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TN <돌발영상> 제작진이 13일 청와대 출입기자단의 징계에 반론을 제기했다. 청와대 출입기자단이 지난 9일 결정한 YTN 취재기자 출입금지 조치는 13일부터 해제된 만큼 '비합리적인 징계에 대한 논리적 반박'의 의미가 더 크다.
임장혁 YTN <돌발영상> 제작팀장은 "청와대 징계 조치에 대한 여론이나 시청자 반응을 보면 우리가 언론계 내부 규정을 어긴 것 아니냐는 일부 오해가 있었다"며 "징계 조치를 번복할 수는 없지만 자체 기준으로 볼 때 어기지 않았다는 판단이 있었고 제작진으로서 어떤 의도에서 화면을 선택, 구성했는지를 설명하기 위해 냈다"고 밝혔다.
지난 9일 청와대 기자단은 YTN <돌발영상>이 '마이너리티 리포트' 편에서 청와대 이동관 대변인이 천주교 정의구현사제단의 '삼성 금품수수 인사 명단' 발표에 앞서 해명한 것을 풍자한 동영상을 문제삼아 YTN 취재기자들에게 10일부터 3일간 청와대 출입금지 조치를 내렸다.
청와대 기자단 간사들은 당시 공고를 통해 "<돌발영상>이 대변인 '백(그라운드) 브리핑'을 방송한 것은 '백 브리핑' 실명 비보도 원칙과 상호 신의를 위배한 것으로 간주한다"고 징계 사유를 밝혔다.
"언론계 '신의성실' 원칙은 국민의 알 권리를 우선할 수 없다"
돌발영상 제작팀은 13일 '청와대 기자단의 YTN 출입금지 조치 사유'에 대한 돌발영상 제작진의 반론'이라는 글에서 청와대 기자단의 징계 사유를 조목조목 비판했다.
이들은 "이동관 대변인의 브리핑이 '백 브리핑'이었다는 전제 자체가 잘못됐다는 점에서 수긍할 수 없다"며 "당시 이 대변인의 브리핑은 공식 단상에서 마이크를 대고 이뤄진 것이며 이 대변인 스스로 당시 브리핑을 실명 비보도 원칙으로 해달라고 요청한 적이 없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마이너리티 리포트'편의 제작 의도는 기자와 취재원과의 신의성실 원칙으로 간주되는 '사전 입장 발표' 관행을 문제삼은 것이 아니다"라며 "일부 사안에 대해 출입처 대변인들의 사전 입장 발표가 어느 정도는 필요하다는 점에 충분히 공감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들은 "최고 권력기관이자 최고 책임기관인 청와대가 '중대 의혹 제기'에 대해 '당사자들은 부인하고 있다'거나 '구체적 내용은 파악 중에 있다'는 상식적 수준이 아닌, '사실무근으로 파악됐다'는 단정적 입장을 사전 입장발표 관행을 통해 내놨다"고 지적하면서 "이를 대다수 언론이 그대로 받아들이는 것은 국민의 알권리라는 '목적'보다, 기사작성이라는 '수단'이 더 중시된 관행의 남용 내지는 오용이라는 문제의식"이라고 비판했다.
또 이들은 "'사실무근으로 파악됐음'은 사전에 단정할 수 있지만 '왜 사실무근으로 파악됐는지'는 사전에 말 할 수 없다는 대변인의 논리적 모순을 통해 과연 청와대가 의혹에 대해 충분한 자체 조사를 했는지, 나아가 사제단의 의혹제기에 대해 청와대의 강한 부인도 함께 보도되게 하려는 조급함에서 '일단은 부인하고 보자는 식의 대응'을 한 건 아닌지 의문을 제기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들은 "일부 사안에 국한돼야 할 언론계 내부의 '신의성실 원칙'은 국민의 알 권리를 우선할 수 없다"며 "'YTN이 신의성실 원칙을 무시했다'는 청와대 기자단의 주장도 타당하지 않다"고 강조했다.
YTN, 삭제 동영상 복구…삭제 결정한 보도국장 '사과'
한편 돌발영상 제작팀은 "지난 7일 '마이너리티 리포트'편의 재방송 중단과 인터넷 삭제 건에 대해, YTN의 한 구성원으로서 파문을 미연에 방지하지 못해 시청자들에게 불편과 심려를 끼쳐드린 점을 깊이 사과 드린다"고 밝혔다.
YTN은 청와대의 항의를 받아 삭제된 <돌발영상> '마이너리티 리포트' 편을 13일 복구했다. '마이너리티리포트'편은 YTN이 한 주분을 모아 방영하는 주말 <돌발영상>에서도 방영될 예정이다.
한국기자협회 YTN 지회(지회장 김태현)와 전국언론노조 YTN지부(지부장 현덕수) 공정방송추진위원회는 10일 오후 연석회의를 열고 "돌발영상을 삭제한 것은 잘못된 판단이었다"고 결론 짓고 "삭제된 영상은 원상 복구하고 삭제 결정자는 이를 사과할 것"을 요구했다.
이에 따라 당시 동영상 삭제를 결정한 홍상표 YTN 보도국장은 사내 전산망에 사과의 입장을 밝힐 것으로 알려졌다.
전체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