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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장중시정책'에 대한 사회적 보완책이 각광 받을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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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성장중시정책'에 대한 사회적 보완책이 각광 받을 것"

박인규의 집중인터뷰[01/10] 한국트렌드연구소 김경훈 소장

안녕하십니까? 박인귭니다. 요즘 서점에 가보면 10년 뒤의 세계나 국내 트렌드를 분석한 미래예측서들을 흔히 볼 수 있는데요, 요즘 같은 경쟁사회, 미래변화를 예측하고 어떤 대비를 해야 할지를 얘기하는 책들입니다. 특히 갈수록 복잡해지고 빠르게 변화하는 환경 속에서 아파트를 구입하려면 어느 동네가 좋은지, 앞으로 어떤 사업이 유망한지, 자녀를 어느 대학 어느 학과에 보내야 할지. 각종 선택에 트렌드가 연관돼 있는데요. 오늘 박인규의 집중인터뷰에서는 한국트렌드연구소 김경훈 소장을 초대해 트렌드분석이 왜 중요한지 살펴보고, 2008년 국내를 비롯한 해외트렌드의 흐름은 어떨지 전망해 봅니다.

오늘 박인규가 주목한 이 사람은 한국트렌드연구소 김경훈 소장입니다. 김경훈 소장은 1965년 강릉 출생으로 92년 서울대 경영학과를 졸업했습니다. 트렌드라는 단어조차 낯설었던 1994년, 우리나라 최초의 본격트렌드보고서 '한국인 트렌드'를 냈고 그 후 꾸준한 연구를 통해 '트렌드워칭 대한민국 욕망의 지도', '핫트렌드 40'등 다양한 트렌드서적을 발간했습니다. 2005년 한국트렌드연구소를 설립했고 주요 기업 및 기관들을 대상으로 트렌드워칭기법과 한국사회의 주요 트렌드에 대한 강연 및 교육을 실시하고 있습니다.

박인규 : 김소장께서는 미래는 언제나 인기상품이다, 그런 말씀을 하시면서 요즘 같은 경쟁시대에는 트렌드가 중요하다, 트렌드 읽기가 중요하다고 말씀하셨어요. 그것과 함께, 보통 트렌드 하면 유행과 뭐가 다르냐, 그런 구분도 있었는데. 간단하게 트렌드가 왜 중요한지 설명을 해주시죠.

김경훈 : 유행은 아무래도 반짝 하는 현상인데 비해서 트렌드는 약 10여 년 정도의 장기적 흐름이라서 사회변화를 읽을 수 있는 지표입니다. 그래서 우리가 트렌드를 읽게 되면 자기 현재의 선택에 도움이 되죠. 앞으로의 변화에 대한 밑그림을 그리게 되면서 내가 지금 이 일을 해야 되는가 말아야 되는가. 혹은 앞으로 뭘 준비해야 되는가, 이런 선택을 할 때 트렌드가 굉장히 중요한 판단기준이 된다고 볼 수 있습니다.

박인규 : 요즘 해외는 물론 국내기업에서도 트렌드 분석가들의 예측, 조언을 활용하는 경우가 많다는데요, 실제로 국내에서도 이런 트렌드분석 같은 걸 기업들이 많이 활용하고 있습니까?

▲ ⓒ프레시안

김경훈 :
최근 들어 많이 늘어나고 있는 편입니다. 제 개인적인 경험에 비춰 봐도 2006년에 비해서 2007년에, 특히 대기업들 같은 경우 더 활발한데요. 트렌드 관련한 국내외 포럼들을 적극적으로 개최하고 그걸 통해서, 그쪽에선 신수종사업이라고 얘기들을, 새로 나무를 심는다는 뜻이죠. 왜냐면 지금 아무리 성장을 했고 시장에서 일정한 점유율을 갖고 있는 기업이라도 경쟁환경이 워낙 급격하게 변하니까 5년 후를 보장할 수 없다고 생각하니까. 그런데 5년 후 어려워지고 난 다음에 준비하기엔 늦잖아요. 그래서 굉장히 많은 분들이 거기에 대한 연구에 몰두하고 기업도 그게 앞으로의 자기 성망을 좌우할 거라고 보고.

박인규 : 현재의 상황에 만족하지 않고 끊임없이 미래에 대비하고 있군요. 그러기 위해선 트렌드 읽기가 중요하고. 작년, 2007년의 트렌드는 어땠습니까? 정리를 해보면

김경훈 : 한국인들이 굉장히 실용적인 가치 중심으로 가치관이 변화하고, 그래서 대선 얘기도 그때 말씀드렸던 것 같은데 경제 분야가 가장 중요한 이슈가 될 것이다라고 봤는데, 그 부분은 지속적으로, 대선 과정에서도 살펴봤듯이. 어떤 분은 그러시더라구요. 지금 웬만한 허물이 있어도 경제만 살리면, 그럴 정도로

박인규 : 말하자면 민주라든가 개혁이라든가 이런 가차나 이념보다는 이게 실제로 나한테 어떤 도움이 되는가, 그런 경제가 더 중요했고

김경훈 : 그렇죠. 사회적 가치보다 개인의 자기 일상, 이런 게 훨씬 더 중요한, 이런 가치관의 변화들이 실제로 진행됐고요. 또 한 가지 제가 말씀드렸던 것 중 하나가 다문화사회로의 변화에 대한 얘기였습니다. 작년에 외국민 100만 명 돌파, 이런 뉴스도 나왔는데 실제로 다문화사회로의 전환과정들이 있었고, 앞으로는... 우리나라 사회에선 그동안 단일민족이라고 해서 인종갈등이 별로 이슈화가 안 됐었는데 올해는 아마 그런 문제도 이슈화되지 않겠나. 작년에도 계속 그런 일들이 있었고요. 또 한 가지는 소피패턴 양극화. 그런 일이 굉장히 많이 뚜렷하게 진행됐습니다. 그래서 고가, 고품질의 상품하고 저가지만 괜찮은 상품으로 양극화되면서 어정쩡한 중간지대들은 사실 사라져 버린 모습들. 또 한 가지 얘기하는 게 불신과 신뢰가 주요한 사회적 이슈가 될 거라고 봤는데, 그 부분도 검증절차라든가 이런 얘기들이 이슈가 됐었고 앞으로는 일방적으로 생산자나 권력집단이 우린 이렇다라고 얘기해서 믿어주는 사회는 지나간 것 같아요.

박인규 : 아무래도 트렌드분석은 기업 입장에선 소비 분야와 관련이 많을 것 같은데, 작년의 특징으로 소비패턴의 양극화가 될 것이다, 또 실제로 그랬다고 말씀하셨는데 그것과는 다른 특징은 없었습니까?

김경훈 : 저는 그걸 삶의 레벨이란 말로 표현하는데요, 레벨이라는 게 비교를 해보는 거죠. 다른 사람들은 어떻게 살고 있는가, 나는 어떻게 살고 있는가, 나는 어느 정도 수준인가. 그 레벨을 업그레이드하려는 욕구가 굉장히 많이 분출된 한해였다. 예를 들어 외국에서 온 오리지널뮤지컬들이 굉장히 눈길을 끌었어요. 국산 뮤지컬들은 상대적으로 소외받았죠. 그런데 그런 이유를 가만히 들여다보면 내가 오리지널 뮤지컬을 볼 만한 사람이라는 자기인식. 그게 자기 삶의 레벨이죠. 그래서 뮤지컬 분야가 공연 쪽에선 굉장히 성장한 한해였고. 예를 들어 청바지를 하나 입어도 프리미엄진이라는, 보통 청바지 가격보다 두세 배 이상, 한 20만원대가 넘는 청바지를 입음으로써, 다른 쪽에선 돈을 많이 안 쓰더라도 자기 삶의 레벨을 표현한다고 생각하는 분야에서는 요즘 젊은이들 말로 하면 지름신이 강림하셔가지고 삶의 레벨을 업그레이드시키는 소비패턴을 많이 보여줬습니다.

박인규 : 소비를 통해서 자기 삶의 수준을 높인다는 욕구가 굉장히 강하다.

김경훈 : 그렇죠. 소비 자체가 어떻게 보면 자기 삶의 레벨을 표현하는 수단이 되고 어떤 상징이 되는 거죠. 명품가방 하나 들고 다니는 것도 그런 의미잖아요. 가방 하나 있다는 것이 내 삶의 레벨을 표현하는 수단이 됐죠.

박인규 : 대개 한 해의 트렌드랄까 흐름을 볼 때는 신조어를 통해서 많이 말씀하시는데, 예를 들면 알파걸이다, 골드미스다, 이런 것들과 함께, 골드미스란 게 옛날에는 나이 들면 약간 안 좋은 것으로. 요즘은 나이도 있지만 경제력도 있고, 혼자 산다. 이런 분들을 어떻게 보면 긍정적으로 받아들이고 있는 것 같아요. 그런 부분에서 앞으론 가족보다는 개인을 향한 서비스가 늘어날 것 같다, 이런 트렌드들이...

김경훈 : 예. 그게 어떤 한국사회 구성이 변화하고 있는 건데요, 아마 싱글세대는 한 2020년대까지는 꾸준히 계속 늘어날 수밖에 없다고 봅니다. 그럼 단적으로 생각해서, 4인 가족일 때 찬거리릘 사러 간다 했을 때는 고등어도 두 마리 정도는 사야 되는데, 그런데 싱글이면 한 마리가 다 필요 없다는 거죠. 그래서 반 토막, 한 토막, 그런 정도로 소비패턴 자체가 달라질 수밖에 없고. 그 다음 주목할 만한 걸로 보면 어린이들. 일본에서는 식스포켓머니라고 했어요. 아이가 귀해지니까 아버지 어머니 주머니, 할아버지 할머니 주머니, 외할아버지 외할머니 주머니. 6개의 주머니에서 돈이 나와서 아이에게

박인규 : 아이 하나한테 가는 게 6개 주머니에서 나온다.

김경훈 : 그렇죠. 그런데 우리 사회에서도 아이 수가 줄어서, 저출산으로 줄었지만 그만큼 그 아이에게 집중하는, 그래서 어린이 시장이 굉장히 클 수밖에 없고요. 또 한 가지 주목할 만한 건 그동안 사실 여성들이 댁에선 어떻게 하시는지 모르겠는데, 보통 주부가 시아버지 시어머니의 소비, 남편, 자식들 것 다 해주는 스타일이었잖아요. 그래서 여자가 소비주도권을 잡고 있었는데 이런 소비를 통해서 자기표현욕구들이 강해지면서 젊은 남성들이 새로운 소비주체로 떠오르고 있는 현상들이 나타나는, 자기가 직접 소비주권을 행사하는

박인규 : 저희 같은 경우 그냥 모든 걸 부인한테 맡기는데 이제는 내가 내 마음에 맞게 쓰겠다 하는 남자들의 소비주권이라고 할까

김경훈 : 네. 예를 들어 젊은 화장품 시장이 커지면서 마스카라 이런 게 나오거든요. 남성용 마스카라도 나오는데 그런 걸 자기가 직접 사는 거죠.

박인규 : 그 트렌드라는 것이 말씀하시기를 6개월이나 1년 내에 사라지는 게 아니고 10년은 가는 것이라고 봤을 때는 작년에 일어난 트렌드들이 거의 올해도 갈 텐데, 그렇지만 그 가운데서도 올해에 예상되는 변화랄까. 어떻게 보고 계십니까?

김경훈 : 그런 관점에서 보면 트렌드가 생로병사의 주기를 갖고 있다고 생각하시면 될 것 같아요. 그래서 예를 들어 10년 정도의 생로병사 주기라고 하면 한 5,6년 정도 되면 가장 활성화돼 있는 트렌드다. 어떤 트렌드는 한 1,2년차 어린 트렌드가 있겠죠. 그런 면에서 봤을 때 2008년을 몇 가지 키워드를 가지고 급격하게 성장하는 모습으로 볼 수 있을 것 같은데요, 우선 한 가지는 사실 외환위기 이후 한국이 글로벌화가 됐는데 사실 타의에 의한 부분이 굉장히 많았다. 그런데 지난 몇 년간 꾸준히 그런 변화들이 진행됐고 한국인에 대한 자부심도 상당히 성장하면서, 올해는 자발적 글로벌화라고 저는 이름 붙였는데 한국인들 스스로 우리가 가진 강점, 예를 들어 IT기업들이, 그동안 IT기업들의 해외진출이 급격하게 많지 않았거든요. 그런데 이제는 우리 IT경쟁력 가지고 직접 해외로 가는, 그 다음 해외취업 같은 형태도 많이 늘어날 것 같습니다. 그래서 자발적 글로벌화를 키워드로 볼 수 있을 것 같고요.

또 한 가지는 디지털기기들이 굉장히 우리 삶을 편리하게 해줬는데, 문제는 호환성이 별로 없는데다가 하나하나가 편리하긴 한데 사용하기는, 일일이 사용설명서를 다 읽지도 못할 정도로 삶을 복잡하게 만들어서 이런 기기들 간의 통합 문제가 굉장히 크게 대두될 거라고 봅니다. 그래서 디지털TV니 IPTV니 이런 것도 나오고 휴대폰에다가 노트북, PDA 도대체 어느 걸 주력으로 사용해야 될지 모를 정도잖아요. 그럼 그 중에 특정 기기들을 중심으로 다른 기기들이 통합돼서 쉽게 디지털세상을 즐길 수 있도록 하는 디지털 통합이 하나의 주요 키워드가 될 것 같고요. 또 한 가지는 우리 삶의 변화를 가장 밑에서 다지고 있는 게 결국 경제적 여유가 성장하는 것인데, 이게 성장하면서 삶의 레벨에 계속 관심을 가져왔단 말이에요. 그런데 이게 소비를 통해서는 자기만족이 안 된다는 특성이 있죠. 소비하고 나면 그때는 즐거운데 더 계속 좋은 걸. 그게 인간의 기본적인 욕망이죠. 그 방향이 점차 정신적인 것, 혹은 영성. 이런 정신적 만족 쪽으로 양질 전환이 좀 될 것 같다

박인규 : 물질적인 만족을 하다가, 가다가 가다가 이제는 좀 바뀐다.

김경훈 : 네. 마음의 균형 같은 것들을 원하게 되죠. 그래서 마음산업이라고도 하고 어떤 분은 좀 재밌게 마인드 스파라고 하더라구요.

박인규 : 마인드 스파, 목욕탕 가듯이 마음도, 마음의 목욕탕

김경훈 : 예. 물질적으로 너무 빨리 달려오다 보니 정신이 뒤처지는, 정신적 지체현상들을 메꾸려고 하는 마음산업이나 이런 쪽에 대한 관심도 굉장히 크고, 상품도 감성적 가치 부분이 더 중요해지는. 기능 이상의. 그런 현상들이 많이 나타나지 않을까 이렇게 봅니다.

박인규 : 올해부터 이명박 신정부가 출범하고, 이명박 정부는 실용정부를 표방하기도 했고 특히 분배보다는 성장, 시장자율에 관심을 맞추고 있는데 이런 정부의 정책이 사회 전체의 트렌드에도 영향을 미치게 될까요?

김경훈 : 영향을 아무래도 미치는데요, 이번에 새 정부가 출범한 이후 굉장히 즐거워하시는 분도 계실 테고 어떤 분들은 슬퍼하실 텐데, 사실 이렇게 대선의 결과나 이런 거는 이미 오래 전부터 진행돼 온 트렌드의 결과라고 해석하는 게 훨씬 더 옳은 얘기인 것 같습니다.

박인규 : 이번 대선이 트렌드의 영향을 받는 바도 상당히 있다.

▲ ⓒ프레시안

김경훈 :
그렇죠. 아까 말씀드린 것처럼 지난 2,3년간 한국인 실제적 가치, 실용적 가치 쪽으로 명분이나 체면 이런 쪽에서 또는 사회적 가지보다도 개인의 가치 쪽으로 굉장히 많이 변화해왔고 그런 것들이 투표성향에서 사실 나타난 거라고 봐야겠죠. 그래서 이런 사건이 일어나고 나면 사실은 이건 트렌드 결과라고 보고 이제부터 이게 어떤 영향을 끼칠 것이냐. 저는 보통 분들이 예상하는 것과는 좀 다르게 오히려 사회적 보완책들에 대한 다양한 논의들이 촉발되는 계기가 될 것이다라고 보는데, 왜냐면 한국 정도의 경제규모에서 5% 성장은 결코 낮은 성장률은 아니거든요. 문제는 분배의 문제였는데 지금 낮은 성장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더 높은 성장을 하겠다고 나오는 거란 말이죠. 그러면서 시장을 자율에 맡기고 교육도 자율에 맡기고 이런 여러 가지가 나오는데, 그게 굉장히 사람들한테 사회적 보완책에 대한 경각심을 일으킬 것 같아요.

예를 들어 '88만원 세대'라는 책이 요즘... 그런데 그 책도 결국 얘기하는 게 기성세대가 신세대의 일자리를 다 빼앗고 경쟁 진입을 막고 있단 얘기를 하고 있단 말이에요. 그러면서 얘기하는 게 사회적 협의에 의해서 이 친구들이 사회에 적응할 수 있는 여유를 줘야 되지 않겠느냐. 하다못해 연기금에서 펀드를 조성해서라도 일정하게 이 친구들을 지원하는 제도를 만들어야 되지 않느냐 이런 얘기가 나오는데 저는 이런 게 바로 징후라고 보고. 올해 아마 가시적인 정책도 굉장히 많이 나오지 않겠습니까 새 정부에서? 그런 정책들이 추진되는 과정에서 오히려 굉장히 많이 환기될 것이다. 한국이 그동안 급격한 성장으로 인해서 갖추지 못했던 사회적 보완책 문제가 그동안은 오히려 여당 쪽에 사실 관계돼 있는 쪽이라 진행이 느리고 오히려 경제성장을 늦춘 거 아니냐, 분배가 잘못된 거 아니냐, 이런 식으로 돼왔다면 오히려 이 정부가 들어서면서 그런 문제들을 환기시키게 되지 않겠는가.

박인규 : 말하자면 성장 우선, 시장자율화 중시 이런 것들이 대세가 된 만큼 앞으론 오히려 그걸 보완하는 부분에 대한 관심이 더 높아질 것이다.

김경훈 : 예. 실제로 성장기 이후에 희생이 되는 세대랄까 지역이랄까 이런 부분들이 생기거든요. 그걸 사회적으로 보완하지 않으면 갈등의 요소가 되고 그건 전체적으로 불행하게 되는 일이기 때문에 거기에 대한 다양한 의견들이 표출될 것이고. 그래서 저는 사실 2007년을 보면서 한 측면은, 특히 정치적으로 보면 한 측면은 경제적 대안을 내놓을 수 없는 진보의 한계가 뚜렷이 노출됐기 때문이라고 보거든요. 진보와 경제라는 게 서로 잘 맞아떨어지는 대안이 없었던 거죠. 그런 것들도 아마 2008년에는 다양하게 논의되고 연구되는 한 해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박인규 : 상당히 흥미로운 지적이시네요. 기업에 계신 입장에서는 뭐 트렌드가 이런 거니까 어떤 사업을 준비해 보자, 이런 식으로 나름대로 응용의 방향이 주어질 수 있을 것 같긴 한데, 약간 어리석은 질문인 것 같기도 합니다만 개인의 차원에서 지금 말씀하신 여러 가지 트렌드가 보여진다고 했을 때는 그걸 어떻게 활용해야 되는 건가요?

김경훈 : 마찬가지로 아까 말씀드린 것철머 선택인데요. 예를 들어 진로라는 것을 고민해볼 수 있겠죠. 부모들 같은 경우 아이들의 진로를 어디로

박인규 : 가장 큰 고민이죠. 앞으로 20년 뒤에 어디가 과연 유망할 것인가.

김경훈 : 그렇죠. 어떤 분야들이 성장하고 퇴조할 수밖에 없느냐, 이런 판단들이 진로 선택에 굉장히 중요한 영향을 끼칠 것 같고요. 또 창업 같은 거 하시는 분들, 직장에 계신 분들도 창업 고민하는 분들 많고 실제로 지금 창업을 하시는 분들, 자영업 하시는 분들 많은데 유망한 어떤 분야에서 창업을 해야 성공을 바라볼 수 있게 되니까 그럴 때 굉장히 중요한 정보로 트렌드 예측 정보들이 활용되겠죠.

박인규 : 말씀 듣고 보니 사회가 어떻게 돌아가는가에 대한 트렌드를 제대로 아는 것도 중요합니다만 자신이 앞으로 무엇을 할 것인지에 대한 뚜렷한 주관이 필요하겠군요.

김경훈 : 결국은 개인의 선택인 거죠. 트렌드를 보는 것은 변화가 어떻게 가는가에 대해 진단하고 맥을 잡는 일인데 그 중 어떤 트렌드를 내가 수용할 것이냐의 문제는 전적으로 개인의

박인규 : 나의 필요가 무엇인지를 알아야 된다.

김경훈 : 그렇죠. 뭐 그건 삶에서 늘 가져야 될 원칙인 것 같습니다.

박인규 : 알겠습니다.
최근에 책을 한 권 내셨어요. '핫트렌드 40'이란 책인데, 저희가 지금까지는 주로 국내 트렌드에 관한 말씀을 나눠봤는데, 이 책을 아마 해외, 국제적인 트렌드는 어떤 거냐, 글로벌 트렌드라고 하기도 하고. 최근 글로벌 트렌드의 흐름을 정리할 수 있을까요?

김경훈 : 어쨌든 신기술에 대한 사회영향력이 상당히 크고. 저는 지금 가고 있는 사회의 모습을 비유하자면, 풍선을 바깥에서 자꾸 데우는 거예요. 풍선이 지금 지구라고 치면 그 안에 공기들이 있는데 바깥에서 자꾸 데우면 그 안에서 굉장히 빠르게 운동이 많아지고 활발해지는데 그게 지금 현재 글로벌 사회의 모습이 돼가고 있다. 그 정도로 경쟁이 굉장히 치열해서 그야 말로 지구촌이 되고 있고, 저 멀리 지구 반대편에서 일어났던 일들이 한 6개월 있으면 한국에서도 유행이 되는 현상들이 나타나고 있는데. 크게 보면 지금, 특히 성장산업이라는 쪽에서 보면 교육, 관광, 의학, 보험, 문화콘텐츠, 환경 이런 여섯 가지 분야가 굉장히 앞으로 성장할 거라고 보고 있습니다.

박인규 : 그런데 밖에서 자꾸만 풍선을 데우면 잘못하면 터지는 거 아닙니까?

김경훈 : 예. 그러니까 역트렌드 같은 게 나오게 되죠. 우리나라에도 이제, 치타슬로라고 해서, 이탈리아에서 시작된 운동이 있잖아요. 치타슬로가 뭐냐면 일종의 지역공동체처럼, 그래서 편의점이 들어가 있는 도시는 치타슬로도시가 될 수 없는, 이런 식으로 일본 같은 경우는 몇 개 도시가 치타슬로도시가 되기 위해서 신청을 했는데 떨어지고 한국에서 세 갠가가 됐다고 들었거든요.

박인규 : 천천히 먹고 천천히 생활하는

김경훈 : 슬로푸드하고 연장선상이죠. 이런 게 일종의 역트렌드죠. 속도경쟁이라는 것이 당분간, 제가 보기엔 한 2,30년 정도는 지속적으로 우리 삶에 영향을 끼치고 그게 아마 주류가 될 거라고 보지만, 한편으로 슬로우운동 같은 것들이 있죠.

박인규 : 일종의 반작용이랄까 보완하는 움직임들이 있군요.

김경훈 : 한 30년 40년 후에도 우리가 여전히 이런 경쟁 속에 살 거냐. 우리가 어느 정도 경제적 여유들이 생기면 정신에 대해서 관심을 갖게 되는 것처럼 물질에서 정신으로 넘어가는 것처럼 그런 새로운 균형과 조화를 찾아가겠죠. 지구가 터질 때까지 계속 달구진 않겠죠.

박인규 : 터지진 않을 것이다. 한쪽에선 식히는 데도 있다.
이번에 나온 '핫트렌드 40'과 관련해서 거기에 소개된 내용 중에서 청취자들이 흥미있어 할 만한 한두 가지만 사례를 소개해 주시죠.

▲ ⓒ프레시안

김경훈 :
이번 '핫트렌드 40'에서 주로 강조한 건 아이디어와 통찰이에요. 전 세계에서 새롭게 시작되는 트렌드 중에 아까 제가 생로병사의 주기가 있다고 했는데, 이제 막 시작된 트렌드들이 지구촌 전체에 살펴보면 굉장히 재밌는 것들이 많아요. 그게 우리 현재의 선택에서 아이디어와 창의성을 주는 요소들이라, 예를 들면 우크라이나의 한 과학자가 접시를 만들었는데, 거기 센서가 붙어있어요. 컴퓨터와 연결돼 있습니다. 다이어트를 하려고 하는 사람이, 자기가 이 정도 먹어야지, 미리 입력을 해놓으면 그것보다 많이 담으면 "그만 먹어." 이렇게 얘기하는 거죠. 한 번 먹고 또 가져오면 "다이어트 의지가 있는 거야?" 이렇게 말을 하는 접시가 있습니다. 이거 사례 하나로 보면 아, 재밌네 이런 건데 트렌드의 맥을 잡아보면 어떤 거냐면, 예전에 어머니들이 아침에 깨울 때 하는 잔소리. 자기계발에 대한 욕구가 커지면서 그런 욕구를 옆에서 도와줄 디지털 도구들이 서서히 등장하고 있다는 거죠. 하루에 예를 들어 수분섭취량이 일정하게 된다고 했을 땐 물병이 그걸 알려준다든가, 이렇게 디지털 기술이 자기계발욕구를 가진 현대인들에게 자명종처럼, 그렇게, 그걸 저는 디지털잔소리라고 이름 붙였는데, 그런 하나의 흐름이 시작되고 있다. 그래서 이런 쪽에서 여러 가지 아이디어들을 떠올릴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하고요. 유럽 같은 경우 최근에 재밌는 게, 예전에 귀족가문에 집사들 있었잖아요. 집사가 가만 보면 전문직입니다. 그래서 유럽에선 최근 집사학교가 생겨서, 예를 들면 부유한 노인세대라고 생각해 보면 이런 집사가 사실 필요하죠.

박인규 : 집안 살림 다 돌봐주고 정리하고

김경훈 : 네. 그런 정도가 아니고 흔히 심부름 정도라고 생각하는데 유럽의 전통적인 귀족집안의 집사들은 사실 요리도 할 줄 알고요, 주인의 성향을 미리 파악해서 1년 후 2년 후 해야 될 뮤지컬 예약 같은 것도 미리 해야 되고. 굉장히 전문직이라고 볼 수 있죠. 그런데 이런 게 새로 부활하면서, 부유한 실버세대도 있지만 또 하나는 호텔 같이 고급서비스도 필요한데 전문집사들. 그래서, 두바이 얘길 많이 하는데, 두바이의 고급호텔에 요즘 집사서비스가 등장하고 있습니다..

박인규 : 예전에는 단순히 시키는 대로였지만 스스로 알아서 고급 서비스를 해주는 거로군요

김경훈 : 그렇죠. 여러 가지 분야에 대한 전문성을 골고루 갖춰야만 되는데 이런 흐름이 유럽에서 시작되고 있는데 제가 보기엔 점차 고령화되고 있는 이런 사회에서 특히 실버세대들을 위해서, 혹은 고소득이지만 맞벌이부부들, 이런 분들에게는 집사서비스가 유용하게 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박인규 : 그동안 쭉 트렌드를 봐오셨으니까 그런 식의 해외트렌드가 요즘은 국내에 바로 들어오고 그런가요?

김경훈 : 기본적으로 저는 그런 걸 글로벌 메가트렌드라고 부르는데요, 좀 더 긴 주기. 보통 트렌드가 10년이라면 한 50년 정도의 주기인데, 그런 흐름이 밑그림을 그린다고 보시면 될 것 같아요. 예컨대 지금 전 세계 부의 변화가 메기시티 중심으로. 마가시티라는 건 인구 천만 명 이상 도시거든요. 메가시티가 거대한 블랙홀처럼 부를 빨아들이는 형태로 재편되고 있어요. 그럴 수 있는 도시가 예를 들면 뉴욕 같은 거죠. 그 다음에 파리나 런던 같은 도시들. 아시아에선 도쿄, 북경이나 상해 같은. 그래서 중국 같은 경우 이미 상해를 그런 부의 산지로 만들기 위해서 주변 15개 도시인가를 합쳐서 지금 거대한 벨트를 만들어, 그럼 거기가 아마 인구 1억이 가까워질 거라고 보는데

박인규 : 그 말씀은 도시 거대화가 하나의 추세처럼 가고 있다는 말씀이신가요?

김경훈 : 네. 도시 거대화가 추세화되고 있는데 도쿄 같은 경우 아트시티란 이름을 내걸어서 지금 인구가 3300만이란 겁니다. 그러면서, 도쿄는 어디와 경쟁하고 있냐면 뉴욕과 경쟁한다는 거죠. 그런 글로벌 메가트렌드가 진행되면 한국 안에서도, 한국에서는 도대체 어디가 그런 부의 집중...

박인규 : 서울 주변이겠네요.

김경훈 : 서울 주변 아니면 기껏해야 부산 대구벨트 정도 될까. 그런데 영향을 받지 않을 수가 없다는 거죠. 그게 글로벌 메가트렌드는 하나의 밑그림을 그려 놓으니까 그 위에서 여러 가지가 나올 수밖에 없는 거죠.

박인규 : 말씀을 듣고 보니까 상당히 흥미롭고 더 듣고 싶긴 한데 시간이 다 돼서...
앞으로 계속 트렌드 분석 일을 하시겠지만 앞으로의 계획 같은 걸 마지막으로 말씀 부탁드리겠습니다.

김경훈 : 결국 문제는 개인이 해결을 해야 되는 거기 때문에 사회의 트렌드를 읽는 것도 자기 눈으로 읽는 것. 노래방 가서 남의 노래만 만날 부르는 게 아니라 자기 노래를 불러야 되는 거죠. 그래서 올 한 해는 그런 욕구와 의지를 가진 분들과 같이 트렌드워칭 아카데미. 스스로 트렌드를 읽을 수 있는 눈을 키우는 그런 교육을 정기적으로 실시해볼까, 이런 목표를 갖고 있습니다.

박인규 : 말씀하신 것처럼 국내외 트렌드를 알려주시는 것도 고맙지만 스스로 트렌드를 읽을 수 있는 능력을 키우는 것, 굉장히 중요할 것 같습니다. 앞으로 좀 기대해 보겠습니다.
오늘 말씀 고맙습니다.

김경훈 : 네. 감사합니다.

박인규의 집중인터뷰. 오늘은 한국트렌드연구소 김경훈 소장을 초대해 트렌드 분석이 왜 중요한지를 살펴보고 2008년 국내를 비롯한 해외트렌드의 흐름은 어떨지 얘기 나눴습니다.

*〈박인규의 집중인터뷰〉는 매주 월-금요일 오후 2시30분부터 3시까지 KBS 1라디오97.3MHz)에서 방송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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