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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보의 우클릭이 선거승리를 보장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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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보의 우클릭이 선거승리를 보장하는가?

[새움의 '인도, 우리에게 말을 걸다']<4> 인도 공산당의 우경화와 몰락에서 배울 교훈

(* 이 연재의 원고는 세미나네트워크 새움에서 진행하고 있는 아시아 저항운동 세미나의 결과물입니다. 또한 그린비 출판사에서 출간될 "인도의 사회운동들(가제)"의 원고 일부를 수정한 것임을 알려드립니다.)

웨스트벵갈은 좌파정권이 30여 년간 장기집권을 해왔던 곳입니다. 그런데 2011년 총선에서 참패해서 권력을 내놓아야 했습니다. 불과 5년 전의 총선에서는 역대 최고의 의석수를 획득한 것에 비하면 급작스러운 몰락이라 할 수 있습니다. 웨스트벵갈 주(州)의 전체 의석수는 294석인데 이중 공산당이 주도하는 좌파 전선(Left Front)은 62석을 얻는데 그쳤습니다. 2006년에 비해 172석을 잃은 것입니다. 반면에 새롭게 집권당이 된 트리나물 콩그레스(Trinamool Congress) 당은 227석으로 지난 선거에 비해 176석을 추가로 얻어 이후 5년간 웨스트벵갈주를 통치하게 되었습니다.

좌파전선의 첫째 패인이 공장 부지 수용을 둘러싼 갈등이라는 것에는 누구나가 동의합니다. 공산당 주도의 좌파정권은 2008년 하반기에 낙후된 웨스트벵갈의 산업화를 위해 타타 자동차의 공장을 유치하려 했습니다. 타타 자동차의 초저가 자동차 나노의 생산 시설을 콜카타에서 북쪽으로 한 시간 거리에 있는 싱구르라는 곳에 세우는 계획이었습니다. 이를 위해 웨스트벵갈 주 정부는 농지를 수용해 타타자동차에 넘겼습니다. 좌파 정권이 이렇게 무리한 방식을 사용해서까지 타타자동차를 유치하려 했던 이유는 무엇일까요? 사회주의를 실현하기 위해서는 상당한 정도의 자본주의적 발전이 전제되어야 한다는 원론적인 이유도 물론 있습니다. 우파가 주도하는 중앙정부의 경제봉쇄로 어려워진 경제상황을 타개하려 한 것도 이유 중 하나입니다. 경제 성장을 통해 여전히 빈곤에 시달리는 주민들에게 윤택한 삶을 보장해주는 것은 좌파 정부의 당연한 과제이니까요.

▲ 타타자동차와 히타치 건설이 합작한 타타히타치 건설기계사 공장 모습 ⓒAP=연합뉴스

하지만 토지보상가격에 만족하지 못한 토지를 가진 농민들이나 농지가 사라지면 생계가 막연해지는 소작농, 농업노동자의 반발은 모두 필사적이었습니다. 결국 타타자동차는 공장 설립을 포기하고 인도 중동부의 구자라트 주로 공장 부지를 옮깁니다. 난디그람에서도 같은 문제가 발생합니다. 공산당 정부는 인도네시아 살림 그룹의 화학공장을 유치하기 위해 난디그람에 경제특구를 만듭니다. 이번에도 이에 반대하는 농민들은 격렬한 시위를 벌였습니다. 주 정부는 4000여 명의 경찰 병력을 투입해서 항의하는 농민들을 해산하려 했고 이 과정에서 농민 14명이 경찰의 총에 맞아 숨졌고, 수 백 명이 부상당했습니다.

농민의 지지를 명분으로 삼던 좌파 정부가 자본가의 편에 서서 공장부지를 헐값에 조성해주고 이 과정에서 피해를 본 농민의 항의를 무력진압한 사건은 집권 공산당에게 도덕적, 정치적 타격을 줄 수밖에 없었습니다. 게다가 주 정부가 대기업의 공장 건설을 위해 수용하기로 한 지역 중 일부가 무슬림 밀집 거주지였습니다. 무슬림은 이를 무슬림에 대한 주 정부의 박해라고 받아들이고 오랫동안 지지해온 좌파 집권 세력에게 등을 돌렸습니다.

반면에 새로 집권당이 된 트리나물 콩그레스의 당수 마마타 바네르지는 공산당 정부의 대기업 유치에 반대하는 투쟁을 주도하면서 지지를 확대했습니다. 그녀는 난디그람의 경제특구 건설을 위한 토지 수용에 반대하는 투쟁을 이끌었고 타타자동차 싱구르 공장 정문 앞에서 수개월 동안 연좌시위를 하기도 했습니다. 그녀는 원래 국민회의 소속이었다가 독자 정당을 만들었습니다. 주수상이 되기 전에는 국민회의와의 정치적 타협을 통해 철도장관을 지내기도 했던 인물입니다. 그녀는 정치적으로 성공했음에도 여전히 노모와 함께 콜카타의 허름한 아파트에서 살고 500루피(약 1만 2500원)가 넘는 옷을 입은 적이 없을 만큼 검소하기도 해서 부패에 시달리는 인도인들의 지지를 얻을 수 있었습니다.

2011년 좌파정권의 정치적 패배는 결국 좌파정부의 정책이 주민 모두의 경제적 이익에 부합하는 것이 아니었기 때문에 일어난 결과였습니다. 좌파정권은 농촌빈민이라는 전통적 지지계급과 새로운 도시 중간계급의 지지 사이에서 후자를 선택한 것입니다. 물론 좌파정권이 하층민중을 완전히 배신한 것이라고만 볼 수는 없습니다. 좌파정권은 신자유주의적 발전 모델을 받아들이면서 이익을 얻는 도시 중간계급의 욕구를 충족시키면서도 도시의 영세자영업자들, 농민, 농업노동자의 피해를 어떻게 줄이는가, 또 성장정책의 부작용을 줄이면서 분배정책을 유지할 정도의 경제수준을 유지할 수 있는가의 문제에 직면해 있습니다. 어떻게 보면 인도식 제3의 길이라고 부를 수도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좌파정권이 하층 민중들을 보호해줄 정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는 점에서 분명히 우경화되었다고 평가해야 합니다.

좌파정권이 오른쪽으로 선회한 가장 현실적인 이유는 선거에서 승리해 권력을 유지하기 위함이었습니다. 2006년 선거에서는 이런 노선이 성공을 거두었습니다. 하지만 이 성공은 오래가지 못했습니다. 2006년은 인도 경제가 상승국면에 있었지만 2011년에는 인도 경제가 다시 침체기에 들어갔고 경제 침체의 부담이 유독 하층 민중에게 집중되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좌파정권의 우경화는 전통적 지지기반이었던 하층민중들이 마오이즘에 입각해 무장투쟁을 전개하는 낙살라이트와 트리나물 콩그레스 같은 우파 포퓰리즘 세력에게로 이동하게 만들었습니다.

신자유주의의 전 세계적 확산과 함께 진보, 좌파의 우경화도 일반적인 현상이 되었습니다. 유럽 사민주의 정당들이 제3의 길로 선회한 것, 미국 민주당과 공화당의 정책적 수렴, 우리나라에서 김대중, 노무현 정권의 신자유주의화, 시민사회진영과 좌파 일각의 신자유주의 수용 등도 모두 같은 맥락의 일들입니다. 이들은 한결같이 그 길이 현실정치에서 승리를 보장하는 길이라고 주장했습니다. 그러나 이 전술은 중도성향의 유권자가 다수이고 우경화에도 불구하고 전통적 지지층의 이탈이 크지 않아야 성공할 수 있습니다. 우리나라 정치권에서 흔히 말하듯이 집토끼는 지키면서 산토끼까지 잡아야 합니다. 이 길이 생각보다 쉽지 않습니다. 또 이탈하는 지지층을 막으려면 적어도 겉으로는 이들을 챙기는 척해야 합니다. 현재 우리나라 정당들이 공약이 뒤죽박죽으로 제대로 된 정체성을 가지기 힘든 것은 이런 이유에서입니다.

이런 정치적 상황에서 우경화가 상대적이나마 진보적 색채가 있던 정당의 선거 승리를 보장해 준다고 생각하는 것은 너무 단순한 계산 같아 보입니다. 인도의 웨스트벵갈 주 정부 하나만 보더라도 불과 5년 사이에 같은 노선이 성공과 실패를 경험하지 않았나요? 이런 선거공학적 계산에 골몰하기보다 진정으로 민중의 이익을 대변하기 위해 애쓰는 것이 명분으로나 현실적으로나 더 바람직할 수 있다는 생각입니다. 그리고 근본적으로는 민중들이 다른 누군가를 통해 자신들의 이해관계를 대변하는 것이 아닌 스스로의 목소리를 내는 정치가 실현되어야 할 것입니다. 인도의 낙살라이트가 급속히 세력을 팽창시킬 수 있는 것도 좌파정당들의 우경화로 자신들의 목소리를 잃어버린 민중들의 지지를 얻었기 때문이라는 점에 주목해야 합니다.

* '세미나 네트워크 새움'은 대중들이 정치권력, 학교와 같은 지식 생산 유통의 제도들, 자본, 미디어에 의해 조종당하지 않으면서 자신의 힘과 실천으로 지식의 주체가 되어 앎을 획득하고 지적 능력을 향상시키는 공간입니다. 우리는 더 많은, 더 깊은 지식은 사회적 특권의 보장이 아니라 더 많은 사람들과 지식을 나누어야 할 의무를 의미한다고 생각합니다. '새움'은 맑스주의를 중심으로 다양한 지식들을 좌파적 관점에서 공부하고 있습니다. 또한 우리 사회에서 반드시 필요하지만 다른 이들이 관심을 가지지 않는 주제들을 공부하는 것이 우리의 몫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공부 과정에서 특정한 정치적 입장에 동의할 것을 요구하지 않으며, 맑스주의 전통에 대한 하나의 해석을 배타적으로 강요하지도 않습니다.

이를 위해서 첫째, 새움은 지식, 학력 등의 어떠한 제한 없이 참여할 수 있습니다. 둘째, 새움의 모든 활동에는 참가비가 없습니다. 아무리 적은 금액이라도 누군가에게는 지식에의 접근을 막는 장애가 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셋째, 새움은 특정 정치적 입장을 가지지 않습니다. 어떠한 정치적 입장을 지니는 지에 상관없이 마르크스주의에 대한 관심만 가지신다면 누구나 새움의 주인이 될 수 있습니다. 넷째, 새움은 회원들의 자발적 참여에 의해 모든 실무가 결정되고 집행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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