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행정자치위원회는 25일 전체회의를 열어 대통령직 인수위가 마련하고 한나라당이 발의한 정부조직법 개정안 심의에 들어갔다. '원안 통과'를 요구하는 한나라당과 '수정 불가피'를 주장하는 신당은 이날 하루 종일 행자위 안팎에서 설전을 주고받았다.
양 측이 원안을 두고 팽팽히 맞서고 있는 상황에서 인수위가 주문한 28일 본회의 통과는 물리적으로 불가능해졌다. 다수당인 신당이 '단호한 야당'을 자처하고 있는 만큼, 이명박 당선인이 취임하는 내달 25일까지 개정안이 통과되지 못할 가능성도 없지 않다.
손학규 "오만한 자세로 원만한 통과 기대하지 마라"
신당 손학규 대표는 이날 오전 최고위원회의에서 "이명박 당선인이 오만한 자세를 보여선 안 될 것"이라며 "이런 자세로는 결코 정부조직법이 원만하게 통과될 거라고 기대할 수 없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 당선인이 "최악의 경우 장관 없이 국장들만 데리고 간다"며 조직개편안의 국회 처리를 압박한 데 대한 반발이었다.
손 대표는 "음식점에 가면 주방장이 해주는 대로 먹어야한다는 식의 오만한 자세"라며, "일단 정권을 맡기면 어떻게 하더라도 국민이 따라가야 한다는 것이 민주주의는 아니다"고 강조했다.
통일부·해수부·여성부 등 주요부처의 통폐합과 대통령 직속으로 돼 있는 국가인권위·방송위 등의 편제는 수정이 불가피하다는 것이 신당 측의 확고한 입장이다.
이에 한나라당과 인수위 측은 오히려 '다수당인 신당이 새 정부의 발목을 잡고 있다'고 맞섰다.
한나라당 안상수 원내대표는 주요당직자 회의에서 "소수당인 한나라당이 단독으로 밀어붙일 수도 없는데 통합신당은 마치 자신들의 의견을 무시하고 밀어붙이는 것처럼 주장하고 있다"며 "이제 더이상 인기 영합적이고 정략적인 반대를 하지 말고 새 정부 출범 일정을 감안해서 국민의 입장에 서서 정부조직법 개정안을 신속하고 원활하게 처리해주시도록 도와달라"고 요구했다.
박형준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기획조정분과 위원은 "주방장이 새로 들어오면 재료나 그릇 배치 등 요리를 잘하기 위한 수단들을 새로 마련한다"며 원안통과를 주장했다.
박 위원은 이 KBS '라디오정보센터 박에스더입니다'에 출연해 "각 부처 내 기능의 미세조정 등은 신당 측과 조정할 수 있지만 큰 틀 자체를 흔드는 것은 곤란하다"며 신당 측이 요구하는 수정안에 대해 수용불가의 입장을 분명히 했다.
인수위 "부처 통폐합은 선택의 문제"
양 측의 이 같은 대치는 행자위 회의장에서 고스란히 재연됐다.
신당 의원들은 "사라지는 부처들의 기능이 다른 부처로 이관된다고 하지만 그 효율성은 떨어질 가능성이 높다"(최규식 의원)며 부처 통폐합에 반대했지만, 한나라당 의원들은 "부처들이 폐지되는 것이 아니라 큰 부처에서 강화되는 것"(권경석 의원)이라고 맞섰다.
답변자로 나온 박재완 인수위 정부혁신·규제개혁 TF팀장은 "해수부도 여성부도 둘 수도 있지만 그런 식이라면 장애인부, 노인부, 아동부도 둘 수 있으니 결국은 선택의 문제"라며 "대부처제에서 융합을 통해 효율성을 제고하는 차원으로 이해해 달라"고 말했다.
행자위는 이날 전체회의 토론 후 29일에는 공청회를 열어 각계 전문가들의 의견을 수렴하고 각 소위원회의 심사를 거친 다음 다시 전체회의를 열어 개정안을 처리할 예정이다. 이에 신당은 "통폐합 부처의 경우 각 상임위별 심의가 불가피하다"라는 입장이어서 한나라당의 요구대로 구정 연휴 전까지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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