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衆(중)/泉(천)/宗(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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衆(중)/泉(천)/宗(종)

[한자가 그렇게 만들어졌다고?] <22>

한자 가운데는 글자 모양이 자주 변해 헛갈리는 경우도 많다. '무리'의 뜻인 衆(중) 같은 글자가 그렇다. 衆의 아랫부분 乑은 人을 셋 겹친 众(중)의 변형이고, 윗부분 血(혈)은 옛 모습에서 目(목)을 뉘여 놓은 것으로 나타난다(<그림 1>). 조금 앞선 글자꼴은 그 부분이 日(일) 또는 曰(왈)이다(<그림 2>).

한 글자가 이렇게 여러 가지 모양으로 나타난다면 그 가운데 하나를 본래 모습으로 보고 나머지는 그것이 잘못 변형된 것으로 봐야 정상이다. 그러나 衆의 경우는 어찌 된 일인지 그런 여러 가지 모습이 다 글자 유래 설명에 동원되고 있다.

아래 众은 衆의 본래 글자로 보는데, 카멜레온처럼 변하는 아랫부분이 문제다. 우선 日이 위로 올라간 것은 햇볕(日)이 따갑게 내리쬐는 가운데 여러 사람(众)이 일하고 있는 모습을 그렸다는 설명이다. 노예 무리를 가리킨 글자라는 것이다. 그런데 이 부분이 目으로 바뀌면 감시의 눈초리가 된다. 역시 노예가 일하는 장면이다. 血은 '피'의 뜻이니 주인이 노예를 호되게 부려먹는 것을 나타냈다는 식으로 설명된다.

그러나 셋 가운데 둘 이상은 틀린 얘기일 수밖에 없다. 한자 창제 기구가 시대를 넘어 존속하면서 이미 만들어진 글자의 수정판을 계속 만들어냈다고 보기는 어렵기 때문이다. 그 경우 어떤 모양이 본래 모습인지가 밝혀져야 하는데, 정답은 지금까지 학자들이 주목하지 않았던 글자꼴에 있는 듯하다.

<그림 3>은 윗부분이 口로 돼 있는데, 앞서 제시된 '장면 상형'들이나 회의 방식이 어설프다고 보면 그것이 발음기호 囗(성/정)일 가능성이 있다. 본래 众만으로 '무리'의 뜻을 나타냈다가 여기에 발음기호 囗을 추가해 형성자를 만들었는데, 그 囗이 日·目·血 등 엉뚱한 글자들로 변한 것이다. 따라서 햇볕이니, 감시의 눈초리니, 심지어 피땀을 짜낸다는 얘기는 모두 허구로 보인다.

泉(천)은 白(백)과 水(수)를 합친 형태로 돼 있다. '샘'의 뜻이니 '깨끗한(白) 물(水)이 나오는 곳'으로 설명할 수 있을 듯도 하지만, 별도의 상형자로 설명하는 게 일반적이다. 바위 틈이나 옹달샘에서 물이 흘러나오는 모습을 그렸다는 것이다(<그림 4>).

이런 식의 상형 역시 일종의 '장면 상형'이어서 믿기 어렵다. 그렇다고 회의자로 보자니 옛 모습인 <그림 4>의 윗부분을 白자로 볼 수도 없다. 글자 모양이 조금 변했다고 보면 전체적인 모습에서 衆자를 떠올릴 수 있다. 泉의 아랫부분 水=氺는 衆의 아래 乑 부분과 비슷하고, 白은 衆의 윗부분이었던 曰과 血의 중간 형태다. <그림 6> 같은 泉의 옛 글자꼴을 보면 아랫부분에 人자가 세 개 들어 있는 모습이 완연하고, <그림 5>는 그것과 <그림 4> 또는 현재 글자꼴의 중간 모습이다. 泉은 衆의 이체자였던 듯하다.

宗(종)은 제단 또는 신주(示)가 있는 집(宀)을 나타낸 글자로 보고 '사당'이 본뜻이라고 한다. 회의자식 설명이다. 그런데 <그림 8> 같은 宗의 옛 모습을 보면 아랫부분이 水자 형태여서 <그림 5> 같은 泉자와 비슷하다. 물론 <그림 9>처럼 아래 두 점이 빠진 형태도 많지만, 이는 泉의 소전체(<그림 7>)와 똑같은 모습이다. 아래로 처진 두 획이 그 역할을 하는 것이다.

따라서 宗은 泉의 변형이다. 水 부분이 小로 간략화됐고, 白 부분은 宀과 二로 분리된 것이다. 그 변형된 모습을 가지고 신주(示)와 집(宀)을 합친 회의자라고 했으니, 소설을 쓴 셈이다. 宗의 발음은 泉의 '원본'인 衆과 거의 같고, 泉 역시 초성 ㅈ/ㅊ, 받침 ㄴ/ㅇ의 미세한 변화뿐이다.

더욱 신기한 건 의미다. '무리'(衆)와 '샘'(泉)과 '마루'(宗)는 얼핏 보아 전혀 별개의 뜻들인 듯하지만, 자세히 보면 그게 아니다. 宗에는 '겨레' '갈래'의 뜻이 있는데 이는 '무리'와 통한다. 씨족 집단을 일컫는 것이다. 宗의 '밑동' '마루'의 뜻은 '샘'과 연결된다. 宗을 가운데 놓고 보면 세 글자의 의미가 모두 파생 관계에 있는 것이다. 衆·泉·宗은 같은 글자에서 갈라져나온 글자다.

또 있다. '홀아비'인 鰥(환)에서 발음기호인 오른쪽 眔도 그 변형으로 보인다. 위-아래 구성 요소가 衆의 옛 모습과 泉의 지금 모습이다. 衆의 이체자인 眾의 변형이겠다. 다만 眔 자체는 '답' 발음인 별개의 글자인데, 遝(답)이 그 발음을 이어받은 친아들이고 鰥은 모양만 우연히 같아진 양아들이다.

좀 어려운 글자로 '대야'를 뜻하는 盥(관)은 그릇(皿) 위에 두 손(臼)과 물(水)이 있어 세숫대야에 물을 받아 놓고 두 손으로 (얼굴을) 씻는 모습으로 설명된다(<그림 10>). 그럴듯한 그림이지만, 역시 '장면 상형'은 문제다. 이 글자 역시 윗부분은 泉의 변형으로 보인다. 白이 좌우로 나뉘어 두 손인 臼(구/국)자가 돼버린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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