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성헌-우상호, 김성식-유기홍 '동문간 대결'
유독 수도권엔 '리턴매치'가 잦다. 주로 2004년 '탄핵바람'에 고배를 마셨던 한나라당 후보들이 민주당 현역 의원들에게 도전하는 구도다.
연세대가 자리한 서대문 갑에선 연대 동문 간 세 번째 맞대결이 펼쳐진다. '수성'을 다짐하는 민주당 우상호 대변인과 '설욕'을 벼루는 한나라당 이성헌 전 의원이 또 다시 붙는 것이다. 1대 1 스코어의 자웅이 이번 총선에서 가려질 전망이다.
서울대가 있는 관악 갑에선 서울대 77학번 동창생들 간의 재승부다. 민주당 유기홍 의원이 다시 한 번 경기도 정무부지사 출신 김성식 한나라당 당협위원장의 도전을 받는다. 학생운동을 같이 했던 친구끼리의 도전도 흥미롭지만, 한때 김 위원장이 '주군'으로 모셨던 손학규 전 경기도지사가 현재 민주당 선거를 진두지휘하는 상황도 얘깃거리다.
서울 노원 을에서는 민주당 우원식 의원과 한나라당 권영진 전 서울시 정무부시장이 다시 한 번 맞붙는다. 17대 총선에서 우 의원은 2%포인트 남짓의 차로 권 전 부시장을 눌렀다. 이번에는 '대통령의 측근'이란 간판까지 더한 권 전 부시장의 기세가 드높지만 민주당 재야파의 신망을 받으며 성실하게 의정활동을 해 온 우 의원의 입지도 만만찮다.
경기도 부천원미 을에선 네 번째 '리턴 매치'도 벌어진다. 민주당 배기선 의원이 3선 고지를 점령하러 가는 길에 한나라당 이사철 전 의원이 도전장을 내밀었다. 15대에는 이 전 의원이, 16대와 17대에는 배 의원이 당선됐다. 이 전 의원 측은 배 의원이 금품수수 혐의로 2심 재판에서도 유죄판결을 받아 대법원에 사건이 계류 중인 점을 적극 공략하며 설욕 의지를 다지고 있다.
반대로, '탄핵바람'도 무너뜨리지 못한 한나라당의 '아성'에 민주당 후보가 재도전을 하는 지역도 있다. 지난 총선에서 한나라당 전재희 의원에게 고배를 마셨던 양기대 전 정동영 후보 특보는 경기 광명 을에서 재도전 의지를 불태우고 있다.
김근태-신지호, 양 진영간 숙명의 맞대결
당 지지율 고공행진을 버팀목 삼아 민주당 중진에게 맞서는 한나라당 신인들의 도전도 거세다.
민주당 김근태 의원과 한나라당 신지호 자유주의연대 대표가 붙는 도봉 갑은 수도권 최대 격전지로 꼽힌다. 김 의원은 민주화운동의 대부로, 신 대표는 뉴라이트 운동의 선두주자로 각각 좌•우 진영을 대표한다.
대선후보급 지명도를 가진 김 의원은 일찌감치 예고된 신 대표의 도전에 최근 들어 지역구 관리에 더욱 공을 들인 것으로 알려진다. 김 의원은 지난달 공천면접에서 "요즘도 매일 아침 지하철 역 앞에서 명함을 돌린다"고 말하기도 했다.
도봉 을에선 민주당의 중진급 재선 유인태 의원 앞에 한나라당 박근혜 전 대표의 측근인 김선동 비서실부실장이 도전장을 내밀었다.
참여정부 초대 청와대 정무수석을 지낸 유 의원은 최근 대통합민주신당과 옛 민주당의 통합 작업을 조율하는 등 당내 중대사의 막후 조정자로 역할을 해 왔다. 김 부실장은 이번이 첫 선거이지만 지난 20년 간 도봉을에 거주하며 닦아온 지역 기반을 바탕으로 유 의원의 3선가도에 제동을 걸겠다는 의지를 내보이고 있다.
광진 을에서는 재기의 기회를 잡은 민주당 추미애 전 의원과 한나라당 박명환 전 'MB연대' 대표가 진검승부를 벌인다. 광진 을에서 15대, 16대 연거푸 당선된 추 전 의원은 지난 총선 기간 내내 광주에서 삼보일배를 하는 등 '탄핵 역풍'을 맞은 당시 민주당을 구해내기 위해 뛰다가 정작 자신의 지역구는 챙기지 못해 고배를 마셔야 했다.
추 전 의원은 현역 김형주 의원과의 치열한 당내 경쟁에서 공천을 따낸 만큼 본선에서도 자신감을 드러내고 있지만, 대선 당시 6만여 'MB연대' 회원을 이끌며 이명박 후보의 외곽 싸움을 도맡았던 박 전 대표의 조직력도 무시할 수 없다는 것이 지역 내 중론이다.
이미경 의원이 4선 고지를 노리는 은평 갑에서는 한나라당 안병용 전 부대변인이 뛰고 있다. 이 의원은 민주당 지도부로, 국회 문화관광위원장으로 활동한 중앙무대 경력을 앞세워 우위를 자랑하고 있지만 16대 1의 경쟁을 뚫고 공천을 거머쥔 안 전 부대변인의 저력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김영선-김현미, 자존심 건 여성 승부
각 당 여전사(女戰士)들 간 자존심을 건 대결도 기대해 볼 만하다.
영등포 갑에서는 민주당 김영주 의원과 한나라당 전여옥 의원 간의 양파전에 민주노동당 이정미 대변인까지 가세해 '여성 3파전'이 벌어졌다. KBS 기자 출신 전 의원이 전국적 지명도와 달변을 앞세운다면, 실업팀 농구 선수에서 은행원으로, 다시 노동운동가를 거쳐 비례대표 배지를 단 김 의원 역시 기세에서는 밀리지 않는다.
김 의원 측은 전 의원이 현역 고진화 의원과의 공천 경쟁 때문에 지역을 다지기 시작한 것은 최근인데 반해 김 의원은 이미 지난 2005년 영등포에 사무소를 내고 지역 활동을 벌여온 점을 강조하며 여성 의원들 간 격전을 예고하고 있다.
경기도 일산 을에서도 여성 의원들 간 경쟁이 펼쳐진다.
한나라당 대표를 지낸 김영선 의원의 지역구에 민주당 비례대표 출신 김현미 의원이 공천을 받았다. 현재로서는 높은 당 지지율을 등에 업고 4선에 도전하는 김영선 의원이 다소 느긋한 분위기지만 지난 대선 기간 동안 정동영 후보의 대변인으로 맹활약하며 인지도를 끌어올린 김현미 의원의 도전도 만만치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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