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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 옛날 달력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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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 옛날 달력 보고 있다"

"先핵폐기론은 부시의 실패한 초기 정책"

대통령직 인수위원회의 통일부 폐지 방침에 대한 각계의 반발이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그같은 결정이 나오게 된 토대인 이명박 대통령 당선인의 대북정책을 비판하는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외교안보 전직 당국자들과 학계 전문가들은 특히 이 당선인의 '비핵 개방 3000' 원칙의 기본 전제인 북핵 폐기 우선론에 대해 "부시 미 행정부의 실패한 초기 정책을 답습하는 것"이라고 우려하고 있다.

'비핵 개방 3000' 구상은 북한이 비핵화하고 개방하면 10년 내에 소득이 3000달러가 되도록 지원하겠다는 계획이다.

"피해는 우리 경제가 가장 먼저"

16일 오후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민족화해협력범국민협의회(민화협) 토론회에서는 이같은 견해들이 집약된 자리였다.

기조연설자로 나온 정세현 전 통일부 장관은 "부시 미 행정부는 6년 동안 선 북핵 폐기를 주장하면서 대북압박정책을 폈지만 북한의 핵실험이라는 치명상을 입은 후에 임기 2년을 남겨놓고 클린턴 정부가 떠났던 지점으로 돌아왔다"라며 "차기 정부는 부시 정부의 과거 대북정책을 반면교사로 삼아야 한다"라고 말했다. (☞정세현 기조연설 전문보기)
▲ 16일 열린 민화협 통일포럼에서 기조연설을 하고 있는 정세현 전 통일부 장관 (민화협 대표 상임의장) ⓒ연합뉴스

정 전 장관은 "한국에서 선 북핵 해결 주장과 한·미·일 공조 강화론이 계속되면 미국 내 대북강경론이 당연히 탄력을 받게 된다"라며 "그리하여 부시 정부의 대북정책이 다시 강경해지면 북·미간, 남북간 긴장이 고조될 것이고 그 피해는 우리 경제가 가장 먼저 입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또 "한·미·일 공조 강화로 나가면 6자회담은 남방 3각과 북방 3각의 대결장이 되어 표류할 가능성이 크다"라며 "한국이 대북압박으로 보이는 선 북핵 해결이나 한·미·일공조보다 병행전략과 한·중 공조를 채택해야 하는 것은 목표에 비해 시간이 많지 않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2002년 정부가 북핵 해결과 남북관계 개선 병행전략을 추진한 것은 결단력이 없어서도 아니었고 친북반미정권이어서도 아니었다"라며 "1차 북핵 문제 대두 시 연계전략이 가져다 준 득보다 실이 너무 컸기 때문에 전철을 밟지 않기 위해 병행전략을 채택했던 것"이라고 말했다.

"햇볕정책도 실은 보수정책"

발표자로 나온 고유환 동국대 북한학과 교수 역시 선 북핵 폐기론은 부시 행정부가 폈던 대북 강경책과 같은 것이라며 "핵실험까지 초리했던 실패한 정책"이라고 비판했다.

고유환 교수는 "미국도 2005년 9.19공동성명 이후부터는 '선 핵폐기'보다 '행동 대 행동'에 따른 핵폐기를 추진하고 있다"며 이같이 주장했다.

고 교수는 "노무현 정부도 집권 초기 '북핵 해결 우선주의'를 내걸고 핵문제 해결과 남북관계 진전을 연계했지만 성과를 거두지 못한 전례가 있다"며 "새 정부는 북핵문제가 갖는 구조적이고 장기적인 성격 등을 고려해 6자회담이라는 다자 국제협력의 틀을 통해 대화와 압력을 통한 해결을 모색하고, 남북관계는 북핵문제를 촉진하는 선순환 구조로 활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특히 햇볕정책에 대해 "미국 레이건 대통령이 추진했던 '헬싱키 프로세스'의 한국판 변종"으로 사실상 "보수정책"이라고 규정한 뒤, "'보수정권'인 이명박 정부가 햇볕정책과 평화번영정책을 '퍼주기'라고 비판했기 때문에 포용정책을 쉽게 계승하기는 어렵겠지만, 햇볕정책이 보수정책이란 사실을 깨달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 2008년 제1차 민화협 통일포럼 ⓒ프레시안

통일연구원의 김영윤 선임연구위원도 '비핵 개방 3000' 구상에 대해 "북한이 그 의도를 당연히 받아들여질 것이라는 가정에 근거"한 것이지만 "북한으로부터 다시 합의를 이끌어내야 할 사안"이라고 지적했다.

"부시의 'ABC 정책' 따라하고 있다"

토론자로 나온 김근식 경남대 교수는 "햇볕정책이나 평화번영정책은 비핵화와 개방을 반대했나. 아니다"라며 "그러나 '비핵 개방 3000' 구상은 뻔한 원칙만 있고 어떻게 비핵화와 개방을 이룰 건지 아무 것도 없다"라고 비판했다.

김근식 교수는 "한미관계 우선론도 북미관계가 잘 되면 별 탈이 없겠지만 북미가 첨예한 대립으로 갔을 때 정부가 택할 것은 대북 압박밖에 없다"라며 "한국 정부가 스스로의 역할을 포기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 교수는 "이 당선인은 클린턴 대통령이 한 일은 무조건 싫다는 부시의 'ABC 정책'을 답습하고 있다"라며 "해주특구, 개성공단, 서해특별지대 같은 합의는 잘못됐다면서 '나들섬 구상'이라는 엄청난 투자를 새로 하겠다는 게 'ABC'의 대표적인 사례"라고 꼬집었다.

북한대학원대학교 양문수 교수는 통일부 폐지 과정을 언급, "이명박 정부는 자기들이 그토록 비판했던 노무현 정부와 닮아가고 있다"며 "경제는 프로일지 몰라도 남북관계에서는 아마추어리즘을 갖고 있다는 점, 그리고 대북정책의 의미에 관한 우리 사회의 목소리를 듣지 못하는 소통의 문제"를 지적했다.
보수적 전문가들도 통일부 폐지 비판

이날 토론회에서는 통일부 폐지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쏟아져 나왔다. (☞관련 기사 : "통일부 폐지, 그 발상 자체를 역사가 기록할 것")

김근식 교수는 "이명박 당선인의 머릿속에는 남북관계와 대북정책에 관한 관심, 고민, 철학이 없다"라며 "통일부를 폐지하는 이유를 명확히 들어본 적이 없는데, 그냥 싫은 것이다"라고 말했다.

보수적인 시각을 가지고 있는 이상현 세종연구소 안보연구실장도 "통일정책과 안보정책을 달라야 한다"라며 "통일부가 할 일이 나름대로 있는데 폐지까지 간 것은 심하다"라고 말했다.

이 실장은 "지난 10년간 통일부가 북 치고 장구 치고 다 하는 것처럼 보인 것에 대한 반작용일 것"이라며 "차기 정부가 지금 공약 수준에서 헤매고 있다는 것을 반증한다"라고 말했다.

이화여대 북한학협동과정의 조동호 교수는 "10년 전에 통일부 폐지를 얘기했었지만 그때 생각은 대북정책을 총괄하는 통일부의 컨트롤타워 기능을 강화하고 개별사업은 각 부처에 맡기는 것이 효율적이라는 점을 거꾸로 얘기했던 것"이라며 "외교통상부에 합치는 건 잘못된 것"이라고 지적했다.

한편 김연철 고대 연구교수는 이날 <프레시안>과의 통화에서 "통일부는 그야말로 안보를 다루는 곳인데 폐지안을 협상용으로 내놨든 실제 폐지할 생각이든 부처 개편 때까지 업무가 마비된다"라며 "핵 문제가 교착으로 가고 있는 현재의 국면적 특성을 안이하게 판단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익명을 요구한 전직 통일부 차관은 "남북대화에 외교부 당국자가 나오면 북에서는 누가 나오나"라고 묻고 "북으로서도 카운터 파트가 없어지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통일부가 외교부 안으로 들어갔다는 것 자체가 북한과의 협상을 위축시키고 활동의 제약을 가하는 것"이라며 "통일부와 외교부 간 이견이 문제라고 하는 데 부처간 이견은 당연한 것이고 그걸 어떻게 조정하느냐가 중요한 문제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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