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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학규와 이해찬, 당권파와 쇄신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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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손학규와 이해찬, 당권파와 쇄신파

<고성국의 정치분석ㆍ28> 손학규號 신당의 앞날

손학규체제 출범 후 대통합민주신당의 화두는 낮춤과 섬김이다. 낮춤은 대통합민주신당을 낮춤이고 섬김은 국민을 높이고 섬기겠다는 다짐이다.
  
  경선 패배 후 3개월여, 대선 참패 후 1개월여만에 또 한번의 참패가 예정된 총선을 불과 석달여 남기고 남의 땅이나 다름없는 대통합민주신당의 대표가 된 손학규의 정치적 장래는 일차적으로 4.9총선 결과에 달려있지만 지금으로서는 대표직이 그의 말대로 독배가 될 가능성이 높아보인다. 그렇다고 그가 다른 대안이 있음에도 독배를 받았다는 뜻은 아니다. 지금 범여권에는 그 독배조차 받지 못하고 4.9총선의 뒤안길로 사라져 갈 사람들이 얼마나 많은가. 그러므로 설사 독배일 가능성이 높다 해도 이번의 대표선출은 손학규에게는 위기 끝에 온 기회요, 패배의 끝에 찾아온 역전의 실마리일 것이다.
  
  중도 실용주의를 내세워 참여정부의 실패를 공개적으로 시인하는 등 당노선의 "우향우"를 거침없이 밀어붙이면서도 지역과 계파를 안배해 최고위원회를 구성함으로써 당내 분란을 최소화하려 하는 언뜻 이율배반적으로까지 보이는 그의 행보는 당과 전통적 지지층과 국민을 동시에 보아야만 하는 그의 어려운 처지를 잘 보여주고 있다. 그런 중에도 '낮춤과 섬김'의 행간에서 '한 번 해보자'는 손학규 특유의 결기가 느껴지는 것은 그가 '배수진을 친 것 같은' 절박한 정치 상황속에서도 어떻든 자신을 중심으로 당을 정돈하고 정렬시켜가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이에 비해 참여정부의 실세총리로 노무현 대통령 버금가는 권세를 누렸던 이해찬 전 총리가 보여준 돌출적 행보는 참으로 이해하기 어렵다. 대통령 후보 경선 패배에 이어 또 한번의 정치적 패배를 자초한 셈인데, 이번의 패배는 탈당이라는 극단적인 선택으로 나타남으로써 수습불능 상황을 초래했다는 점에서 극히 자기 파괴적이다.
  
  '손대표가 오랫동안 정당생활을 했던 신한국당과 한나라당의 정치지향은 결코 제가 추구할 수 있는 가치가 아니다'는 이유를 내걸고 탈당한 이해찬은 그렇다면 '경선은 왜 같이 했으며, 만약 경선에서 손학규가 이겼다면 어떻게 하려 했는가'라는 즉자적 질문에 답해야 할 궁색한 처지에 빠지고 말았다.
  
  답답하기는 대통합민주신당에 소속돼 있는 친노의원들이 더할지도 모르겠다. 남아 있자니 천덕꾸러기가 될 것 같고 나가자니 찬바람 부는 허허벌판에 제대로 된 깃발 하나 없이 나서야 되는 형국이라 말 그대로 진퇴양난의 처지에 빠져버렸다 하지 않을 수 없겠다.
  
  그러나 사실 이들에게는 친절한 노무현대통령이 이미 답변을 준비해 뒀다.
  
  "대통합민주신당에 지속적으로 민주주의와 진보를 지향해온 세력들의 흐름이 들어있기 때문에 당대표에 대해 불만이 있을 수 있지만, 당내에서 활로를 모색하고 최대한 노력하는 것이 정치도의상 바람직하다. 당 바깥에서 새로운 당을 만드는 시도는 명분도 없고 성공할 가능성도 높지 않다."
  
  손학규대표에 대해 강한 거부감을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노무현 대통령의 이 발언은 원칙을 지키는 것이 어떤것인지를 보여준 오랜만에 듣는 제대로 된 정치담론이다. 이로써 손학규체제는 이해찬, 유시민 등 극히 일부의 돌출적 이탈을 논외로 하면 대통합민주신당의 새로운 지도부로서 명실상부하게 전권을 행사하며 4.9총선에 올인할 수 있는 주ㆍ객관적 조건을 갖추었다 하겠다.
  
  이제 시작된 손학규의 승부는 석달 후면 판가름날 것이다. 대통합민주신당이 그를 선택한 이유가 뭐였건 손학규 체제를 처음부터 끝까지 관통할 정치 역학은 총선에서의 서바이벌이므로 4.9총선 결과는 손학규체제에 대해 누구보다도 냉혹한 심판자역할을 하게 될 것이다.
  
  그러나 승부는 손학규만 하는 것이 아니다. 비록 2선으로 물러나 있지만 여전히 당내 최대 세력을 구축하고 있는 정동영도 어떤 형태로든 이번 총선에서 승부하지 않을 수 없고, 김근태, 천정배, 추미애도 정치생명을 건 승부를 하지 않을 수 없게 되어 있다. 어디 대통합민주신당 뿐인가. 민주당도 창조한국당도 이번 총선은 피해갈 수 없는 승부처다.
  
  불과 한 달여 전에 대권을 놓고 싸운 선거에서조차 끝내 함께하지 못했던 대통합민주신당과 민주당, 창조한국당이 그보다 훨씬 이완되고 원심력 강한 총선에서 함께 할 수 있으리라 믿는 사람은 아무도 없는 것 같다. 합당이나 연합공천 같은 말들이 아예 나오지 않는 지금의 상황이 차라리 나을지 모르겠다. 실속 없고 실효성 없는 '연합론'에 함몰돼 시간이나 축낼 일이 이번에는 없겠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총선과 관련해 범여권의 상황을 조망함에 있어 정치적으로 의미있는 유일한 변수는 당간 관계가 아니라 대통합민주신당 내부의 역학관계가 될 듯 싶다. 손학규대표체제와 당권파에 대립하고 있는 비주류 쇄신파의 입장과 선택이 매우 중요한 정치적 변수가 될 수 있다는 뜻이다.
  
  19명의 초선의원이 시작한 쇄신운동이 과연 어떻게 적전분열과 자중지란을 피하면서 쇄신과 개혁노선을 지켜나갈 것인지는 대통합민주신당이 당장의 4.9총선 전선을 어떻게 구축할 것인가라는 당면의 정치적 과제와도 직접적으로 연결된 문제이며 나아가 총선후 이명박 정부 하의 야당으로서 어떠한 정치적 비전과 대안을 가져갈 것인가라는 문제로 연결될 뿐만 아니라 그 연장선에서 2012년 대선을 어떠한 구도 속에서 준비해갈 것인가라는 전략적 문제를 풀어가는 실마리가 될 것이다.
  
  이것이 비록 당장의 세는 미약하나 주류 당권파 못지 않은 비중으로 비주류 쇄신파를 주목하는 이유다. 다만 한가지, 조급해 하다 실패해 버리고 만 지금까지의 쇄신운동들과는 달리 세가 약할수록 긴 호흡으로 정도를 걷는 것이 꼭 필요하다는 점을 강조해두고 싶다.
  
  '군자는 다름을 인정하고 다른것들과의 조화를 도모하나 소인은 무엇이나 같게 만들지만 조화를 이루지 못한다'
  
  '화이부동(和而不同)'을 비주류 쇄신운동의 철학적 출발점으로 삼는 성숙함과 당당함이 승패의 관건이 되리라는 뜻이다.
  
  "향군조직을 뿌리 뽑겠다는 좌경세력으로부터 정치 보복적인 탄압을 받아야만 했고 지금도 친북좌경세력의 책동으로 참으로 힘든 투쟁을 하고 있다. 자유민주주의와 대한민국을 함몰시키려는 친북좌익정권을 퇴출시킬 수 있었던 것은 가장 보람되고 의로운 투쟁이었다"
  
  지난 1월 15일 이명박 당선인이 참석한 재향군인회의 신년회에서 박세직 재향군인회장이 한 말이다. 이미 앞마당까지 들어와 넘실대는 극우의 파도를 보면서'화이부동'의 화두에 담고자 하는 쇄신 운동의 성숙된 치열함이 온전하게 구현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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