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행정자치위원회는 24일 어청수 경찰청장 내정자에 대한 인사청문회를 열어 불법시위 근절 방안과 기자실 폐쇄 조치 등에 대한 어 내정자의 견해를 물었다.
이 과정에서 한나라당 의원들은 "새 정부의 이념에 맞춰 경찰력이 집행돼야 한다"(유기준)며 '기초질서 확립을 위한 엄정한 법집행'을 요구한 반면, 대통합민주신당 의원들은 "정권교체에도 일관성 유지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이인영 의원)며 '정치적 중립'을 당부했다.
'참여정부 마지막 경찰청장'이자 '이명박 정부 최초 경찰청장'이 될 어 내정자는 이처럼 엇갈리는 여야의 요구에 원론적인 답변으로 일관했다.
"테이저건 도입에는 신중할 것"
한나라당 의원들은 최근 경찰청이 폴리스라인을 넘는 시위대는 전원 연행하도록 하는 등 불법시위를 엄단하기 위해 내놓은 대책들을 적극 환영하며 어 내정자의 실행 의지를 재확인했다.
유기준 의원은 "새 정부가 들어서면 정부가 추구하는 이상이 바뀔 소지가 있다"며 "경찰 분야에서는 건전한 집회 시위 문화 정착을 위해 각별한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강조했고, 김기춘 의원은 "노무현 정권 하에서 경찰 고위직을 맡아온 어 내정자가 불법시위를 엄단할 수 있을지 신뢰가 가지 않는다"고 다그쳤다.
김 의원은 "지난 10년 간 경찰의 대공수사가 축소돼 북한을 찬양하는 불온한 글들이 게시판에 오르고 있다"며 대공수사의 보강을 요구하기도 했다.
반면, 신당 의원들은 경찰이 폭력 시위자에 대한 테이저건(전기충격기) 사용 방안을 고려하고 있는 점 등을 지적하며 경찰의 과잉대응 가능성을 우려했다.
박기춘 의원은 "전자충격기를 사용하도록 허용하는 문제는 간단치가 않다"며 "일반인에게 가능한 조치인지를 재고하라"고 요구했고, 최규식 의원은 "APEC 반대시위나 평택미군기지 반대시위 등에 강하게 맞서 왔던 어 내정자가 이명박 당선인 코드와 맞물리면서 과잉대처를 낳지 않을까 하는 세간의 우려를 참작하라"고 말했다.
이에 어 내정자는 "평화시위를 보장하고 폭력시위에는 엄정 대처한다는 경찰의 기본 입장은 정권과 상관없이 일관된다"며 "테이저건 사용은 시위대의 감정을 자극해서 더 큰 불상사를 일으킬 수도 있으니 안정성이 완전히 담보되기 전까지는 신중히 검토하겠다"고 답했다.
기자실 정상화?…"취임 후 결정"
작년 12월 어 내정자가 서울경찰청 기자실을 강제로 폐쇄한 것을 두고도 양 당의 평가와 주문이 엇갈렸다.
한나라당 김기현 의원은 "기자실 폐쇄 방안은 제도가 시행되기 전부터도 그 부작용이 우려돼 왔는데 서울청이 무리하게 강행했고 그 결과 예산만 낭비하고 말았다"며 "빠른 시일 내에 원상복구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반면, 신당 이인영 의원은 "17개 중앙 언론사 기자들만 취재가 가능했던 기자실을 모든 기자에게 개방한 정신과 원칙은 포기할 수 없는 가치"라며 "정보 공유의 원칙에 근거한 이 같은 대언론정책은 정권과 상관없이 계속 발전해 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어 내정자는 "기자들이 생각하는 문제점을 취합해서 빠른 시일 내에 바람직한 방향으로 개선하겠다"면서도 "취재의 형평성이 보장돼야 한다는 점도 충분히 감안하겠다"고 답했다.
어 내정자의 '어정쩡한' 답변에 한나라당 정갑윤 의원은 "어 내정자는 현 정부에서 기자실을 폐쇄하라고 하니 앞장섰다가 정권이 바뀌는 게 확정되니깐 또 다른 태도를 취하고 있다"며 "국민을 위한 경찰이라면 권력을 보지 말고 국민을 보고 치안 행정을 해 달라"고 일침을 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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