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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힐러리와 오바마는 이스라엘의 '적'"

美 학자 "중동평화 원한다면 이스라엘에 쓴 소리 하라"

조지 부시 미 대통령이 임기를 1년도 채 남기지 않은 시점에서 팔레스타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분주히 돌아다니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그러나 예루살렘 분리와 국경선 획정, 팔레스타인 난민 귀환 등 핵심 쟁점에서 팔레스타인과 이스라엘 양측의 입장차가 좀처럼 좁혀지지 않아 성과를 내기는 어렵다는 회의론이 지배적이다.

더군다나 쟁점이 불거질 때마다 이스라엘의 편에 서 왔고, 앞으로도 그럴 가능성이 높은 부시 대통령에 대한 팔레스타인의 불신은 임기 중 외교적 성과를 내고 싶어 하는 부시 대통령에게 걸림돌이 되고 있다. 그것은 부시 대통령이 스스로 걸린 덫이다.

이스라엘에 유리한 입장을 취하는 것은 비단 부시 대통령뿐만이 아니다. 유대인들이 정치·경제·언론 등 모든 것을 장악하고 있는 미국 사회의 구조는 그 누구라도 이스라엘에 등을 져서는 안 되는 상황을 만들어 왔다.

특히 미국의 유대인 단체는 막대한 정치자금을 기반으로 한 로비를 통해 대통령 등 고위 공직자 선출에 막강한 영향력을 미쳐 왔고 대외정책을 조종했다.

시카고대학의 저명한 국제정치학자인 존 미어샤이머 교수와 하버드대 케네디행정대학원의 스티븐 월트는 지난 2006년 미국 대외정책의 그같은 메커니즘을 '이스라엘 로비'라고 명명해 파문을 일으켰다. ( ☞당시 관련 기사 보기)

이스라엘 로비는 누구나 알고 있는 것이었지만 저명한 정치학자들이 공개적으로 발표했다는 것을 파문이라고 부를 정도로 금기이자 성역이었다.

그 미어샤이머 교수가 이번에는 대통령 후보 지명전에 나선 후보들을 겨냥해 비판의 날을 세웠다. 후보들이 평화와 화해를 말하고 있지만 그들 역시 이스라엘 로비의 구조에서 자유롭지 못한 꼭두각시일 뿐이라는 것이다.

미어샤이머 교수는 13일 미 오리건주 언론 <디 오리거니언>(The Oregonian) 기고문에서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이라는 독립된 두 국가를 건설하는 해법을 지지한다고 해 놓고 선거철이 되자 침묵하고 있는 힐러리 클린턴, 버락 오바마 등 주요 후보들을 비판했다.

미어샤이머는 두 국가 구성안에 반대하고 있는 이스라엘의 태도는 이스라엘의 안보를 위협하는 자기파괴적인 것임에도 불구하고 그 잘못을 지적하지 못하고 있는 미국의 대선 후보들은 이스라엘의 친구가 아니라 '적'이라고 규정했다.

다음은 미어샤이머 교수 기고문의 주요 내용이다. (☞원문 바로가기)


후보들의 무조건적인 지지는 유대국가를 위해 옳지 않다

대통령 후보 지명전이 달아오르면서 선두권의 후보들은 이스라엘에 대한 헌신, 그리고 미국-이스라엘의 "특별한 관계"를 위한 자신의 꾸준한 노력을 보여주기 위해 애를 쓰고 있다.

주요 후보들은 이스라엘에 전례 없는 물자를 지원하고 외교적인 지지를 보내는 것을 적극 찬성한다고 말하고 있다. 1인당 소득이 세계 29위인 나라에 매년 30억 달러 이상의 원조를 조건 없이 주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들은 이스라엘의 행동이 미국의 이익을 위협하고, 미국의 가치와 충돌하며, 심지어 이스라엘 스스로의 이익을 해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스라엘을 비판하지 않는다. 대통령 후보들은 이스라엘이 무슨 일을 하건 미국은 지원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고위직에 오르려 하는 이들은 언제나 특수 이익집단의 지지를 받길 원하고, 이스라엘의 든든한 지원자들은(이른바 '이스라엘 로비') 그것을 예상하고 있기 때문에 대선 후보들의 그런 행동이 그리 놀라운 건 아니다.

정치인들은 미국의 정치과정에 깊숙이 개입하고 있는 두 집단 즉, 유대계 미국인(Jewish Americans)이나 "기독교 시오니스트"를 거스르지 않으려 한다. 후보들은 이스라엘 정책에 대해 좋은 의도를 갖고 비판하는 것도 경쟁자들에게 그 집단의 지지를 빼앗기는 것으로 귀결되는 것을 두려워하고 있다.

그러한 일이 일어날 경우 문제는 여러 곳에서 발생할 것이다. 언론계의 친 이스라엘 세력은 그 후보를 표적으로 삼을 것이고, 정치자금과 이익단체의 지지활동은 다른 곳으로 가버릴 것이다.

게다가 대부분의 유대인들은 선거인단 수가 많은 주에 살고 있는데 이스라엘에 충분한 신경을 쓰고 있지 않는 것으로 보이는 후보들은 그들의 지지를 얻지 못하게 될 것이다. 공화당의 경우 중요한 지지기반인 기독교 복음주의 운동 내에 있는 친 이스라엘 파벌을 배제하고자 하는 후보는 하나도 없다.

이스라엘-팔레스타인 갈등에 대해 미국이 좀 더 균형잡힌 입장을 취해야 한다고 말하는 후보는 심각한 어려움에 처하게 될 것이다.
▲ 이스라엘 로비의 덫에 빠져 있는 민주당 대선후보들 ⓒ로이터=뉴시스

힐러리와 오바마는 무엇을 말하고 있나

그러나 그런 것들을 두려워하는 후보들은 이스라엘의 (진정한) 친구가 아니다. 그들은 진짜 친구라면 결코 찬성하지 않을 자기 파괴적인 정책을 펴라고 조장하고 있는 것이다.

1967년(3차 중동전쟁)부터 이스라엘이 점령하고 있는 가자지구와 요르단강 서안 지역의 미래에 관한 문제가 핵심이다. 이스라엘은 380만 팔레스타인인들의 보금자리인 이 지역을 어떻게 할 건지 선택의 기로에 서 있다.

가자와 서안 지역 대부분을 팔레스타인 사람들에게 넘겨주고 국가를 건설하게 하는 대신 포괄적인 평화협정을 맺어 이스라엘 사람들이 1967년 이전의 국경에서 안전하게 살 수 있게 하는 방안(two-state solution)이 하나의 선택지다.

두 지역에 대한 통제권을 계속 유지하고 정착촌과 우회로를 더 많이 건설해 팔레스타인 사람들이 황폐화된 집단거주지에서 살도록 하는 방법도 있다.

그러나 후자를 선택한다면 이스라엘은 인종격리정책(apartheid)을 펴는 나라가 될 것이다.

이스라엘에 깊은 관심을 갖겠다고 약속한 대통령 후보들이 두 국가를 건설하는 방안을 의욕적으로 주장하는 모습을 예상해 볼 수 있을 것이다. 또한 부시 대통령에게 최근 열린 애나폴리스 국제회의에서, 그리고 지난 주 중동 방문에서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양쪽을 적극적으로 설득하도록 촉구하는 모습도 예상해 볼 수 있을 것이다.

특히 힐러리 클린턴은 그 선두에 설 수 있었을 것이다. 힐러리는 1998년 "다른 국가들과 동일한 위상을 가진" 팔레스타인 국가를 만들어야 한다고 용감하게 주장한 바 있다. 그의 남편인 빌 클린턴은 대통령 재임중이던 2000년 11월 두 국가 건설 방안을 강하게 주장했을 뿐 아니라 유명한 '클린턴 제안'(Clinton parameters)을 내놓으며 갈등을 종식시킬 유일하고 현실적인 방안을 제안했다.

그러나 대선 후보 지명전에 나온 힐러리는 지금 무엇을 말하고 있는가? 그는 애나폴리스에서 평화 프로세스를 진전시키는 방안에 대해 거의 말을 하지 않았다. 나아가 힐러리와 공화당의 루디 줄리아니 후보는 최근 예루살렘은 분할되어서는 안 된다고 주장하기까지 했다. 그것은 '클린턴 제안'과 상충되는 것이고, 사실상 팔레스타인 국가 건설을 보장하지 않겠다는 말이나 마찬가지였다.

힐러리만 그러는 게 아니다. 대선 출마 이전까지만 해도 팔레스타인에 대한 어느 정도의 동정을 표했던 버락 오바마는 지금 팔레스타인 사람들의 고통에 대해, 그리고 평화를 촉진시키기 위해 무엇을 해야 하는지에 대해 거의 말을 하지 않고 있다. 다른 주요 후보들도 이스라엘에 대한 지지를 선언하느라 바쁘다.

카터 행정부 시절 국가안보보좌관을 했고 현재는 오바마의 고위 참모로 있는 즈비그뉴 브레진스키는 "후보들이 이스라엘-팔레스타인 문제에 대해 얘기 해 봐야 득 될 게 없다"라고 말했다.

그러나 후보들은 이스라엘에 대한 전적인 지지를 보여줌으로써 상당한 정치적 이득을 얻을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심지어 이스라엘이 도덕적으로나 전략적으로 최악의 선택인 서안지역 식민지화 정책을 편다 하더라도 말이다.
▲ 유대인 단체 대표들을 만나고 있는 부시 대통령 ⓒ로이터=뉴시스

카터와 아버지 부시 같은 정치인 없나

그런 후보들은 이스라엘의 친구가 아니다. 이스라엘에 유리한 것 같은 진부한 의견이나 내놓으며, 실제로는 이스라엘에 매우 해로운 정책을 지지하는 대부분의 미국 정치인들과 다를 바 없다.

진정한 친구라면 이스라엘이 멍청한 짓을 하고 있다고 말하고, 어떻게 해야 잘못된 행동을 바로잡을 수 있는지를 말해줘야 한다.

스로모 벤 아미 전 이스라엘 외무장관이 2006년 말했듯이, "이스라엘의 평화에 커다란 기여를 한 카터 대통령과 조지 H. W. 부시(아버지 부시) 대통령은 이스라엘과 정면으로 충돌하고 미국 내 친 이스라엘 세력들의 민감한 반응을 못 본 체 할 준비가 되어 있었다."

대선 후보들이 이스라엘의 진짜 친구가 되고자 한다면 카터 대통령이 그랬듯 인종차별적 국가가 되면 무엇이 위험한지를 경고해야 한다. 나아가 후보들은 점령 종식과 팔레스타인 국가 건설을 촉구해야 하고, 미국도 공정한 중재자가 돼야 한다고 촉구해야 한다.

그러나 이스라엘의 잘못된 친구들은 이런 말을 절대 할 수 없고 이 문제를 정직하게 토론하는 것조차 하지 못한다. 왜? 진실을 말함으로써 이스라엘 로비의 핵심 조직을 장악하고 있는 강경파들의 복수를 불러올 것을 두려워하기 때문이다.

그리하여 이스라엘은 가자와 서안을 통치하고 인종차별 국가가 되어가는 과정에 들어서 있다. 그리고 이 모든 것들은 소위 '친구들'의 지지에 의해 이뤄질 것이다.

이들은 친구가 아니라 차라리 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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