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라크 중앙정부가 한국컨소시엄과 이라크 쿠르드 자치정부가 14일 체결한 유전개발 관련 양해각서를 사실상 무효로 규정했다.
이로써 이명박 대통령 당선인이 자랑하고 있는 첫 번째 '자원외교'가 물거품 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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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정부 통한 개발이 원칙이다"
이라크 석유부의 아심 지하드 대변인은 22일 <연합뉴스>와 전화인터뷰에서 쿠르드 자치정부와 한국컨소시엄에 대해 사전 통보를 받지 않았다며 "이라크 정부는 쿠르드 자치정부와 외국 회사가 맺는 어떤 계약도 인정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지하드 대변인은 또 "쿠르드 자치정부와 한국컨소시엄의 발표는 (보도를 통해) 알고 있다"면서 그러나 "한국 측이나 쿠르드 자치정부가 이번 MOU 체결 전 이라크 정부에 승인을 문의해 온 바도 없다"고 말했다.
그는 지난 20일 인터뷰에서도 "한국은 물론 미국, 일본 등 어떤 다른 나라도 바그다드 중앙정부와 관련부처를 통해 에너지 개발을 하는 것이 원칙임을 강조한다"고 말했다.
이라크 정부는 중앙정부의 승인이나 협의를 거치지 않고 쿠르드 자치정부와 외국 기업이 이라크의 에너지 개발에 관련해 맺은 계약은 불법적이며 효력을 인정하지 않겠다고 강조해 왔다.
이라크 정부가 작년 11월 쿠르드 자치정부와 유전 개발 계약을 맺은 SK에너지에 대해 1월부터 원유 공급을 중단한 것은 그런 이유 때문이었다.
이라크 정부는 또 쿠르드 자치정부와 독자적으로 유전 개발 계약을 맺은 외국 업체는 이른바 '블랙리스트'에 올려 향후 이라크 유전 개발 사업에 참여하는 데 불이익을 주겠다는 입장도 가지고 있다.
석유법, 개발 기업 입찰 결과도 주요 변수
한국컨소시엄과 쿠르드 자치정부의 계약 체결은 현 정부가 아니라 인수위 국가경쟁력강화특위의 '투자유치TF'가 주도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시민단체와 정치권에서는 인수위가 이라크 중앙정부와 쿠르드 자치정부간의 갈등을 무시한 채 일을 벌여 양측의 반목을 조장함은 물론 향후 석유 개발 참여에도 악영향을 줄 수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수니파-시아파-쿠르드 갈등의 핵이 되고 있는 석유법의 내용과 통과 여부도 이 계약의 성패를 좌우할 큰 변수다. 현재 이라크 의회에 계류중인 이 법은 석유 수익 분배와 외국 석유회사와의 계약 문제 등이 걸려 있어 종파·민족간 반목의 이유가 되고 있다.
또 이라크 석유부가 3월에 발표할 유전 개발 사업체 낙찰 결과도 문제다. 세계 유수의 에너지 기업 70여 곳이 참여한 이번 입찰 조건과 결과에 따라 쿠르드 자치정부가 한국을 포함한 20여개 에너지 기업과 체결한 계약이 조정될 가능성이 있다.
일각에서는 쿠르드 정부가 중앙정부와 협의를 통해 기존에 맺은 계약은 인정하는 쪽으로 결론을 내릴 가능성이 있다고도 보고 있다. 쿠르드 정부가 석유법이 계류중인 틈을 이용해 유전 관련 계약을 몰아 하는 것도 그 협상을 낙관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같은 쿠르드 정부의 행태에 대한 중앙정부와 타 종파의 불만이 임계점을 넘는다면 한국컨소시엄과 맺은 계약의 미래도 밝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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