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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몽사상이란 무엇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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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몽사상이란 무엇인가

[강철구의 '세계사 다시 읽기'] <28> 계몽사상의 재조명 ①

계몽사상은 이성의 빛을 의미한다

계몽사상은 18세기 유럽에서, 특히 프랑스가 중심이 되어 발전한 것으로 서양 근대사상의 기초를 마련했다. 계몽사상가들로는 계몽사상가의 왕으로 불린 볼테르를 비롯해 몽테스키외, 루소, 흄, 디드로, 달랑베르, 칸트 등 많은 사람을 들 수 있다.
▲ 계몽사상의 왕으로 불리운 프랑스의 볼테르(Voltair, 1694~1778)

이들은 우리가 모두 잘 알고 있고 학교에서 매일 가르치는 서양의 유명한 근대 사상가들이다. 그러니 계몽사상이 서양의 사상사적 발전에서 얼마나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는지, 또 우리 한국인들의 사고과정에서도 얼마나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지 능히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계몽사상을 영어로는 Enlightenment, 독일어로는 Aufklärung, 불어로는 Lumières라고 쓴다. 이는 문자 그대로 '밝게 만듬'이나 '빛'을 의미하는 낱말들이다. 즉 깨게 하는 것, 눈을 뜨게 하는 것을 말한다. 당시 사람들이 이런 표현을 쓴 것은 인간의 합리적으로 생각하는 힘인 '이성의 빛'이 무지몽매함과 미신, 종교적 광신, 불합리한 관습이나 전통 같은 어두움으로부터 사람들을 깨어나게 할 수 있다고 믿었기 때문이다.

그 빛이 지식과 인간의 지혜를 완성할 수 있다는 것이다. 칸트의 말을 빌리자면 계몽이라는 빛은 '편견이나 다른 사람의 지도에 의한 왜곡 없이 자신의 이성을 사용함으로써, 자신이 만든 미성숙으로부터 해방'되게 만드는 것이었다.

계몽사상가들을 불어로는 philosophes라고 쓰므로 철학자로 오해하기 쉽다. 그러나 이는 전문적인 철학자를 의미하지는 않는다. 많은 문필가, 교사, 교수, 저널리스트, 예술가 등이 이에 포함된다. 그러니까 계몽사상이란 철학보다는 훨씬 폭이 넓은 대중적인 사상체계라고 할 수 있다. 그것이 대학이 아니라 교양 있는 부르주아지나 귀족, 지식인들이 모여든 살롱들을 중심으로 발전한 것을 보면 알 수 있다.

계몽사상의 특징은 보통 세속성과 합리성으로 말해진다. 18세기 유럽인들이 인간세계를 기독교적인 관점에서 벗어나 세속적인 눈으로 바라보았고 그런 가운데 합리성을 중요한 판단기준으로 받아들였다는 것이다.

이것은 17세기부터 유럽에서 천문학이나 수학 등 자연과학이 발전하며 사람들이 우주와 자연세계를 보다 잘 이해할 수 있는 곳으로 인식했기 때문이다. 특히 뉴턴의 종합으로 천상계와 지상계가 하나의 수학적 원리에 의해 지배받는 것으로 생각됨으로써 이제 인간사회도 합리적으로 이해할 수 있고 그런 만치 또 합리적인 곳으로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한 것이다.

그래서 계몽사상은 서양이 합리적인 근대문화를 발전시키는데 결정적으로 중요한 영향을 미쳤고 미국의 독립이나 프랑스 혁명에도 큰 영향을 미친 사상운동으로 받아들여진다. 계몽사상이 르네상스와 함께 서양 근대문화의 발전에서 막중한 위치를 차지하지 않을 수 없는 이유이다.

계몽사상의 해석

계몽사상을 이렇게 세속성과 합리성으로 보는 태도는 언제부터 시작된 것일까? 생각만큼 오래 되지는 않았다. 1932년에 독일 철학자인 에른스트 카시러가 <계몽의 철학>이라는 책을 통해 새로운 해석의 틀을 만든 것이 시초이다.
▲ 에른스트 카시러(Ernst Cassirer, 1874~1945)와 그의 저서 <계몽의 철학>

유대인 출신으로 1918년에 함부르크 대학 교수가 된 그는 당시대의 탁월한 철학자로 10권짜리 칸트 전집을 편집한 인물이다. 그는 정치적으로는 헌신적인 민주주의자로서 독일민주당에 가입하여 활동했고 1919년에 독일에서는 처음으로 수립된 민주주의 국가인 바이마르 공화국을 열렬히 옹호했다.

그가 이 책을 쓴 것은 당시 독일에서 급격히 힘을 키우고 있던 히틀러의 나치즘에 대항하기 위한 것이었다. 나치즘의 비합리주의와 폭력성을 계몽사상이 갖고 있다고 믿은 합리주의에 의해 극복하려 한 것이다. 그는 1933년에 나치당이 집권하자 영국으로, 나중에는 미국으로 망명하여 학문 활동을 계속했다.

그의 책은 독일보다는 미국에서 더 환영을 받았다. 1951년에 영역되어 미국 독자들의 큰 호응을 받았고 그 후 계몽사상 연구에서 가장 기본적인 책으로 자리를 잡았다. 오늘날까지도 계속 팔리고 연구되는 드문 책이다. 그것은 그의 책이 계몽사상을 다른 어떤 책보다도 더 진지하게 학문연구의 대상으로 만들었기 때문이다.

그는 계몽사상 시대를 라이프니츠(1646-1716)와 칸트(1724-1804)에 의해 경계가 지어지는 시기로 정의했다. 그러니까 그들이 활동한 17세기 말에서 18세기 전체에 이르는 시기이다.

카시러에 의하면 계몽사상이란 인간행위가 신념이나 미신, 계시에 의해 움직이는 것이 아니라 합리성에 의해 움직여야 한다는 열망을 대변한다. 즉 관습이나 자의적인 권위의 제약으로부터 인간을 해방시키고 사회를 변화시키는 인간 이성의 힘을 믿는 사상체계이다. 그리고 이런 생각은 종교나 전통이 아니라 과학에 의해 점차 유효해진 세계관에 의해 지지를 받았다고 생각했다.

그의 연구는 제자인 피터 게이에 의해서 계승되었다. 게이도 역시 어릴 때 독일에서 미국으로 망명한 유대인이다. 나중에 대학교수가 되기는 했으나 그 전에는 오랫동안 책을 편집하는 일을 하며 <바이마르 문화> 같은 대중적인 책들을 써서 유명해졌다.
▲ 피터 게이(Peter Gay, 1923~ )

게이는 1967년과 1969년에 <계몽사상>이라는 두 권짜리 책을 출간했는데 그 두 책의 부제인 '근대 이교주의의 흥기'와 '자유의 과학'은 이 책이 어떤 방향에서 씌어졌는가를 잘 암시해준다. 계몽사상을 세속화와 함께, 합리성의 발전에 따른 인간 자유의 확대로 보고 있는 것이다.

이렇게 두 사람은 계몽사상의 본질을 종교에 대한 적대감과, 이성을 비판적으로 사용하여 인간과 그 사회를 변화시킴으로써 얻을 수 있는 '자유'와 '진보'로 규정했다. 그리하여 이것이 그 후 계몽사상이 일반적으로 해석되는 틀이 되었다. 지금도 대체로는 그렇다.

그렇다고 계몽사상이 서양에서 아예 비판을 받지 않은 것은 아니다. 18세기 말과 19세기 초의 낭만주의자들은 그것이 지나치게 합리성을 중시하고 추상적인 생각에 의존함으로써 천박하며 인간행위에서 역사성이나 종교성을 경시한다고 비판했다.

2차대전 후에는 독일 철학자들인 테오도르 아도르노와 막스 호르크하이머가 홀로코스트를 계몽사상의 탓으로 돌리며 강하게 비판했다. 인류가 현대에 들어와 이런 야만적 행위에 빠진 이유는 이성과 합리성의 강조가 기술문명을 발전시키는 데에는 도움이 되었으나 그와 함께 해야 할 윤리성을 발전시키지 못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이렇게 윤리와 분리된, 도구로서만 사용되는 이성은 국가가 행사하는 폭력적 힘의 지배를 가져올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 테오도르 아도르노(Theodor Adorno,1903~1969)(우)와 막스 호르크하이머(Max Horkheimer, 1895~1973)(좌)

포스트모더니즘의 선구자로 널리 알려진 프랑스철학자 미셀 푸코도 비슷한 주장을 펴고 있다. 그도 계몽사상이 합리적인 기준을 지나치게 내세움으로써 그것에 부합하지 않는 것들을 배제한다고 주장한다. 그런 기준에 의해 사람들을 정상과 비정상으로 날카롭게 구분함으로써 유럽사회에 억압성을 가져왔다는 것이다.

계몽사상은 최근에 들어와 전반적인 재검토를 받으며 과거와 같이 단순하며, 지나치게 긍정적인 평가를 받을 수는 없게 되었다. 특히 계몽사상에 내재해 있는 유럽중심주의적 태도는 큰 문제이다.

18세기에 비유럽에 대한 우월한 존재로서의 근대 유럽인들의 자의식과 정체성이 본격적으로 형성되므로 어쩔 수 없는 일이었을 것이다. 따라서 계몽사상의 바른 이해는 근대 서양인들의, 보편성을 강조하기는 하나 차별적일 수밖에 없는 사고체계에 접근할 수 있는 하나의 중요한 열쇠가 된다.

* 지난 1월 말 중단됐던 강철구의 '세계사 다시 읽기'가 수요일과 금요일 여러분을 다시 찾아갑니다. 이 글들은 출판 계약이 되어 있으므로 무단 전재 및 상업적 이용을 금해주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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