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콜롬비아가 반군을 공격한 진짜 이유는?

김영길의 '남미리포트' <303> 우리베의 자존심과 '도박'

지난 1일 콜롬비아 정부군이 주도한 반군 토벌 기습작전을 놓고 중남미가 뜨겁다. 대다수 한국 언론들은 이번 사태로 우고 차베스와 라파엘 코레아 에콰도르 대통령이 군을 동원, 콜롬비아 국경에 배치시킨 것을 대서특필하면서 전쟁 위험에 포커스를 맞추고 있지만 현지 분위기와는 상당한 차이가 있다.

현지에서는 콜롬비아 정부군이 하필이면 왜 무장혁명군(FARC-EP), 이른바 '민중의 군대'에 억류돼 있는 수백여 명에 달하는 인질들에 대한 본격적인 석방협상을 앞두고 있는 이 시점을 택했냐 하는 점을 뜨거운 이슈로 삼고 있다.

콜롬비아 무장혁명군은 이번 콜롬비아 정부군이 전투기와 헬기를 동원한 기습 작전으로 인해 자신들의 2인자이자 얼굴 격인 라울 레졔(본명 루이스 에드가르 데비아 실바)를 비롯해 21명의 인명손실을 입었다. 따라서 이들은 더 이상의 추가 인질석방이나 협상의 창구마저 잃어버린 상황이 됐다.
▲ 콜롬비아 무장혁명군 대변인 역할을 했던 라울 레졔(왼쪽)의 생전 모습 ⓒ콜롬비아 <엘띠엠보>

2008년에 들어서면서 콜롬비아 정부와 무장혁명군은 지난 40여 년간의 극한 대립관계를 청산하고 해빙무드를 조성하고 있었다. 이렇게 분위기가 반전될 조짐을 보인 것은 콜롬비아 정부가 주도한 게 아니라 우고 차베스 베네수엘라 대통령에 의해서였다.

차베스 대통령은 지난 1월 콜롬비아를 비롯한 주변 국가들에게 콜롬비아 민족해방군 문제는 군사력이 아닌 정치력으로 해결해야 된다고 주장하면서 반군 지휘부를 향해서도 우선적으로 억류돼있는 인질들을 석방해주고 인질을 잡는 행위를 중단해야 할 것이라고 호소했다.

이에 알바로 우리베 콜롬비아 대통령은 차베스의 제안에 수긍하는 제스처를 보였다. 콜롬비아 정부의 변화를 감지한 반군 지휘부도 차베스와 인질협상 의지를 내비쳤다. 이것이 최근 두 차례에 걸쳐 6명의 주요 인질들이 석방된 배경이다.

나아가 반군 지휘부는 추가 인질 석방에 긍정적인 신호를 보내기 시작했다. 더 이상의 인질 억류는 자신들에게 득 될 게 없다는 판단에서다. 차베스는 콜롬비아를 비롯한 서방세계에 이들 무장단체를 테러리스트가 아닌 저항군세력으로 인정해 줄 것을 호소한 상태였다.

차베스는 콜롬비아 무장혁명군(FARC-EP)과 민족해방군(ELN)의 병력이 콜롬비아 정규군과 맞먹는 2만명 이상이라는 것에 주목을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한 이들 반군 세력들의 활동영역이 콜롬비아 전체 국토 중 절반 가까이를 차지하고 있는 점 등을 예로 들면서 이들을 합법적인 무장세력으로 인정하라고 압박을 가한 것이다.

이런 상황 속에서 차베스와 반군들간에 협상이 순조롭게 진행되어 인질로 잡혀있던 유명정치인들이 석방되기 시작하자 콜롬비아 정부가 궁지에 몰렸다. 석방된 인질들이 차베스 대통령의 지도력과 협상능력을 높게 평가하면서 차베스를 영웅으로 칭송해 우리베 대통령의 입장이 난처해진 것이다.

더욱이 석방된 인질들의 입을 통해 반군들의 실상이 전세계 언론들에 알려지면서 우리베 정부는 무능한 정부라는 압박을 받게 됐다. 하지만 이번 인질석방을 주도한 차베스의 명성은 하늘 높은 줄 모를 만큼 치솟았다.

따라서 이번 토벌작전은 본격적인 협상을 통해 대규모 인질석방이 이루어진다면 이로 인한 민심 이반과 국제사회 여론 등을 감안, 우리베 정부가 위기의식을 느껴 전격적으로 단행한 도박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남미 평론가들은 콜롬비아 정부가 왜 라울 레졔를 표적으로 삼아 에콰도르 국경을 2km나 침범해 에콰도르 정부로부터 주권침해라는 비난을 감수하면서까지 무리수를 두었나 하는 점에도 의문을 표시하고 있다.

레졔는 콜롬비아 무장혁명군 지휘부의 실력자일 뿐만 아니라 대변인 역할을 하면서 서방세계와 중남미 국가 지도자들과 대화 창구 역할을 해왔다. 그런 그를 에콰도르 국경을 침범해 추적, 살해했다는 것은 추가 인질석방 협상을 사전에 차단하겠다는 의지가 아니냐는 것이다.

라파엘 코레아 에콰도르 대통령은 콜롬비아 정부군이 에콰도르 국경을 침범한 사실을 명백한 주권침해로 판단, 콜롬비아 정부가 이에 따른 적절한 조치를 취해줄 것을 강력하게 요구하고 미주기구(OEA)에 진상조사를 의뢰해 놓은 상태다.

한편, 지난 1일 콜롬비아 정부군의 공격에서 극적으로 살아나 에콰도르의 키토로 피신한 무장혁명군 생존자가 참혹했던 폭격 당시의 상황을 증언해 우리베 정부를 곤경에 몰아넣고 있다.

무장혁명군(FARC-EP)과 민족해방군(ELN)이 졸지에 변을 당한 동료들의 복수를 외치며 정부군을 향해 무차별 공격을 감행 한다면 콜롬비아 전체가 걷잡을 수 없는 내전에 휘말릴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콜롬비아 정부는 이번 작전으로 인해 반군들인 콜롬비아 무장혁명군 (FARC-EP) 이른바 '민중의 군대'가 치명타를 입었다고 승리를 자축하고 우리베 대통령의 임기 내에 콜롬비아의 암적 존재인 무장혁명군을 괴멸시키겠다고 큰소리를 치기도 했다.

콜롬비아 무장혁명군(FARC-EP)은 지난 1964년 좌우세력의 내전으로 무정부 상태가 된 콜롬비아의 남동쪽 안데스산맥 밀림지역을 근거지로 삼아 태동했다. 이들은 시몬 볼리바르 장군의 혁명사상과 체 게바라의 쿠바혁명을 추종하는 좌파 정치세력과 농민군 출신들이었다.

이들은 콜롬비아가 미국의 영향권에서 벗어나야 하며, 천연자원(석유, 커피, 에메랄드광산 등) 사유화 반대, 다국적기업들의 농민 착취 금지, 공권력의 민중 학살 금지 등을 내세워 집권을 위한 무장혁명을 외치며 총을 잡아 오늘에 이르고 있다. (☞콜롬비아 무장혁명군 기록사진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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