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합민주신당 정동영 전 통일부 장관이 9일 여의도에 모습을 드러냈다.
여의도 국민일보 빌딩에서 열린 정기남 전 선대위 총괄조정실장과 이평수 전 선대위 후보 수행실장의 출판기념회 참석을 위한 걸음이었으나 대선패배 이후 신당 시무식에도 불참하는 등 공식석상에 모습을 드러내기 꺼려온 그의 행보에 비추어 매우 이례적인 일로 평가된다.
정기남 전 실장과 이평수 전 실장은 모두 대선 기간 동안 정 전 장관을 최측근에서 보좌한 참모들. 오는 4월 각각 광주 남구와 전남 순천 출마를 준비 중인 측근들의 '총선 출마 선언식'에서 정 전 장관이 축사를 맡으면서 자연히 그의 정치행보에 관심이 쏠렸다.
정 전 장관은 행사에서 기자들과 만나 정치활동 재개 여부를 묻는 질문에 "묵언수행 중이다. 묵언수행이 끝나면 할 말이 있겠지"라고 말해 정치일선 복귀 의사를 강하게 내비쳤다. 그는 시기를 묻는 질문에는 "언제까지나 (묵언수행만) 할 수 있겠느냐"며 자리를 떴다.
정 전 장관은 이날 축사에서도 정기남 전 실장과의 개인적 인연을 강조하는 데에 중점을 두면서도 "정기남이 성공해야 정동영에게도 장래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해 정계 복귀 의지를 강하게 드러냈다.
그는 "지난 12년간 정 소장과 고락을 같이하면서 영광은 짧고 고생은 길었다"며 "남들은 정동영이 순탄히 고속도로를 달린 것으로 생각하지만 정작 당사자는 어느 하루도 편안한 나날이 없었다"고 회한의 감정을 내비치기도 했다.
그는 "생각해보니 지난 12년간 내 이름을 걸고 나온 선거가 8번 있었는데 이때마다 정 소장이 도맡아서 뒷바라지를 했다. 내가 베풀어준 것은 고생 밖에 없는 것 같다"며 "생각해보면 4년 전 (총선에) 출전을 시켰더라면 순풍의 항해를 할 텐데 그 때 왜 데리고 쓸 생각만 했는지 아쉬움이 남는다"고 말하기도 했다.
정 전 장관 측은 "개인적인 인연으로 단순한 축하를 위해 참석한 것"이라며 정치적 해석을 경계하는 분위기지만 일부 호남지역에서 정 전 장관의 역할론을 요구하는 것과 맞물려 정치행보를 재개하는 신호탄이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정 전 장관 측 관계자는 "그런 요구도 있는 것이 사실이지만 총선이 지날 때까지 별다른 움직임을 보이지 않을 것으로 생각한다"며 "어차피 총선이 지나고 나면 다시 큰 변화가 일지 않겠냐"고 말했다. 물밑에서 기반다지기에 주력한 뒤 총선 이후 이를 바탕으로 재기를 모색한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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