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又(우)/手(수)/才(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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又(우)/手(수)/才(재)

[한자가 그렇게 만들어졌다고?] <16>

'손'을 나타내는 글자는 手(수)다. 상형이라고 한다. 한손의 모습을 그렸다는 얘기다. 옛 모습을 보면 약간 굴곡이 진 세로선 위에 반달곡선 두 개가 얹혀 있다(<그림 1>). 이 모습을 다섯 손가락의 상형으로들 해석한다. 세로선의 아랫부분을 손목으로 보고 나머지 다섯 개의 가지를 손가락으로 보는 것이다.

그러나 그림을 찬찬히 들여다 보면 매우 어설프다. 손을 그린다면 둥그런 손바닥에 다섯 손가락이 삐죽삐죽 나와 있는 모습이어야 한다. <그림 1>은 손바닥이 생략돼 전체적인 윤곽을 드러내지 못하고 있을 뿐 아니라 손가락이 달려 있는 위치도 매우 어색하다. 한껏 너그럽게 봐준다면 손가락 다섯 개를 표현하는 데만 주력했다고 보는 것이다. 일종의 추상화인 셈이다.

그런데 手는 사실 조금 늦게 나온 글자다. 手보다 앞서서 '손'의 뜻으로 쓰인 건 又(우)다. 又는 지금 '또'의 뜻으로만 쓰이고 있지만 그건 가차 의미다. 본래는 손을 나타내는 말이었고, 又 또한 손을 그린 상형자로 이해되고 있다.
<그림 2, 3>은 又의 옛 모습이다. '손가락 다섯 개'의 세뇌를 당한 상태에서는 손가락이 세 개니 이상하다는 생각이 들지 모르지만, 손의 전체적인 윤곽이라고 생각하면 手의 옛 모습보다는 이쪽이 손을 상형한 것으로 덜 어색하다. 특히 <그림 3>은 손으로 뭔가를 움켜쥐는 듯한 역동적인 모습이다.

시기적으로 又가 먼저 손을 그린 상형자로 만들어졌는데, 상형 시대를 벗어난 뒤 새삼스럽게 손을 다른 방식으로 상형한 글자를 또 만들었다는 얘기는 전혀 설득력이 없다. 더구나 후대에 만들어진 글자가 표현력이 더 떨어지는 셈이다. 다섯 손가락을 일일이 그린 글자라면 추상화가 덜 진전된 셈인데 실제 모습은 또 사실성이 많이 떨어지는 모순이 있는 것이다. 이 모든 것이 다섯 개의 가지를 손가락 다섯 개라고 지레짐작한 때문이다.

손을 두 가지로 그려 나타냈다고 보기는 어렵고, 둘 중 手가 손의 상형이 아닐 가능성이 높다. 手에서 반달곡선 하나만 빼면 又의 옛 모습과 비슷해진다는 점에서, 手는 又에 획을 하나 추가해 새로운 의미를 나타낸 글자였을 가능성이 있다. '잡다' '돌보다'나 '치다' 같은 손동작을 나타낸 글자가 아니었을까?

지금 손과 관련된 글자들은 상당수가 手의 옛 모습인 扌 형태를 띠고 扌=手부에 들어 있다. 그러나 이는 나중에 형성자를 '대량생산'하던 시대의 제품들이고, 초기에 손 관련 의미를 지닌 파생자들을 만들어낸 건 又였다. 그러나 又 자체가 본래 모습에서 변한 것이니, 합성자에 들어간 又는 대개 다른 모습으로 변신해 있다. 右(우)·有(유)·友(우)에서는 ナ 부분이 又의 변형인데, 又의 フ 부분이 간략해진 것이다. ⺕ 형태로 변한 경우도 있다.

한편 手의 옛 모습을 더 잘 보존하고 있는 扌는 才(재)와 흡사한 모습이다. 才가 手=扌부에 들어 있는 것도 그런 형태의 유사성 때문이고, 扌는 아예 '재방변'으로 불리기까지 한다. 扌의 마지막 획은 아래에서 위쪽으로, 才의 그것은 위에서 아래로 삐친 획이라고 구분하지만, 초기 한자에서는 그런 방식으로 글자를 구분한다는 것 자체가 난센스다.

才는 새싹이 돋아나는 모양을 그린 글자라고 하지만 믿기 어렵다. 手의 변형인 扌를 '재방변'으로 불렀다면 才가 扌와 관련이 있는 글자인지를 먼저 검토하는 게 옳다. 그걸 우연으로 치부하려면 두 글자의 유래가 분명해지고 그것들이 서로 별개의 과정을 거쳐 만들어졌다는 확신이 들어야 한다. 그러나 두 글자의 유래는 모두 불확실하며, 그런 상태에서 才와 扌를 별개의 글자로 보는 건 성급한 결론이다.

오히려, 才의 '재주'라는 의미와 扌=手의 '손'이라는 의미가 밀접한 관계임이 주목된다. '재주'에는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가장 기본적인 재주는 바로 '손재주'다. 모양도 '우연히' 같아졌고 의미도 '우연히' 비슷해졌다? 둘이 별개의 글자라는 선입견만 버린다면, 모양과 의미의 두 겹 일치는 두 글자가 같은 글자였음을 드러내는 강력한 증거다.

才의 갑골문을 보자(<그림 4>). 쉽게 정리하자면 역삼각형의 중앙에 세로획을 찔러 놓은 형태다. 금문에서는 ∨ 부분이 반달곡선으로 변했거나 아예 점 형태로 바뀌었다(<그림 5>). 手의 옛 모습과 비교하면 두 반달곡선 가운데 위쪽이 직선으로 펴져 있을 뿐이다. 아무리 봐도 扌=手와 才는 비슷한 글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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