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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출마' 바통, 이제 누가?

천정배·김근태 등 신당 중진 상당수 '출마' 굳혀

대통합민주신당 염동연 의원(광주서갑)이 12일 "참여정부 출범에 앞장섰던 사람으로서 대통령과 진퇴를 함께 하는 것이 정치도의"라며 18대 총선 불출마를 선언했다. 김원기 전 국회의장(전북정읍)에 이어 염 의원이 출마를 포기하자 신당 내에서는 이 같은 분위기가 확산돼 '호남 물갈이'의 물꼬가 트이길 기대하는 분위기다.

그러나 이제 막 불씨를 틔운 '중진 불출마'의 열기가 번질 언덕이 없다는 것이 문제다. 상대적으로 여론 압박이 덜한 수도권 중진들은 "단 한 석이 소중하다"며 출마 의지를 다지고 있고, 대표성이 약한 일부 호남 중진들도 스포트라이트를 비껴가며 지역구를 누비고 있는 것이다.

현 여권이 4월 총선에서 '궤멸'을 피하려면 정권 책임자와 중진들이 대대적인 불출마로 '정치적 씻김굿'을 거쳐야 한다는 것이 당내 중론이지만 '면피'에 불과한 현 수준으로 실정에 대한 '혜원'을 기대키는 어려울 전망이다.

김원기·임채정도 곧 "불출마" 공식선언할 듯
▲ 12일 불출마를 선언한 염동연 의원(오른쪽). 2007년 초 열린우리당을 함께 탈당해 중도통합신당을 만들었던 김한길 의원(왼쪽) 역시 4월 총선 불출마를 선언했다.ⓒ연합뉴스

염 의원은 이날 성명에서 "나의 총선 불출마는 집권여당의 최고위원과 사무총장을 역임했던 사람으로서 대선패배에 대해 국민과 지역구민께 드리는 사죄"라고 밝혔다.

염 의원은 "훗날 참여정부에 대한 역사적 평가가 현재의 시중여론과는 분명히 달라지리라 확신한다"면서도 "그러나 지금 이 순간 내려지는 성난 민심의 냉정한 심판은 나부터 달게 받겠다"고 말했다.

앞선 7일 김 전 의장은 정읍 시도의원 등 지역구 관계자들과의 만찬에서 "대선 패배와 더불어 총선에서 초미니 정당으로 전락할 수 있다는 엄중한 상황을 두고 많은 고민을 했다"며 "이번 총선에 출마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김 전 의장과 함께 임채정 국회의장(서울노원병)도 불출마를 저울질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임 의장 측은 "아직까지 결정된 바 없다"며 거취에 관한 언급을 아꼈지만, 2002년 노무현 당선인 인수위원장을 맡은 '간판급 중진'에 대한 당 안팎의 압력을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

이에 우상호 대변인은 "우리당의 소중한 인재들이 연이어 불출마를 선언하는 상황이 참으로 안타깝다"면서도 "이분들의 소중한 뜻이 50년 정통야당의 부활과 활성화에 기여하는 결과로 이어지길 소망한다"고 밝혔다.

이 같은 중진들의 불출마 선언이 잇따를 경우 4월 총선의 성패를 가늠할 '쇄신 공천'이 어렵지 않으리라는 것이 지도부의 기대다. 박재승 공천심사위원장은 취임 일성으로 "현역의원이라도 자신보다 훌륭한 사람이 있다면 (총선에) 나가지 않는 자세를 보여야 한다"고 강조한 바 있다.

수도권 중진들은 '요지부동'

문제는 지도부의 기대에 부응할 만한 중진들이 더 이상 보이지 않는다는데 있다. 2000년 총선에서는 권노갑 고문이 일찌감치 출마를 접고 다른 중진들의 불출마를 종용했다지만 신당 내엔 그만한 입지를 가진 중진도 드물다.

천정배 전 법무장관(안산단원갑)은 12일 기자간담회를 갖고 "수도권에서 한 석이라도 더 돼야 한다는 현실적 필요가 있다"며 항간의 불출마설을 일축했다. 천 전 장관은 "현재는 신당이 매우 어려운 처지에 처했고 이를 타개하기 위해 개인적으로도 불출마를 검토하는 등 고민했으나 지금 진짜로 책임지는 모습은 불출마가 아니라는 결론을 내렸다"고 말했다.

천 전 장관 외에도 김근태 전 보건복지부장관(서울도봉갑), 한명숙 전 총리(경기일산갑) 등 참여정부 각료 출신을 비롯한 김덕규(서울중랑을), 이미경(서울은평갑), 문희상(경기의정부갑), 배기선(경기부천원미을) 등 수도권 중진들은 '수도권 승리'를 앞세워 불출마 압박을 상쇄해갈 태세다.

호남권 중진들 중에서도 장영달(전주완산갑), 정세균(진안무주장수임실) 의원은 각각 4선과 3선 의원이지만 출마를 기정사실화해 둔 상태다. 나머지 중진들의 요지부동을 방패삼아 호남지역 초재선들은 오히려 느긋한 분위기다.

'인위적 청산' 불가피한데…

결국 손학규 대표가 공언한 '쇄신공천'이 성공하려면 인위적 인적 청산이 불가피한 형세가 된 것이다. 이에 손 대표는 박재승 공천심사위원장의 '강직성'을 나날이 강조하며 공심위에 힘을 실어주고 있지만 현실정치 경험이 없는 박 위원장이 난마처럼 얽힌 당내 이해관계에서 벗어나 칼을 들 수 있을지도 의문이다.

당장, 초선의원 중심의 '민생쇄신모임'은 뇌물죄와 정치관련법을 위반해 유죄판결을 받는 부패 비리자, 국정실패 책임자 등 공천배제 기준을 정해야 한다는 입장을 발표했지만, 신계륜 사무총장을 비롯, 정대철 고문, 박지원 전 김대중 대통령 비서실장, 김홍업 의원 등이 저촉되는 만큼 반발도 만만치 않다.

이에 지도부는 전략공천이 여의치 않을 경우 최후의 방책으로 경선을 통한 '자연적 물갈이'를 염두에 두는 모습이다. 손 대표가 최근 '모바일 공천'을 거론한 것도 지역구가 정비되지 않아 당원경선 혹은 국민참여 경선이 불가능한 상황에서 '경선 효과'를 내기 위한 고육책으로 여겨진다.

그러나 인지도와 조직력이 좌우할 '모바일 경선'에 대해서는 원외 출마자들이 많은 민주당이 즉각 제동을 걸고 나섰다. 민주당 박상천 대표는 이날 라디오 프로그램에 출연 "모바일 경선은 돈이 들어가게 되고 부패하기 될 것"이라며 "자칫 그것이 돈을 써서 모바일 투표를 유도한 그런 것이 사건화 되면 당의 이미지에도 먹칠을 하기 때문에 그런 것은 찬성하지 않는다"고 못을 박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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