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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라서 힐러리?…미국판 '박근혜 논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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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라서 힐러리?…미국판 '박근혜 논쟁'

"성차별이 인종차별보다 더 문제" VS "이분법 틀렸다"

"힐러리가 여성이라서 지지한다."
"힐러리는 전형적인 남성들의 정책을 내놓고 있다."

미국 대통령 후보 지명전에서 힐러리 클린턴에 대한 지지 여부를 두고 뜨거운 논쟁이 벌어지고 있다.

미국의 저명한 페미니스트 운동가인 글로리아 스타이넘(74)이 미국 사회에서 남녀차별은 흑백차별보다 더 문제라며 힐러리를 지지하고 나선 데 대해 다른 페미니스트들이 힐러리는 남성적 질서에 순응하는 '여성'일 뿐이라고 반격하고 나선 것이다.

지난 2002년 최보은 <프리미어> 편집장이 박근혜 한나라당 의원에 대한 지지를 선언하며 불거진 여성계의 논쟁을 연상케 하는 '힐러리 논쟁'은 미 대선판에 새로운 쟁점으로 등장하고 있다.

"젊은 여성들, 성차별 현실서 도망치려 한다"

여성운동잡지 <미즈>를 창간하며 미국의 페미니스트 운동을 대표하는 인물인 스타이넘은 지난 8일 <뉴욕타임스>에 '여성들은 선두에 선 적이 없다'라는 글을 발표해 논쟁을 촉발시켰다. (☞원문 바로가기)

스타이넘은 이 글에서 힐러리의 경쟁자인 버락 오바마와 같은 경력 및 경험과 똑 같은 조건을 갖춘 정치인이 여성이었다면 과연 미국 대통령 후보에 오를 수 있었겠느냐고 물으며 미국에서 성별이란 것은 여전히 가장 강한 제약 요소라고 주장했다.

스타이넘은 이어 "흑인 남성들은 어떤 인종의 여성들보다도 반세기 일찍 투표권을 얻었다"라며 "흑인들은 이미 여성들이 오르지 못한 군 고위직부터 기업 고위 임원까지 힘 있는 자리를 차지했다"고 말했다.

그는 성차별이 인종차별만큼 심각하게 여겨지지 않는 것은 한때 인종차별이 그랬던 것처럼 성차별이 자연스러운 것으로 받아들여지고 있기 때문이라며 페미니스트 운동가들은 힐러리를 찍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스타이넘은 또 "내가 걱정하는 것은 일부 여성들, 특히 젋은 여성들이 성 차별적인 시스템(sexual caste system)의 존재를 인정하지 않거나 거기에서 도망쳐 버리려 한다는 점"이라며 오바마를 지지하는 젊은 여성들을 비판했다.
▲ 힐러리 후보와 오바마 후보 ⓒ로이터=뉴시스

"여자라서 오마바 찍는 것이다"

그러자 '오바마를 지지하는 젊은 여성'으로부터 격렬한 반발이 터져 나왔다.

미 브라운대학 학생인 아리엘 베르너(19.여)는 10일 미국의 진보적 웹사이트인 <커먼드림스>에 "오바마와 같은 경력의 여성이 현재 오바마의 위치에 오를 수 없을지 모르지만 그것이 힐러리 지지의 이유가 될 수 없다"고 반박했다. (☞원문 바로가기)

오바마 선거운동 캠프에서 일하는 베르너는 스타이넘과 같은 페미니스트들의 노력으로 여성들의 위상이 높아지게 됐다고 감사의 말을 전하면서도, '힐러리를 찍으면 여성 평등주의자, 오바마를 찍으면 인종 평등주의자'라는 이분법을 전개한 스타이넘에 대해 "분개한다"라고 했다.

스타이넘은 <뉴욕타임스>에서 "성차별과 인종차별 시스템은 상호의존적인 것으로 두 문제를 한꺼번에 다 뿌리 뽑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베르너는 그런 주장은 "미국에서 성별이란 것은 여전히 가장 강한 제약 요소"이라는 스타이넘의 전제와 모순되고 있다고 공박했다.

베르너는 이어 "힐러리는 낡고, 기득권에 가득 차 있고, 수많은 정치자금을 기반으로 한 정치를 대표한다"며 "결국 스타이넘의 힐러리 옹호는 성차별적 제도를 말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힐러리의 경험과 경력에 찬사를 보내기 위한 것"이라고 비난했다.

그는 이어 "오바마는 나라와 인종과 당을 초월하고 있다"며 "민주당원, 무당파, 공화당원, 남자, 여자, 흑인, 백인 할 것 없이 변화와 풀뿌리 정치를 바라는 이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고 주장했다.

그는 스타이넘에게 "우리 세대의 여성들이 오바마를 지지하는 것은 성차별을 가볍게 생각해서가 아니라 힐러리가 성차별주의자들과 싸우지 않기 때문"이라며 "힐러리는 엘리자베스 영국 여왕과 같이 '이길 수 없으면 한 편이 되어라'(If you fight 'em, join 'em)를 기치로 움직이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우리는 여자이기 때문에 오바마를 지지하지만 희망과 실천에 목마른 세대이기도 하다"라며 "스타이넘은 제발 우리 세대의 여성들을 대변하는 척 하지 마라"고 강조했다.

"힐러리, 성별만 여성이다"

여성들의 낙태 자유 선택권을 주장하는 것으로 유명한 '자유선택을 위한 가톨릭교도'(CFFC)의 회장 프란세스 키슬링은 보다 페미니스트적인 입장에서 스타이넘을 비판했다.

키슬링은 10일 인터넷 매체 <살롱닷컴>에 실린 칼럼에서 "힐러리는 너무나 많은 원칙의 문제에 있어 타협적인 자세를 보인다"라며 여성을 위한 경제정책이 가장 좋은 존 에드워즈 후보를 지지한다고 밝혔다. (☞원문 바로가기)
▲ 힐러리 논쟁을 촉발시킨 글로리아 스타이넘 ⓒ로이터=뉴시스

키슬링 회장은 또한 힐러리가 이라크 공격, 애국법 제정, 이란 혁명수비대에 대한 테러단체 지정에 찬성표를 던졌다는 사실을 거론하며 "그는 다른 어떤 민주당 후보들보다 더 신속하게 그리고 더 부적절한 방식으로 군사력을 동원할 것"이라고 비판했다.

키슬링은 이어 "페미니스트가 된다는 것은 여성의 삶을 향상시켜주는 정책을 지지한다는 뜻일 뿐만 아니라 여성과 남성의 본성과 정체성, 그리고 세상에서의 역할을 새롭게 이해하도록 이끄는 것"이라며 "페미니스트로서의 힐러리의 이력이 여성에 대한 그의 현재 사고방식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증거가 없고, 차라리 오바마와 에드워즈의 사고방식이 더 낫다"고 주장했다.

그는 "힐러리가 전형적인 남성 후보의 모습으로 (후보 지명전에) 나설 수밖에 없다는 사실이 슬프다"라며 전쟁, 국기 소각, 불법이민, 팔레스타인 문제 등에 남성 같은 과감한 모습을 보이려고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힐러리가 여성에 대한 폭력, 여성 건강 문제에 대한 연구, 가족계획에 대한 자금 지출 등에 대해 새로운 얘기를 하고 있지 않다면서 "동성애 결혼, 입양, 성(sexuality)에 대한 태도 등의 이슈에 대해 겁먹지 않고 얘기할 수 있는 페미니스트 후보를 원한다"라고 말했다.

키슬링은 또 힐러리의 남편인 클린턴이 대통령이 되기 위해 내건 여성 정책이 재임 중 제대로 이행되지 않은 것에 대해 여성 단체들이 문제제기를 거의 하지 않았다고 지적하며 "여성 운동 단체들은 힐러리 선거운동에서도 똑 같은 덫에 걸리고 있다"고 비판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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