편집자>


제국주의적 과대확장의 전형적인 모델

반대파들의 불만이 많긴 했지만 조지 부시 미 행정부는 이라크에서 승리했다. 이라크 전쟁은(아프가니스탄 전쟁과 더불어) 미국의 다음 행정부에 골치아픈 유산이 될 것이다.

미국의 새 대통령은 이라크에 주둔하고 있는 미군을 쉽사리 철수시키지 못할 것이다. 바그다드에는 세계에서 가장 큰 미 대사관이 자리하고 있고, 이라크 전역에 있는 미군기지는 유지되고 있으며, 세계의 주요 석유 공급원이 되고 있는 전략적 가치가 큰 한 나라(이라크)는 불안정하다. 부시 대통령이 1년 후 백악관을 떠날 때까지 이라크 주둔 미군의 병력 규모는 13만명 이상으로 유지될 것이다.

미군이 깨지지만 않는다면 대규모의 미군은 이라크에 수년간 더 머물 것이다. 미 공화당은 전쟁이 끝나지 않길 바라고 있고, 대규모 반대시위는 일어나지 않고 있으며, 민주당은 전쟁을 멈출 능력이 없다.

그러나 보다 긴 역사적 맥락으로 볼 때 이라크와 아프간에서의 전쟁은 미국에 참담한 패배를 안겨 줄 것이다. 두 전쟁은 제국주의적 과대확장(overreach)의 고전적인 사례다. 미군은 꾸준히 위축되고 있고, 미국의 영향력과 입지는 축소됐으며, 중국이나 유럽연합(EU) 같은 강대국의 등장을 재촉하고 있고, 중남미 좌파 블록을 강화시켰다. 원유 시장은 요동치고 있고, 미국의 무역적자는 그 폭이 더 넓어지고 있으며, 달러화 가치는 추락하고 있고, 휘청거리는 미국 경제에 악재가 되고 있다.

중동을 차지해 석유 자원을 획득함으로써 미국이 세계 경제를 주무르겠다는 부시 행정부의 역사적인 프로젝트도 종말을 고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부시는 국내정치적으로 성공을 거둬왔다. 전쟁은 잘못된 것이고 즉각 철군해야 한다는 국민 다수의 의지를 꺾어왔고, 전비를 더 이상 낼 수 없다는 민주당에 대해 '발뺌하지 말라'로 비난했다. 이 승리는 미국의 몰락을 담보로 것이다. 1년 전까지만 해도 미군들은 매달 100명씩 사망했다. 매일 3명, 5명, 심할 경우 10명의 미군이 죽는다는 보도가 톱뉴스를 장식했다. 그러나 현재 미군의 사망자는 매월 25명으로 줄었고, 언론의 관심은 시들해졌다.
▲ 이라크 전쟁에서 희생당한 아들의 사진을 들고 반전시위에 나선 유가족들 ⓒ로이터=뉴시스

미국의 '승리'를 가져온 증오와 분열의 정책

미군 희생자가 줄어든 것은 '분할하여 지배하라'는 전략에 따른 것이다. 이라크는 시아파 대 수니파, 시아파 대 시아파, 수니파 부족 대 수니파 알카에다 대 수니파 바트당 민족주의자들로 갈라져 싸우고 있고 저항세력도 분열되어 있다.

이라크 저항세력은 패배하지 않았으나 봉쇄당하고 있다. 미국은 저항세력들의 힘을 소진시킬 수 있을 것이다. 미군은 시아파와 수니파의 무장 세력을 분리해 묶어 놓음으로써 시아파와 수니파 사이의, 그리고 각 정파 내부의 전쟁을 조장해왔다. 미 국방부는 민명대의 중간 지도부를 암살하고 체포함으로써 시아파의 핵심 저항세력이었던 메흐디군을 무력화했다.

그같은 전략은 저항군을 무너뜨리고 질서를 어지럽혔으며, 저항세력에 대한 대중의 지지를 약화시켰다. 메흐디군의 지도자인 시아파 성직자 무크타다 알 사드르는 지난해 8월 카르발라에서 벌어진 (같은 시아파 라이벌) 바드르 여단 간의 전쟁에서 300명 이상의 사상자를 낸 뒤 일방적인 휴전을 선언했다. 미 점령군들과 긴밀한 관계를 맺고 있는 바드르 여단은 그 기회를 이용해 남부의 여러 도시에서 알 사드르 군대를 쫓아냈다. 메흐디군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바그다드에서 가지고 있는 넓은 기반을 토대로 재규합을 시도하고 있고, 알 사드르는 시아파 성직자(아야툴라)가 되는 길을 모색함으로써 기독교 지도자로서의 소프트 파워(정신적 영향력)를 키우고 자신의 조직을 재정이 튼튼한 종교 단체로 만들려 하고 있다.

수니파들이 가장 강력한 저항세력이었다. 수니파들은 전쟁 발발 전 2700만 이라크 국민 중 20%를 차지했었다. 그러나 200만 이상의 이라크인들이 해외로 탈출하고, 많은 국민들이 이라크 내에서 이동하면서 수니파들의 수는 현저히 줄어들었다. 바그다드의 경우 그 변동이 가장 뚜렷한데, 전쟁 전 인구의 65%가 수니파였던 것이 현재 인구의 75%가 시아파가 됐다.

2004년 초부터 미국은 시아파를 기반으로 한 암살부대를 만들었고, 그 부대는 바드르 여단 민병대 출신들로 재빠르게 채워져 저항세력을 타깃으로 활동했다. 이라크 군경 조직으로 통합된 암살부대는 수니파 전체를 타깃으로 삼게 됐다. 이같은 공세는 수니파들로 하여금 살 길을 찾게 했다. 수니파들은 시아파와 미국, 쿠르드족이라는 3대 적과 동시에 싸운다면 승리할 수 없다는 사실을 알게 했다.

2006년 내전은 수니파와 시아파의 상호 증오심을 증폭시켰다. 독립언론인 패트릭 콕번에 따르면 "수니파들은 이라크에서 자생한 알카에다 조직원들에게도 위협을 받았다." 전방위적 압력에 몰린 수니파는 미국을 차악의 협력 상대로 받아들이게 됐다.

콕번은 최근 팔루자를 관장하는 경찰 고위직과 인터뷰를 했다. 과거 미국과 싸우던 그는 2006년 말 현재의 직책에 임명됐다. 그는 시아파들의 조직을 '민병대'라고 언급하면서 "미군과 그 민병대(시아파), 알카에다 이렇게 세 세력을 저울질한 뒤 우리는 미국인들을 선택하기로 했다"라고 말했다. 이것이 미국과 결탁한 수니파들의 조직 알 사화 운동의 발단이었다. 미군은 줄잡아 8만 명의 알 사화 조직원들에게 매월 300달러씩 지급하고 무기도 공급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쿠르드족과 시아파 민병대들을 등에 업은 미 국방부는 공포의 균형을 만들기 위해 수니파 민병대들 안에 저항세력을 조직하고 있다. 동시에 알카에다는 알 사화 지도부를 여러 명 사살하고 있는데, 이는 저항세력 내에 균열이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그처럼 대규모의 조직(알 사화)이 등장하고 저항세력을 신속히 억누르는 것은 수니파 저항세력의 지도부가 단결되어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으로 미 국방부도 적잖이 놀랐다. 수니파들은 미국의 원조를 이용해 조직을 재건하고 재교육시키고 있으며 시아파가 주도하고 있는 이라크 군경에 대항할 힘을 비축하고 있다. 알 사화 세력은 자신들의 요구가 충족되지 않으면 게릴라전을 재개할 것이라고 협박하고 있지만, 그들이 전면전에 나설 수 있는 힘이 있을지는 미지수다.

콕번은 시리아가 1976년부터 2005년까지 레바논에서 했던 역할과 위상이 현재 미국의 이라크 내 위상과 같다고 설명하고 있다. 제세력 전체를 통제하진 못하지만 그들의 화해를 방해함으로써 군대 주둔의 시한을 열어두는 것이다.
▲ 이라크 전쟁 대책을 논의하고 있는 부시 대통령 ⓒ로니터=뉴시스

부시가 원하는 세상

그러나 미국의 승리는 상처뿐인 승리이다. 이라크와 아프간에는 8000억 달러가 들어갔고 테러와의 전쟁은 그렇잖아도 허약한 미국 경제를 흔들어 놓고 있다. 미국은 근 20년간 이란과 이라크의 안정을 해치면서 두 나라의 석유 생산 능력 확대를 막아 석유 시장을 경색시켰다. 유가는 전쟁 이후 4배로 뛰었다. 미국은 석유와 가스를 사 들이느라 매년 8000억 달러를 추가로 지불하고 있다.

지정학적으로도 재앙적인 결과를 가져오고 있다. 미국의 일방주의는 EU와 중국의 부상을 가져와 다극화된 세계로의 이행을 재촉하고 있다. 제국에 도전자가 있다는 것은 바람직한 일이지만, 중국은 진보된 사회의 모델이 아니다. 유럽에서 외국인과 이슬람에 대한 혐오감이 확산되는 것은 그들이 계몽되지 않았음을 보여준다.

해외에서는 노골적인 힘을 휘두르고 국내에서는 경찰국가가 되겠다는 부시 독트린은 세계 각 지역에서도 똑같은 현상으로 나타나고 있다. 러시아와 인도(그리고 이스라엘) 같은 2위권 국가들이 그러한 길을 걷고 있다. 미국은 핵경쟁을 부추기고 있고 이제는 우주공간까지 전쟁터로 만들고 있다. 분쟁으로 몸살을 앓고 있는 지역에서 대규모 탈출 행렬이 이어지자 각 정부는 그들을 통제하기 위해 최첨단 경찰국가로 변모하고 있으며, 한편으로 기업들은 그들의 비극을 통해 이윤을 창출하고 있다.

폭발 직전의 전쟁 상황, 국가간 권력게임, 경제적 혼란은 또한 지구를 황폐하게 하는 환경적 재앙도 낳고 있다. 초자본주의(hypercapitalism)는 강과 바다, 열대우림, 농지, 극지 등에서 지구를 파헤치고 있다. 석유·가스에 의존하는 탄소경제(hydrocarbon economy)에서 탈피하지 않겠다는 것은 자원전쟁과 지구온난화가 더 심해진다는 얘기다. 이것이 바로 부시 행정부가 부시 행정부가 원한 세상이다. 부시는 이라크 전쟁에서 승리했지만 세계는 오랫동안 그 대가를 치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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