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瓜(과)/瓦(와)/耳(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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瓜(과)/瓦(와)/耳(이)

[한자가 그렇게 만들어졌다고?] <20>

넝쿨에 오이 하나가 매달려 있는 모습을 떠올려 보자. <그림 1>은 바로 그런 모습이다. '오이'인 瓜(과)의 옛 글자꼴이다. 상형자임이 당연한 듯하다. 지금 글자꼴로 가운데 厶(사) 부분이 오이고 그 주위를 감싸고 있는 선들이 넝쿨이다.

그런데 그 그림을 <그림 2>와 함께 보면 오이 부분은 분명한 厶자다. 나머지 부분은 人자와 비슷하고 人은 또 勹와 옛 모습이 비슷하다. 厶가 종종 口의 간략형으로 쓰였음을 생각하면 이 글자는 句(구)와 구성상 같은 글자다.
句는 <그림 3>을 보면 알 수 있듯이 丩(구)와 口를 합친 합성자다. 그 초기 모습인 <그림 4>는 <그림 2> 같은 瓜의 글자꼴과 비슷하다. '구'와 '과'라는 발음도 거의 비슷해 瓜는 합성자 句의 변형으로 보인다. '오이'라는 뜻은 가차겠고, <그림 1>은 그런 가차 의미에 맞추어 글자를 꾸민 것이다.

句의 勹 부분이 丩의 변형이라면 句는 '부르짖다'인 叫(규)와 같은 구성이다. 그러나 의미상 둘은 별개의 글자로 만들어진 듯하고, 그것은 勹와 丩의 모습이 완전히 달라져 별개의 글자가 된 후에 叫자가 만들어진 때문인 듯하다.

오히려 句와 같은 글자였을 것으로 보이는 또 하나의 글자는 局(국)이다. 局은 尺(척)과 口를 합친 형태로 돼 있지만, 尺은 丩의 또 다른 변형이다. 勹의 丿 부분이 심하게 굴곡진 모습일 뿐이다(<그림 5>). 의미도 '구획' '판국' 등이어서 句의 '구절'과 마찬가지로 어떤 끊어진 단위를 가리킨다는 데서 통한다. 의미 요소가 口이니 '구절'이 본뜻에 가깝겠다. 瓜와 局의 글자꼴을 비교하면 尸 부분이 한 번 더 구부러진 모양이라는 차이뿐이다.

瓦(와)는 암키와와 수키와가 맞물려 있는 모양이라고 한다. 역시 상형으로 설명되는 것이다. 그런데 <그림 6>에서처럼 중간에 설명하기 어려운 선이 하나 들어가 있다. 상형설에 의문이 들게 하는 요소다. 그 부분을 厶의 오른쪽 획이라고 보면 瓦 역시 瓜=局 등의 변형으로 볼 수 있다. 발음이 瓜에서 초성만 살짝 변한 것이니 또 다른 의미의 가차자로 쓰인 것이겠다. 실을 감는 도구라는 별도의 상형설도 있지만 역시 미덥지 않다.

耳(이)는 귀의 모습을 그린 것이라는 설명이 확고부동한 정설이다. 이를 의심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그림 7, 8> 같은 옛 모습이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 모습들은 현재 글자꼴의 바탕이 된 <그림 9>와는 상당히 다르다. <그림 7, 8>이 <그림 9>로 이어졌다면 꽤 많은 변화가 있었다는 얘기다. <그림 9>도 근거가 없이 나온 글자꼴은 아닐 것이기 때문에 귀의 모습과 닮은 <그림 7, 8>이 오히려 '귀'라는 의미에 맞춰 꾸민 형태고 <그림 9>가 본래 모습에 가까울 수 있는 것이다.

<그림 9>는 바로 <그림 6>의 瓦자와 비슷한 모습이다. 지금 글자꼴로도 瓦의 오른쪽 乙 부분을 ㅓ 형태로만 바꾸면 바로 耳자가 된다. 역시 상형이 아니라 瓦 등을 가차해 '귀'의 뜻으로 쓴 것이겠다. 지금 글자꼴에서 귀 모습을 전혀 느낄 수는 없고 갑골문·금문인 <그림 7, 8>까지 가야 하는데, 갑골문·금문 시대에 이미 귀 모습에 맞추어 변형이 이루어졌고 지금 글자꼴은 다른 계통으로 전해져온 본래 모습이라고 볼 수 있는 것이다.

요컨대 瓜·瓦·耳는 각기 다른 사물의 상형자로 설명되고 있지만 모두 합성자인 句의 변형이며 局 역시 그 변형이다. 옛 글자꼴들 가운데 오이 넝쿨이나 귀 모습 등과 비슷한 형태가 보이는 것은 가차된 의미에 맞춰 글자를 꾸민 것일 가능성이 높고, 그런 글자의 꾸밈이 아예 별개의 글자로 분화하는 계기가 될 수도 있었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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