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帚(추)/帝(제/帶(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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帚(추)/帝(제/帶(대)

[한자가 그렇게 만들어졌다고?] <21>

帚(추)는 빗자루를 상형한 것이라고 한다. 위쪽 ⺕ 부분이 물건을 쓸어내는 부분이고, 아래 巾 부분이 손잡이라는 것이다. 중간의 冖 부분은 추가 요소로 보는데, 끈으로 묶은 모양 또는 걸개라고 한다(<그림 1>). 이런 인식을 바탕으로, 빗자루로 무언가를 쓸어내는 것이 '쓸다'인 掃(소)고 그런 청소 일을 맡은 사람이 '아내' '며느리'인 婦(부)라고 설명한다.

그런데 빗자루까지 상형했다는 것은 상형 대상을 너무 넓게 잡고 있는 것은 아닐까? 생활 주변의 여러 도구들을 일일이 상형해 글자를 만들었다는 얘긴데, 상형이라는 방식 자체가 아주 쉽게 이용할 수 있는 방법이었다기보다는 어쩔 수 없이 택한 방법을 볼 수밖에 없어 상형은 극히 제한적으로 이루어졌다고 봐야 한다. 帚자의 경우 걸개니 끈으로 묶은 모양이니 하는 설명도 어설퍼 꿰맞추기의 혐의가 짙다.

그런데 帚의 조금 이른 모습(<그림 2>)은 새를 그렸다는 隹(추)의 초기 모습(<그림 3>)과 비슷한 필획이다. 다리와 꼬리 부분이 세 선으로 정리됐고 머리 부분도 조금 더 추상화됐다. 그 隹는 역시 새를 그린 鳥(조)가 추상화된 것이다. 鳥와 隹가 꽁지의 길이가 길고 짧은 두 가지 새를 모델로 해서 별개의 글자로 만들어졌다는 얘기는 이제 받아들여지지 않고 있다. 둘은 같은 글자였는데 모양과 발음을 약간씩 달리해 별개의 글자로 분리된 것이다. 帚는 隹가 더욱 추상화된 모습으로 보인다. 발음이 일치하는 것은 그 때문이다.

그러고 보면 婦가 '청소 담당자'라는 얘기도 믿기 어렵다. 갑골문의 용례를 보면 婦는 왕비 급의 여자다. 商(상)나라 임금 武丁(무정)의 왕비 婦好(부호)는 군사를 이끌고 정벌에 나선 기록도 있다. 婦가 종묘 청소를 맡은 여자라는 설명도 나왔지만, '빗자루'와 '왕비'를 모두 만족시키는 설명을 어거지로 짜낸 안쓰러운 노력에 불과하다. 婦는 '청소원'이 아니라 '결혼한 여자'를 가리키는 형성자로 봐야 한다. 발음이 변해 형성자라고 하기 곤란하니까 억지로 회의자식 설명을 짜낸 것이다.

그런 억지 설명의 빌미를 제공한 것이 掃자다. 掃가 '쓸다'의 뜻이어서 帚 부분을 빗자루로 유추한 것인데, 掃의 발음이 隹·鳥 등과 멀지 않다고 보면 掃는 帚를 발음기호로 하는 형성자임이 분명하다. 婦 역시 형성자지만 초성이 ㅅ>ㅎ>ㅂ으로 조금 많이 변해 알아보기 어려웠을 뿐이다. 帚가 빗자루의 상형이라는 것은 허구고, 본래 새를 그린 글자가 鳥-隹-帚로 점차 추상화가 진행돼 만들어진 형태다.

隶(대/이)는 帚와 비슷한 구조의 글자다. 윗부분에 ⺕가 있고, 위로 조금 더 뻗쳐올라갔지만 세로획이 있다. 두 개의 冖=冂 부분은 네 점으로 바뀌었다. 冖이나 冂의 두 획이 각기 점으로 바뀐 것이다. 옛 글자의 특성을 감안하면 글자의 정리만 조금 다른 식으로 됐다뿐이지, 같은 글자라고 해도 그리 어색하지 않다.
'대'라는 발음은 초성의 ㅈ이 초기에 ㄷ과 구분되지 않았음을 생각하면 帚=隹=鳥와 같았다고 볼 수 있다. 隶 계통인 逮(체)의 발음 역시 비슷하다. '이' 발음은 唯(유)·惟(유) 등 隹 계통 발음과 통한다. 隶는 帚의 변형으로 보이는 것이다.

帝(제)는 커다란 씨방이 있는 꽃 모양을 본뜬 글자라는 게 보통의 설명이다. 그러나 <그림 4> 같은 옛 모습을 보면 꽃의 모습으로 보기 어렵다. 나무를 얽어 만든 제사 테이블이라는 주장도 있다. 그건 그래도 그림과 부합하는 듯도 하지만, 근본적으로 이런 물건들까지 상형했다는 얘기가 미덥지 않다.

글자 모양을 보자. 아랫부분은 帚와 일치하고 윗부분만 조금 다르다. 그런데 역삼각형 비슷한 이 모습은 隹의 윗부분과 비슷하다. 발음도 그리 다르지 않으니 帝는 帚=隹의 다른 모습으로 볼 수 있다.

帚가 하늘의 '살별'을 뜻하고 帝가 본래 '하늘'을 뜻하는 글자였다는 점도 의미심장하다. 그러고 보면 婦가 '왕비'인 것도 帝=帚의 의미가 반영된 것인지도 모르겠다. 새를 그린 帝가 '하늘'이나 '임금'의 뜻으로 쓰인 것은 고대 중국의 일부 민족이 지녔던 새 토템과도 연결되는 얘기다.

帝와 여러 모로 밀접한 글자가 帶(대)다. '띠'라는 뜻이어서 허리띠를 그린 것이라고 한다. 윗부분은 허리띠를 졸라매 주름이 진 모습 또는 허리띠에 장식을 매단 모습이라고 하며, 아래는 장식 끈이 늘어진 모습 또는 의미 요소 巾(건)자를 겹쳐 놓은 모습으로 본다.

우선 일부는 상형이고 일부는 글자라는 식의 회의자는 생각하기 어렵고, 전체를 상형으로 보는 것도 상형 대상이 너무 넓어지는 문제가 있다. 글자 모양을 보면 윗부분이 <그림 4> 같은 帝의 옛 모습에서 약간 복잡해진 정도다. 발음도 초성 ㅈ/ㄷ의 차이를 무시하면 帝와 같다고 볼 수 있다. 帚와 같은 글자로 보이는 隶의 '대' 발음과는 완전히 일치한다. 帶=帝겠다. 帝 계통의 蒂(체)와 帶 계통의 蔕(체)가 이체자 관계인 것도 帶=帝임을 드러내는 방증의 하나다. '띠'라는 뜻은 살별이 띠 모양인 데서 생긴 파생 의미거나 가차 의미일 수 있겠다.

한편 '바느질하다'인 黹(치)라는 글자도 수를 놓은 모습이라는 등의 설명이 있으나 帶=帝의 변형이다. <그림 5>의 帶와 <그림 6>의 黹가 거의 흡사하고 발음 역시 같은 범위 안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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