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권교체를 목전에 둔 통합민주당과 한나라당이 학교용지부담금 환급 문제를 두고 묘하게 엇갈리고 있다.
지난 12일 노무현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로 특별법이 국회로 되돌아오자 민주당은 이를 즉각 비판하며 재의결 찬성을 당론으로 정한 반면, 한나라당은 노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 취지에 일정 부분 동감을 표하며 당론 결정을 미루고 있는 것이다.
총선 여론과 함께 중앙정부의 재정 문제도 고려해야하는 '신 여당'의 입장과 정권 말기 노 대통령의 입장이 맞물려 있는 만큼, 특별법 재의가 무산될 가능성도 점쳐지고 있다.
'26만 가구'와 '재정부담'의 미묘한 교차
민주당 최재성 원내공보부대표는 19일 "한나라당이 학교용지부담금 환급에 관한 특별법 상정을 거부해 오늘 본회의에서 상정을 할 수 없게 됐다"고 밝혔다.
지난 2000년 1월부터 시행된 학교용지부담금 제도는 300가구 이상 아파트 분양자가 분양가의 0.7%를 내면 지자체 등이 이를 학교용지 매입 등에 사용토록 하고 있으나 헌법재판소가 2005년 3월 위헌 판결을 내린 바 있다.
민주당은 기존에 납부됐던 학교용지부담금을 환급토록 하는 특별법을 발의했고 여야는 지난달 28일 찬성 216명, 기권 6명, 반대 1명의 압도적 결과로 통과시켰지만, 노 대통령이 '국가재정운용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을 이유로 거부권을 행사함으로써 국회에서 재의결을 거치게 된 상황.
전국 26만 가구에 달하는 환급 대상을 감안해서라도 민주당은 총선 전에 이 문제를 마무리 짓고자 하는 모습이지만, 한나라당은 난감한 처지가 됐다. 노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한 이유인 '국가재정운용'이 불과 일주일 후 이명박 정부와 한나라당의 몫으로 돌아오기 때문이다.
노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에 동조하는 것으로 비쳐지는 거북한 상황과 환급 대상 가구들의 대대적인 반발이 예상됨에도 불구하고 한나라당이 선뜻 재의결에 찬성 당론을 정하지 못하는 이유다.
이에 민주당 측은 한나라당이 사실상 4월 총선 이전 마지막 본회의인 26일로 특별법 처리를 미룬 것은 '자동폐기'를 노린 게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표결에서 반대표를 던지는 것보다는 재의결 시기를 놓쳐 법안을 폐기시키는 게 반발을 줄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한나라당 심재철 원내수석부대표는 "오늘은 의결에 필요한 정족수가 모자랄 것 같다"면서 "내용 변경 없이 오는 26일 본회의에 상정해 의결할 예정"이라며 민주당 측의 의혹을 일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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