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龍(룡)과 能(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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龍(룡)과 能(능)

[한자가 그렇게 만들어졌다고?] <13>

龍(룡)자는 상상 속의 동물인 '용'을 뜻하는 글자다. 그리고 상형자라고 한다. 당연히 의문이 들 수밖에 없다. 명확한 형상이 없는 상상 속 동물을 어떻게 그려?

그래서일까? 이 글자가 예전에는 '악어'의 뜻으로 쓰였다며 악어의 상형이라고도 하고, 옛 글자꼴이 도롱뇽이나 해마와 닮았다며 그것이 모델이라는 주장도 있다. 사실, 눈에 멀쩡히 보이는 사물도 특징을 잡아 문자로 표현한다는 게 쉬운 일이 아닐 텐데, 상상 속 동물을 그린다는 발상이 가능했을까?

더구나 그것이 남들과 의사 소통을 하기 위한 문자라면 문제가 더욱 심각하다. 상상 속 동물은 저마다 다른 모습으로 그리고 있을 테니, 그걸 그려서 의사 소통을 한다는 전제 자체가 무리다. 지금이야, 몇천 년 동안 용은 이런 모습이라는 설명이 누적돼 사람들이 머릿속에 그리는 용의 모습이 비교적 수렴돼 있고, 그런 모습을 시각자료화한 그림들을 자주 접하고 있으니 큰 오차는 없을 것이다. 그러나 한자가 만들어지던 시기라면 기껏해야 말로만 전달되던 모습일 테니, 편차가 컸을 것은 당연하다.

어떻든 용은 머리에 뿔이 있고, 몸에 비늘이 있으며, 길다란 꼬리가 달렸다고 한다. 갑골문과 금문은 지금 龍자의 왼쪽 부분과 같은 그림에 S자형 곡선이 달려 있는 모습이 일반적이다(<그림 1>). 왼쪽은 용의 머리 부분으로 설명되는데, 위에 立(립) 또는 辛(신)자 같은 것이 올려져 있다. 지금 글자꼴로 '立+月'인 이 부분은 문자화가 많이 진전돼 상형이라는 설명에 의문을 품게 한다.

그렇게 보면 이 부분은 肯(긍)이나 肙(연) 같은 글자들과 비슷하다. '용'이라는 발음도 그 언저리에 있다. 이 부분이 발음기호라면 오른쪽의 S자형 곡선은 뱀인 虫(훼)로 볼 수 있다. 龍은 의미 요소 虫와 발음기호 肯 정도의 발음기호로 이루어진 형성자로 볼 수 있는 것이다. <그림 2>는 같은 금문이지만 오른쪽 부분이 완전히 분리돼 있고 그것은 虫자(<그림 3>)와 비슷해 이런 합성자의 모습이 완연하다. 지금 용이 뱀과 비슷한 모습으로 전해지고 있는 사실과 부합한다.

能(능) 역시 상형자로 설명된다. 곰을 그린 것이라고 한다. 곰은 용과는 달리 눈으로 볼 수는 있는 동물이지만, 역시 그림만으로 다른 동물과 차별화할 수 있는 특징을 잡아낸다는 게 쉬운 일은 아니었을 것이다.

能자의 옛 모습을 보면 어떤 동물의 모습 같아 보이기도 한다(<그림 4, 5>). 그러나 그것을 곰이라는 특정한 동물로 볼 근거는 아무 데도 없다. 두 그림 중 동물 모습에 좀더 가까운 <그림 4>에서 가운데 부분 둥그런 모습을 몸통으로 본다면 위로 올라간 선은 꼬리라고 할 수 있겠는데, 곰은 대체로 꼬리가 짧아 잘 보이지도 않는다는 점을 생각하면 오히려 곰이 아닌 다른 동물이라고 봐야 정상이다.

소전체에서는 厶·月과 두 개의 匕로 완전히 문자화된 모습을 보여주고 있지만, 금문인 <그림 4, 5> 역시 그런 글자의 조합으로 본대도 전혀 무리가 없다. 能의 왼쪽은 '厶+月' 형태인데, 한자에서 口가 종종 厶로 간략화돼 쓰이기도 했다는 점을 생각하면 이 부분은 肙자로 볼 수 있다. 두 개의 匕는 옆으로 나란히 놓으면 比(비)자가 된다. 지금은 두 匕가 위-아래로 놓여 있지만 본래 모습은 옆으로 놓여 있는 분명한 比다.

그렇다면 能은 肙과 比를 합친 합성자로 볼 수 있다. 能의 '잘하다'라는 뜻은 또 다른 의미인 '미치다'에서 파생됐다고 보면 比의 '나란하다'라는 뜻과 연결된다. 음이 조금 변했지만 肙이 발음기호여서 能은 형성자가 되는 것이다. 그러고 보면 곰이 재주가 좋은 동물이라서 본래 곰을 그렸던 能자에 '잘하다'라는 뜻이 붙었다는 설명도 어설퍼 보인다.

더욱 어설픈 것은 지금 '곰'의 뜻으로 쓰이고 있는 熊(웅)자다. 能이 '잘하다'라는 뜻으로 많이 쓰여 본뜻인 '곰'을 위해 새로운 글자를 만들었다는 얘긴데, '잘하다'가 '곰'에서 파생될 수 있는 의미가 분명하다면 能자가 두 의미를 모두 포괄할 수도 있었을 것이고, 불가피하게 새 글자를 만들어야 했다고 하더라도 熊자는 '곰'이라는 뜻을 나타내기에 적당한 구성이 아니다.

熊자는 能과 '불'인 灬=火(화)를 합친 구성이다. 우선 熊이 형성자라면 火가 의미 요소일 테니 '곰'을 떠올린다는 것은 무리다. 회의자라고 하더라도 火는 의미 요소가 돼야 하는데 역시 연관이 없다. 곰이 유난히 불을 싫어해 그것을 의미 요소로 썼다는 설명은 억지다.

새로운 글자를 만들어야 했다면 가장 손쉬운 방법은 형성자다. 곰이 동물이니 동물을 나타내는 데 주로 쓰는 犭=犬(견)을 의미 요소로 하고 발음기호만 하나 붙여주면 되는 것이다. 能 자체를 발음기호로 썼다면 熊처럼 火가 더해지는 게 아니라 能에 犬이 더해져야 했다. 熊에는 '빛나다'의 뜻도 있는데 그것이 본뜻이고, '곰'은 가차 의미였다가 본뜻을 밀어내고 주인 자리를 차지했다고 보는 게 순리다. 곰을 그린 글자는 없는 것이다.

역시 能자가 들어 있는 態(태)는 어떻게 만들어진 글자일까? 能 자체가 곰과는 상관없는 글자니 곰을 끌어다 붙이는 얘기는 모두 엉터리고, 그게 아니더라도 회의자식 설명은 옳지 않다. 발음이 멀어 보이지만 能이 발음기호고 心(심)이 의미 요소인 형성자다. 能에는 '내' 발음도 있는데, 초성 ㄴ과 ㄷ/ㅌ과 발음 부위가 같기 때문에 '내>태'로 음이 변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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