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인화면으로
釆(변)/平(평)/米(미)/必(필)/半(반)/件(건)
  • 페이스북 공유하기
  • 트위터 공유하기
  • 카카오스토리 공유하기
  • 밴드 공유하기
  • 인쇄하기
  • 본문 글씨 크게
  • 본문 글씨 작게
정기후원

釆(변)/平(평)/米(미)/必(필)/半(반)/件(건)

[한자가 그렇게 만들어졌다고?] <18>

釆(변)은 우리에게 그다지 친숙한 글자가 아니다. 자전에서 부수자의 하나로 쓰이고 있다고 하지만, 釆부를 펼쳐 봐도 고작 釋(석)이나 采(채) 정도가 낯이 익을 뿐이다. 짐승의 발자국을 그렸고, 발자국을 보고 어떤 짐승인지 분별한다 해서 '분별하다'의 뜻이 생겼다는 설명이다.

그런데, 짐승의 발자국? 釆자는 옛 모습도 지금 글자꼴과 큰 차이가 없다. 지금 千자처럼 정리된 부분은 세로획 끝이 구부러진 十자 형태고, 네 공간에 점이 한 개씩 찍혔다(<그림 1>). 그걸 네 발가락 자국이라고 할 수도 있겠지만, 상형 범위를 너무 넓게 잡은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발바닥'의 뜻인 蹯(번)자에서 힌트를 얻은 설명이겠는데, 발바닥은 어디로 가고 발가락 자국만 있으니 어딘가 석연찮기도 하다. 이 문제는 잠시 접어두고 비슷한 모양의 글자부터 몇 개 살펴보자.

平(평) 역시 상형이라고 한다. 저울대 양쪽이 균형을 이루고 있는 모습이라거나, 물위에 뜬 물풀의 모습, 나무를 평평하게 깎는 손도끼 등 여러 설이 있다. <설문해자>는 말이 퍼지는 것이라고 했으나 구름 잡는 얘기다.

주목되는 것은 일부 옛 글자꼴에서 나타나고 있는 복잡한 형태다. <그림 3>처럼 아랫부분에도 두 점이 더해진 것은 釆자와 구분하기 어렵다. <그림 4>은 아래 두 점이 합쳐진 모습이겠다. 釆 역시 아래 두 점이 없는 형태(<그림 2>)도 있어서, 平과 釆은 같은 글자로 볼 수 있다. 발음은 초성의 ㅂ/ㅍ, 받침의 ㄴ/ㅇ이 모두 가까운 발음이어서 연관성이 인정되고, '분별하다'(釆)와 '공평하다'(平)의 의미도 통한다.

米(미)는 벼의 낱알 모양이라고 한다. 처음엔 가로획 위아래로 점이 세 개씩 찍혀 있어 줄기에 붙은 여섯 톨의 낱알을 그린 셈인데(<그림 5>), 나중에 가운데 두 점이 세로획으로 합쳐졌다는 것이다. 벼가 아니라 방아 찧은 쌀이라며 중간의 선을 쌀통의 칸막이 또는 쌀을 골라내는 체로 설명하기도 한다.

그러나 이런 식의 그림으로 쌀(또는 벼)을 나타낼 수 있을까? 칸막이 같은 얘기는 더욱 어설프다. 그런데 米의 글자꼴은 釆의 옛 모습과 흡사하다. 釆자로 분류된 <그림 1>은 米라고 봐도 전혀 무리가 없다. 釆의 맨 위 삐침획도 처음에는 끄트머리가 구부러진 모습에 불과했으니, 모양상으로 米와 釆을 구분하는 건 억지스럽다. 발음은 釆에서 받침이 빠지고 초성이 ㅂ>ㅁ으로 바뀐 정도다. 敝(폐)의 왼쪽은 별개의 글자로 보는 게 일반적이지만 米의 변형인 듯하고, 그 발음이 釆과 米를 이어주는 중간 발음이겠다.

必(필)은 心(심)에 한 획을 더한 듯하고 心부에 들어 있기도 하지만, 心과는 전혀 관계가 없다(<그림 6>). 심장(心)에 칼(丿)이 관통한 모습이라는 얘기는 必의 옛 모습에서 心자(<그림 7>)와 닮은 구석을 찾기 어려워, 지금 모습만 가지고 붙인 설명임을 알 수 있다. <설문해자>는 弋(익)과 八(팔)로 분석하고 弋이 발음을 겸한다고 했고, 창의 '자루'가 본뜻이라는 등의 설명이 있지만 모두 믿기 어렵다. 弋 부분의 옛 모습을 보면 干(간)자 비슷하기도 해서 결국 平과 같은 구성으로 보인다. 받침 ㄹ은 ㄴ과 가까워 釆·平과 연결되는 발음이다.

釆·米·平·必은 옛 모습이 비슷하고 발음도 연결돼 같은 글자였다가 분리된 것으로 보인다. 이들 글자의 뿌리를 찾는 데는 平의 글자꼴이 도움이 된다.

平은 干 부분을 빼면 八이 남고 그것이 발음기호다. 八 발음을 따른 글자들 가운데 半(반)은 牛(우)와 八을 합친 글자다(<그림 8>). 소(牛)를 '나누다'에서 '절반'의 뜻이 나왔다. 牛의 옛 모습은 첫 두 획이 ∪ 형태로 합쳐진 형태였는데, 이것이 一자로 펴져 半의 중앙 부분이나 平의 干 부분이 된 것이다. 半과 平은 세로획이 위로 삐져나온 것과 점의 위치가 조금 다를 뿐, 전체적인 구조는 똑같다. 半의 발음은 平과 같은 글자였던 것으로 보이는 釆과 아

주 가깝다.

半의 중앙 부분은 平에서 干 형태로, 必에서 弋 형태로 변했고, 米·釆은 아래쪽에 점이 두 개 추가된 복잡한 형태일 뿐이다.

件(건)은 亻=人(인)과 牛의 회의자여서 소를 '토막내다'의 뜻이라고 한다. 그러나 이런 의미라면 人의 역할이 애매하다. 토막내는 행위주체라는 얘기지만 그런 의미라면 굳이 들어갈 필요가 없는 군더더기고, '토막내다'의 뜻을 나타내려면 더욱 필요한 것이 '칼'인 刀(도) 같은 글자다. 꿰맞추기의 혐의가 짙은 것이다.

件이 '나누다(分)'의 뜻이라고 한 <설문해자>의 설명이 맞다면 이는 半과도 같은 뜻이다. 半의 중앙 부분이 牛의 변형이라면 件과 半은 나머지 요소가 人과 八로 다르다는 차이다. 그런데 人과 八은 비슷한 모양이어서 쉽게 헛갈릴 수 있다. 件은 半이 잘못 변한 모습일 가능성이 있는 것이다. 발음이 얼핏 연결되지 않지만, 초성 ㅂ>ㅎ>ㄱ의 변화를 생각하면 충분히 가능한 얘기다.

이 기사의 구독료를 내고 싶습니다.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매번 결제가 번거롭다면 CMS 정기후원하기
10,000
결제하기
일부 인터넷 환경에서는 결제가 원활히 진행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
kb국민은행343601-04-082252 [예금주 프레시안협동조합(후원금)]으로 계좌이체도 가능합니다.
프레시안에 제보하기제보하기
프레시안에 CMS 정기후원하기정기후원하기

전체댓글 0

등록
  • 최신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