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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공동체 건설, 이주노동자와 함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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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공동체 건설, 이주노동자와 함께

[동아시아 NOW] 이주노동자는 '문화의 중개자'

동아시아 국가들은 투자나 교역 그리고 최근 FTA를 통해 지역 간 경제제휴를 촉진시켜 왔다. 주요국 지도자들도 지금 동아시아 공동체 구상을 더욱 활발하게 제기하고 있다. 그런데 투자와 교역만큼 활발하게 이루어지면서도 지역 간 협력이 존재하지 않는 분야가 있다. 그것이 바로 사람의 지역간 이주이다. 최근 통계에 따르면 동아시아에서는 약 1,900만 명의 이주노동자가 존재하며, 전 세계 이주자의 13.1%를 차지하고 있다.
  
  늘어나는 이주노동자, 외면하는 각국 정부
  
  동아시아에서 이주노동자를 가장 많이 송출하고 있는 국가는 중국, 필리핀, 베트남 등이다. 대부분은 비숙련, 반숙련 노동자로 소위 3D업종에 종사하고 있으며 절반이상이 여성이다. 남성은 제조업이나 건설업에 종사하는 반면 여성은 가사노동이나 서비스업 등에 종사하여 업종의 성별화도 뚜렷하게 이루어지고 있다.
  
  동아시아 각국 정부는 전반적으로 노동시장의 불균형을 일시적인 현상으로 간주하고, 이를 시정하기 위한 수단의 하나로서 이주노동자를 취급하는 경향이 있다. 그런 이유로 각국 정부의 정책은 대체로 즉흥적일 뿐 아니라 미등록 이주노동자의 양산과 이주노동자에 대한 인권침해를 오히려 조장해 온 측면이 있다.
  
  비숙련 이주노동자의 이동이 주를 이루던 동아시아에서 최근 몇 년 사이 숙련 이주노동자에 대한 수요가 높아지고 있다. 주로 선진 국가를 중심으로 제조업에서 지식집약적경제로의 산업구조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전문기술을 가진 노동자들을 자국으로 초청하고 있다.
  
  숙련 이주노동자와 비숙련 이주노동자의 양극화
  
  현재 동아시아에서 숙련 이주노동자 획득에 가장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는 국가는 싱가포르와 말레이시아이다. 예를 들면 싱가포르에서는 ?글로벌 탤런트 허브전략?을 바탕으로 세계 최고의 인재들을 정부계 연구기관에 초청하는 동시에 해외 대학을 적극적으로 국내로 유치하고 있다.
  
  이러한 동아시아의 외국인 전문 인재 유치 전략은 지역수준의 인력개발과 육성에 어느 정도 기여할 수 있으나, 이른바 엘리트 획득 경쟁으로 번져 결국 지역 간 격차를 더욱 심화시킬 가능성이 있다. 예를 들어 개발도상국으로부터 의사나 간호사를 초청하면 당국의 의료관계자 부족으로 의료사태 악화를 일으킬 수 있는 것이다.
  
  또한 많은 국가에서 숙련 이주노동자에 대한 규제는 완화하면서 비숙련 이주노동자에 대한 규제는 강화하고 있다. 예를 들면 숙련 이주노동자에게는 가족과 함께 이주 국가에서 지낼 수 있는 혜택이 주어진다. 하지만 비숙련 이주노동자에게는 가족과 함께 생활할 권리는 물론 당사자의 사회적, 정치적 권리의 대부분이 보장되지 않는다. 특히 미등록 이주노동자에 대한 규제는 어느 국가에서도 강화되는 추세이며, 일상생활이나 단속과정에서의 인권침해도 심각하다.
  
  강제노동과 성매매 등 인신매매도 심각
  
  숙련 이주노동자가 GATS나 WTO 그리고 기업 간 협정 등 비교적 튼튼한 경로를 통해 이주하는 데 비해 비숙련 이주노동자는 지인이나 민간 중개업체 등의 비공식 경로에 의존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중개업체가 중개비용을 올려 비숙련 이주노동자를 착취하거나 심지어는 이주노동자를 속이고 강제노동 혹은 성매매 등에 내보내는 임신매매 사건이 심각한 문제가 되고 있다.
  
  현재 아시아에서는 매년 약 30만 명의 인신매매 피해자가 양산되며, 이들의 많은 수가 여성과 어린이다. 인신매매는 네팔과 인도, 태국과 라오스 그리고 캄보디아와 미얀마 등의 국경에서 자주 발생하고 있고 10대 소녀 피해자도 적지 않다. 많은 피해자가 성산업에 유입되고 있기 때문에 이들이 에이즈에 감염되는 일도 많이 발생되고 있다. 이제 국제사회에서는 밀입국이 국가주권을 위협하는 범죄행위이기에 앞서 인신매매 피해자를 낳을 수 있는 아주 위험한 경로가 되고 있다.
  
  이런 상황과 함께 특히 여성 이주노동자의 인권은 아주 절박한 상황이다. 많은 여성 이주노동자들이 가사노동자나 간병인, 엔터테이너 등 돌봄 부문이나 성산업에 유입된다. 이런 영역은 노동법 위반이나 인권침해가 가시화되기 어려운 영역이다. 또 공사 구별이 확실하지 않는 영역에서 여성의 이주가 활성화되고 있다는 사실도 대책마련을 어렵게 한다. 예를 들어 국제결혼을 이용한 인신매매 사례가 자주 발생하고 있는데, 사적영역이 '결혼'의 경우 인신매매로 판단하기 어려우며 민감한 문제를 많이 내포하고 있다.
  
  이주노동자의 '인간의 안보'가 존중될 때 지역공동체 가능
  
  이제 이주노동자를 받아들일지 말지에 대한 논의를 넘어서서, 이주노동의 형태나 규칙에 대해서 논의해야 할 시기가 왔다. 문제는 무엇을 중심과제로 삼고, 또 지역 국가들과 어떤 정치적 합의를 이룰 것인가이다. 지금까지의 경험은 일국의 이익이나 국가주권을 지키기 위한 정부 정책이 이주노동자 문제를 더욱 심각한 상황에 이르게 할 뿐이라는 사실을 입증하고 있다.
  
  최근 아시아에서 주목받고 있는 개념으로 '인간의 안보'가 있다. 안보는 원래 국가의 집단적 자위권 즉 군사력을 의미했던 것인데 인간의 안보는 개인에게 초점을 맞춰 전쟁과 테러로부터의 자유, 신체적 위협이나 경제적 압박으로부터의 자유, 혹은 존엄 있는 삶을 살기 위해 필요한 제도나 정책을 말한다. 이러한 개념은 각국의 정부가 자기 이익에만 얽매이지 않고 서로의 정치적 합의를 이끌어낼 수 있는 토대를 제공해줄 수 있다.
  
  그런데 이러한 개념을 지역적으로 증대시키기 위해서는 중개자가 필요하다. 그 중개자의 역할을 이주노동자가 담당할 수 있지 않을까? 그러기위해서는 우선 이주노동자에 대한 우리의 사고방식부터 전환해야 한다. 이주노동자는 송출국가와 수용국에게 이익을 가져다주는 단순한 경제주체가 아니라 서로 다른 사회와 문화공간을 매개하는 중개자가 될 수 있다. 이들은 양쪽 혹은 복수 사회의 해석자 혹은 문화매개자로서 민주주의와 인권 등 공통가치를 지역에 퍼뜨리는 역할을 수행할 수 있을 것이다.
  
  이러한 아래로부터의 상호적응이 없이 어떻게 서로의 이해와 정치적 합의를 이끌어 내고, 지역공동체를 만들 수 있겠는가? 동아시아의 지역공동체는 교역이나 투자만으로 이루어지지 않는다. 인간안보가 바탕이 되지 않는다면 공동체의 미래는 어둡다. 이주노동자를 위한 지역 차원의 정책 마련이 동아시아 지역공동체를 실현하는 하나의 계기가 될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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