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합민주신당 배기선 의원은 16일 "이명박 정부는 통일을 포기한 정부인가, 통일을 반대하는 정부인가, 아니면 통일을 두려워하는 정부인가 묻지 않을 수 없다"고 격앙된 반응을 보였다.
배 의원은 이날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민족화해협력범국민협의회(민화협) 통일포럼에서 "지난 10년의 노력으로 한반도 평화와 번영의 열매가 결실을 맺을 수 있는 좋은 여건을 맞고 있다는 게 국민의 인식이고 소망"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민화협 공동의장 자격으로 이날 통일포럼에 참석한 배 의원은 "통일부 폐지는 통일의 의지를 짓밟고 국민을 무시하고 7000만 민족의 염원을 저버리는 상식밖의 반통일적 처사"라며 "반드시 막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통일부 폐지안을 "놀라운 뉴스" "경악스러운 일"이라고 표현한 배 의원은 "통일부 폐지를 정부조직법 개편안 통과를 위한 협상용으로 써먹으려 한다는 것 국민들의 의지와 철학을 모독하는 경박하기 짝이 없는 처사"라고 비난했다.
그는 "유엔에서조차 남북정상회담의 합의를 만장일치로 지지하는 상황에서 통일부를 폐지하는 것은 반통일적이고 반국민적 결정"이라며 "결코 받아들일 수 없다"고 말했다.
기조연설자로 나온 정세현 전 통일부 장관(민화협 대표 상임의장)은 "대북정책이란 말이 사전에서 사라져야 하는 절체절명의 위기"라며 착잡한 심경을 피력했다.
"경제한다는 분들이 남북관계 중요성을 모르나"
정 전 장관은 "독일에서도 통일은 외무성이 아닌 내독관계성에서 다뤘고, 중국도 대만 문제를 외교부가 아니라 국무원 직속기구인 대만공작조가 다뤘다"라며 "우리나라에서만 통일부를 없애겠다는 기상천외한 발상이 나온다"라고 지적했다.
그는 "(개편법안이) 국회에 가면 다른 방향으로 가겠지만 이런 발상을 했었다는 사실 자체가 역사에 기록될 것"이라며 "분단국가에서 통일 문제를 외교차원에서 다루려 했던 시절이 있었다는 건 해외 토픽감"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또 "지난 10년간 통일부가 커졌다는 말이 있는데, 나라의 위상이 늘어나면 외교 공관이 늘어나는 것처럼 남북관계가 좋아지면 통일부 일이 당연히 많아지는 것"이라며 "남북관계가 늘어나 통일부가 커진 게 왜 문제가 되느냐"라고 개탄했다.
그는 "지난 10년간 대북정책은 물이 가득찬 유리잔을 들고 자갈밭을 걷는 자세로 한 것이었다"라며 "누구는 화끈하게 하기 싫어서 그랬나. 안보지수가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있기 때문에 그랬던 것이다. 경제한다는 분들이 그걸 모를 리가 없을 것이다"라고 말했다.
이날 포럼의 사회를 맡은 통일연구원의 전현준 선임 연구위원은 "헌법정신이나 민족정신이 앞으로 어떤 식으로 구현될 것인지 많은 생각을 해야 할 시점"이라고 말했다.
인수위는 왜, 그리고 어떻게? - 외교부 '통일차관'이 통일정책 담당하나 통일부 문제에 대해서는 정부조직개편안 발표 하루 전인 15일까지만 해도 인수위 내에서 격론이 벌어졌던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폐지 방침을 정한 인수위는 "통일정책을 더 잘 수행하기 위해 외교부에 통합을 결정했다"는 공식입장을 내놓았다. 일각에서 '정부조직개편안을 임시국회에서 통과시키기 위해 현 여권의 협조가 필요한 만큼 협상용카드로 사용할 것'이라는 관측을 내놓고 있지만 인수위 측은 일단 이를 단호하게 부인했다. 정부조직개편안 마련을 주도한 인수위 정부혁신·규제재혁TF팀장인 박재완 의원은 "통일부에 대해선 여러 차례 토론을 했다"면서 "우리는 축소냐 독립부서로서 유지냐는 등 결론을 (미리) 내린 적 없다. 결론이 뒤집어 진 게 아니다"고 고심 끝에 내린 결정임을 강조했다. 그는 "협상 과정의 히든카드라는 관측에 대해선 단호하게 부인한다"고 덧붙였다. 박 의원과 함께 조직개편안 마련에 깊숙이 관여한 인수위 기획조정분과 위원인 박형준 의원은 "통일부의 통일정책 독자성 훼손 우려를 잘 안다"면서도 "그러나 통일부 정책이 이젠 각 부처에서 (나눠서) 담당해야 할 정책 많다. 그래도 남은 독자적 수행은 외교통일부 테두리 안에서도 가능하다"고 말했다. 박 의원은 "어차피 대(大)부처 제도에선 복수 차관을 두기 때문에 독자적 수행할 수 있다"며 통일담당 차관 임명을 시사하며 "외교정책과 통일정책이 매우 밀접하기 때문에 통일정책을 더 잘 수행키 위해서도 통합하는 게 좋겠단 판단했다"고 주장했다. 인수위도 이날 배포한 '문답으로 알아보는 정부기능과 조직개편'이라는 자료에서 별도항목을 통해 "북핵문제의 진전 상황과 주변 국가들의 입장 등 전반적인 국제적 맥락과 통합적 외교안보 구도 속에서 유리한 통일 환경 및 기반을 조성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기대효과를 설명했다. 또한 인수위는 "북한은 금년도 신년공동사설에서 10.4 정상선언 이행의지를 피력하는 등 남북관계 유지에 대한 희망을 시사한 바 있다"면서 새 정부도 이미 북한이 핵문제 진전에 협조할 경우 적극적 대북 경협 추진의사를 천명한 만큼, 북한이 우리 정부 내부의 행정조직 개편 문제로 남북관계를 냉각시키지 않을 것으로 본다"고 기대했다. // 윤태곤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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