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王(왕)과 皇(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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王(왕)과 皇(황)

[한자가 그렇게 만들어졌다고?] <3>

'임금'을 뜻하는 王(왕)의 초기 형태(<그림 1>)는 立(립)자(<그림 2>)와 비슷하다. 大와 一을 합친 듯한 모습이어서, 초기에는 갑골문을 해석하면서 立자와 王자를 혼동하기도 했다. 그러나 이 모습이 王자로 확인되자 임금이란 땅(一) 위에 선 사람(大)의 꼭대기에 있는 존재로 그려졌다는 설명이 붙었다.

이와 함께 임금의 힘과 권위를 상징하는 도끼 또는 모자(冠)를 그린 것이라는 주장도 나왔다. 아닌 게 아니라 금문에는 도끼 날을 상형한 듯이 맨 아래 가로획을 곡선 처리하고 두껍게 칠한 글자들(<그림 3>)이 섞여 있다. 하늘·땅·사람(三)을 하나로 꿰뚫은(丨) 것이라는 「설문해자」의 너무도 '철학적'인 주장은 이미 설 자리를 잃어버리고, 도끼니 모자니 하는 상형설들이 대립하고 있다.

이 王자의 뿌리를 찾으려면 亢(항)의 옛 모습(<그림 4>)을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 亢자는 大의 아래쪽에 비스듬히 획이 하나 걸쳐 있는 모습인데, 그 획을 수평 상태로 끌어내리면 立의 옛 모습과 같아진다. 바로 王의 옛 모습이기도 하다. 발음도 王을 발음기호로 쓴 狂(광)·皇(황) 등 파생자들을 보면 초성에 ㄱ/ㅎ 음이 섞여 있어, 坑(갱)·抗(항)·航(항) 등으로 이어지는 亢 계열과 비슷하다. 결국 王은 亢의 변형이다. 亢자를 빌려 '임금'의 뜻으로 함께 쓰다가 立자와 모양이 비슷해 불편하자 위에 선을 하나 더 그어 王자를 완성한 것이다.

맨 위에 줄을 하나 더 그어 지금의 王자를 만든 것은 商(상)나라 후기의 왕 祖甲(조갑)이었다고 한다. 그는 왕을 나타내는 글자에 머리가 없어서는 안 된다며 획을 추가했다고 하는데, 이는 그 시대에 이미 王의 본래 글자가 어떻게 만들어졌는지 몰랐다는 얘기가 된다. 비단 王자만이 아니라 대부분의 글자들은 갑골문 시대에 이미 상당한 변형을 거친 뒤였고, 따라서 본래 어떻게 만들어졌는지 잊은 지 오래였다고 봐야 하지 않을까?

皇은 중국 최초의 통일을 이룬 진시황에 의해 王보다 한 단계 더 높은 임금을 뜻하는 글자로 선택된 글자다. 현재 글자꼴로 白(백)과 王의 결합으로 돼 있고 소전체는 白 부분이 自(자)로 돼 있다. 햇빛(白)에 도끼가 빛나는 모양이라거나, 윗부분이 화려한 장식물 달린 임금의 면류관을 그린 것이라 해서 王을 발음기호로 인정하는 주장도 있고, 王 부분을 등잔 받침대로 보고 불빛을 그린 것이라 해서 전체를 상형으로 보는 견해도 있다. 그러나 발음이 王과 거의 일치하는 점을 무시할 까닭이 없다. 王이 발음기호다.

그러면 윗부분은 뭘까? 白이나 自자로 봐서는 설명이 어렵다. 전체 상형이 아니라면 윗부분만의 부분 상형도 납득키 어렵다. 그런데 皇의 일부 옛 글자꼴(<그림 5>) 가운데는 윗부분을 '발'인 止(지)로 볼 수 있는 것들이 있다. 이 글자는 '가다'인 往(왕)의 본래 모습(<그림 6>)과 같다. 往은 지금 彳(척)과 主(주)의 결합으로 돼 있지만, 원래는 止와 王의 결합이었다. 彳은 금문 단계에서 추가됐고, 이후 止와 王이 합쳐져 主자처럼 됐다. 狂(광)·汪(왕) 등 王이 들어간 글자들은 거의 이 '止+王'의 형태를 발음기호로 썼다가 보다 간략하고 분명한 王으로 교체한 것들이다.

皇자 역시 往의 본래 글자를 가차해 '임금'의 뜻으로 썼다가 글자에 여러 가지 장식이 붙으면서 변모한 것이다. 같은 글자가 모양과 의미를 나누어 분리된 사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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